소치 동계올림픽 유감
소치 동계올림픽 유감
  • 미래한국
  • 승인 2014.03.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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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소치 동계올림픽은 가장 논란이 많았던 올림픽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선 갈수록 권위주의적이 돼 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책들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쟁이 시작이다.

처음에 서구 언론의 주된 관심은 ‘게이’ 선수들이 안전하게 소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논쟁은 러시아 의회가 반(反) 동성애법을 채택하면서 가열됐고 푸틴 대통령이 “게이 선수들이 다른 사람들을 성추행하지만 않는다면 신변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심화됐다.

피겨 스케이팅 판정 논란

심판들의 문제 있는 판정으로 이 논쟁은 한층 가열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은 심판들의 판정이었다.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잘했지만 공중 2회전 후 두 발로 착지했다.

반면 김연아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인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때와 같이 완벽하게 경기를 한 것 같았다. 판정에 대한 항의가 한국 뿐 아니라 두 사람의 경기를 본 다른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고 격렬하게 나오고 있지만 김연아는 인격적으로도 흠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은메달리스트로 선 자리에서 그녀는 억울해하는 표정도 없이 승자에게 축하하며 이제 끝나서 기쁘고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맨 정신상이 있다면 김연아가 금메달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본보기로 보여준 올림픽 정신은 소치에서 많이 보이지 않았다. 푸틴과 러시아인들, 그리고 푸틴을 반대하는 반러시아 비판가들에 의해 정치화된 이번 올림픽은 주최국과 그 주최국의 국제적 라이벌 및 적들이 자신들의 성과를 전시하기 위한 쇼들로 구성됐다는 인상을 줬다.

경기 내내 민족주의적 애국심을 보여주는 심판들과 미국이 한 경기에서 이기면 점수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러시아가 다른 경기에서 이기도록 거래했다는 부패의 소문에 의심이 모아졌다.

논란의 심판 판결 끝에 러시아가 아이스하키에서 미국에 졌지만 러시아는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사실 러시아가 아이스하키에서 미국에 진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 아이스하키팀은 캐나다에게 지고 그리고 핀란드에게도 패해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지만 러시아는 전체 메달 수에서 압도적으로 앞섰기 때문이다.

 

빅트로 안의 선전

일부 선수들의 기회주의와 그들이 한때 대표했던 나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인이었던 빅 와일드는 남자 평행 슬라럼 스노보드에서 우승해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줬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그는 미국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결정하기 거의 3년 전에 러시아 여성 스노보드 선수와 결혼을 했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한국인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금메달 3개를 안겨 준 쇼트트랙 스케이트 선수인 빅토르 안을 보라. 안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러시아에 3개의 금을 선사했다.

한국빙상연맹 내부의 스캔들이 그가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길을 막았다는 것인가? 안현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것은 그에게는 분명히 치욕이었다. 러시아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허황된 약속으로 그를 매수한 것인가?

올림픽 성공에 늘 따라오는 명성과 돈을 추구한 안 선수는 러시아가 딴 금메달의 1/3을 제공하면서 러시아가 메달 집계에서 1위가 되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한국 여성들은 세 개의 금메달, 두 개의 은메달, 두 개의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의 체면을 세웠다.

반면 한국 남자팀은 은메달 한 개를 따는 것에 그치면서 안현수가 있었다면 한국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안 씨는 프로운동선수처럼 자신을 가장 열렬히 찾는 클럽으로 간 것이다.

평창 올림픽에 거는 기대

동계올림픽은 TV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TV에 나오는 스포츠 뉴스 대부분이 동계올림픽 내용이고 바와 커피샵에서도 동계올림픽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세계의 절반 이상은 눈도 얼음도 없고 동계 스포츠는 경험할 수 없는 땅에 살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스하키는 야구, 농구, 미식 축구에 이어 4번째로 인기가 있다. 그외의 동계 스포츠는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한국은 동계올림픽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실망에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직면해야 할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자신의 모국에서 열리면 아마도 ‘빅토르’ 안은 러시아 국적을 버리고 자신의 출생국을 위해 경기할지도 모른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 출전에서 올림픽의 이상을 실현한 김연아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동일한 올림픽 정신을 심어주는 데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다. 하지만 ‘빅토르’는 안현수가 되는 것을 다시 고려하지 않을까?


번역 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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