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먼나라’ 파키스탄에 가다
미래한국, ‘먼나라’ 파키스탄에 가다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3.07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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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都 라호르 인근의 파키스탄-인도 국경 지역에서 펼쳐지는 국기하강식 장면. 1947년 인도로부터 독립한 파키스탄은 인도와 3차례 전면전을 치렀다.

이집트를 여행하던 한국인들이 폭탄테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파키스탄 방문 중 전해 들었다. 우리 일행이 외교부 지정 ‘여행제한’ 국가인 파키스탄을 굳이 가고자 했던 이유는 그럴수록 현지 대사님이 초청한 이번 일정이 ‘먼 나라’ 파키스탄을 방문할 드문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5명의 본지 편집위원 일행은 태국 방콕을 경유해 꼬박 한나절을 걸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2월 15일부터 20일까지 5박6일간의 일정이었다. 경유지인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는 90년대초 종군기자 시절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통해 파키스탄에 우회(?) 입국한 바 있고 파키스탄 언어 우르드어의 문자인 아랍어에 능통한 황성준 편집위원의 국가 브리핑을 들으며 파키스탄 여행을 본격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1억8000만명의 인구 세계 제6위의 나라. 1947년 인도로부터 독립, 인도와 3차례 전쟁을 치르고 71년엔 방글라데시와 분리. 지역은 크게 인구 대부분이 사는 동북부의 펀잡주(州)와 라이벌관계인 남동부의 신드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접한 서북 서남의 페샤와르주와 발루치스탄주 등 4개 지역으로 나뉨.

북부의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영국이 버퍼존(buffer zone)으로 설립됐다는 분석. 현재 지역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음.

펀잡을 기반으로 한 샤리프 등 군부세력과 신드주 출신인 부토 집안이 정권을 번갈아 가져왔는데 우리와 거칠게 비유하자면 펀잡이 보수 군부세력 영남, 신드가 개혁 야권성향의 호남과 유사.

스트레오타입을 좀 더 첨부하자면 펀잡은 유순한 농사꾼, 신드는 영악한 장사꾼 문화. 서부 국경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무장을 하고 사는 부족사회의 산적들. (물론 이런 거친 비유를 따지고 들자면 한이 없을 것…)

수도는 펀잡에 위치한 이슬라마바드. 고대 유명 도시인 펀잡의 라호르와 상업도시인 남부 신드의 카라치가 수도를 다퉜으나 마치 미국의 워싱턴이 역사적 필라델피아와 뉴욕을 제치고 정치적 배려로 수도로 선정된 상황과 유사. 폭탄 등 테러사건 연 3000여건은 주로 무장한 부족사회 형태로 살고 있는 서부지역에서 발생.

9·11 빈 라덴 때문에 유명해진 알 카에다는 ‘본부’ 혹은 ‘기지’라는 뜻인데 애초엔 미국이 지원한 파키스탄 내 반소련 항쟁 기지. 영화 ‘코드네임 제로’에서 그려진 빈 라덴이 체포된 곳도 이 지역, 파키스탄 북부였었고.

라호르 거리에서 차를 타고 가다 만난 파키스탄 어린이. 현지인들은 외국인 방문단 일행이 신기해 어김없이 쳐다보았다.

라호르 거리에서 만난 파키스탄

파키스탄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머리에 담고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본지 편집위원을 역임한 송종환 주 파키스탄 대사님의 배려로 보안상 군사기지와도 같은 외교가 내에 위치한 대한민국 대사관저에 행랑을 풀었다. 파키스탄 대사관 대지는 1만평 규모로 우리나라의 해외 대사관 부지 중 가장 넓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일행은 이슬라마바드에서 400km 떨어진 무굴제국의 옛수도 라호르를 방문했다. 라호르로 가는 고속도로 400km는 90년대 대우가 깔아준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많은 파키스탄인들은 한국은 몰라도 대우는 안다고 한다. 고속도로 위에는 ‘대우 익스프레스’ 마크가 새겨진 고속버스가 쌩쌩 달리고 있었다. 거기서 일하는 여성 안내원들은 스튜어디스와 같은 자부심을 누린다고.

라호르 거리에서 파키스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서 접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들이 우리 일행을 모두 어김없이 쳐다본다는 사실이었다. 차이점이라면 나이든 사람들은 우리를 힐끗힐끗 쳐다봤고 젊거나 어린아이들은 아예 수십명이 떼를 지어 일행을 졸졸 쫓아오기도 한다는 것.

이게 뭔가. 돈이라도 달라는 것인가, 이러다 집단테러라도 당한다면? 지갑과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는데 조금 겪고 보니 그들은 외국인을 직접 보고 신기해했던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이번 여행 내내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서방국들은 9·11과 아프카니스탄 전쟁 이후 자국 국민들에게 출국을 권유했고 외교관들도 가족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

우리 일행을 만난 일부 ‘용기 있는’ 파키스탄인들은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하며 좋아하기도 했다. 일행은 스타가 된 듯 무리에 휩싸여 사진을 찍기 위해 걸음을 세우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나름 서로 웃으며 친해지는 거다.

우선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간이 많아 보였다. 한번은 차를 타고 가다 거리에 사람들이 수십, 수백명이 모여 있길래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유심히 봤더니 경미한 차사고였다. ‘볼거리’가 생겼다고 모두가 우르르 몰려들어 너도 나도 참견을 하고 있던 것이다.

전근대적 사회, 이것은 선(善)인가

이곳에서 접하고 보고 들은 많은 장면들이 그랬다. 일거리가 없는 것, 커피에 설탕을 잔뜩 넣어 마시는 것이라든지, 제대로 된 외식할 식당이 거의 없다는 것, 집안에 경조사가 생기면 일들이 올스톱 되는 것,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것 등. 산업화 이전 우리 사회에서 보고 겪었던 모습들이 모두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이러한 ‘전근대적’습관 때문에 못사는 건지 못사니까 이런 모습인 것인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혹자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것이 오염되지 않은 참 행복, 참 인민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1억8000만 인구 중 4000만이 중산층이라고도 하니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게 파키스탄 국민들의 전반적 삶의 모습이었다. 물론 도시엔 맥도날드와 프랜차이즈 영화관 등 서구화된 문화시설도 있었지만 거리는 일본제 중고차들과 말과 당나귀가 끄는 수레, 그리고 택시 역할을 하는 오토바이 릭쇼가 얽혀 지나다니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또한 놀라웠던 건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수력발전소나 터널 건설와 투자 등 대형공사를 주로 맡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수가 10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파키스탄 내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리라. 물론 그럴수록 기회 또한 클 것. 송종환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이야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내내 강조했다.

불교문화의 발생지 탁실라 유적지의 고대 불교서원. 8세기 신라 혜초가 이곳을 다녀간 뒤 '왕오천축국전'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종환 대사님의 세심한 배려와 열정으로 방문단 일행은 서울-이슬라마바드를 오가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4일간의 파키스탄 내 일정을 빈틈없이 알차게 소화했다. 문화기행으로는 찬란했던 무굴제국의 영광이 그대로 남아 있던 거대한 라호르성(城)과 불교문화의 발상지 탁실라 유적지 방문이 기억에 깊이 남는다.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의 탁실라는 700년대 초 신라의 혜초가 다녀간 뒤 왕오천축국전을 쓰고 소설속의 삼장법사가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을 데리고 온갖 요괴를 물리치고 도달했다는 곳.

그 요괴들이란 지금의 아프카니스탄 지방의 산적들이었을 것이고. 또한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가 이곳에 도달한 뒤 불교에 헬레니즘문화의 영향을 가해 불상 등이 처음 만들어지고 간다라 문화가 꽃을 피웠다 한다.

불교문화의 발상지가 파키스탄이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사실 파키스탄에 대한 많은 부분이 그랬다. 나름 ‘세계인’이라고 자부해온 미래한국 방문단 일행이었는데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 인더스강이나 세계 2대 최고봉인 K2가 파키스탄에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방문단 일행과 송종환 주 파키스탄 대사는 국영방송인 PTV와 케이블방송 New1에 출연해 파키스탄 방문 목적과 소감, 한국-파키스탄 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인더스강, K2, 간다라문화 발상지

본지 방문단은 민간외교도 활발히 펼쳤다. 일행은 파키스탄 뉴스채널1 방송에 40분, 그리고 파키스탄의 유일한 국영방송인 PTV에 1시간 동안 출연해 이번 파키스탄 방문 목적과 소감 그리고 한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등에 대해 소개했다.

송종환 파키스탄 대사와 이정훈 인권대사(본지 부회장)는 파키스탄 법무부와 외교부의 UN 담당 차관보 등 인권 관련자를 방문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고 파키스탄의 지도층이 모여 있는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 모임인 ‘옥스브리지’에서 강연했다.

주제넘게 들릴 수 있지만 파키스탄을 방문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과연 이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 발전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답이 쉽지 않아 보였다. ‘총체적 난관’, 이것이 솔직한 느낌이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발생하는 테러사건사고와 일류호텔까지도 하루에 몇 번씩 정전이 되는 심각한 전력난, 감소 추세에 있는 1인당 국민소득 등.

옥스브리지 모임에 모인 200여명의 파키스탄 지도층은 한국의 발전 과정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자신들의 처지를 되돌아보며 자국의 발전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과거 한국에 기술 원조를 했던 파키스탄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파키스탄 지도층의 개탄, 그러나…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이 빠져 보였다. 이들 상당수는 이 나라의 지도층이자 권력자인 동시에 최고의 부를 가진 이른바 재벌이었다.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기득권과 부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있을까?

파키스탄의 가장 큰 문제는 눈에 보이는 알 카에다의 테러보다도 어쩌면 권력과 재력을 한꺼번에 가진 기득권 문제로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제국주의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제3세계의 눈’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다시 보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흘린 우리 부모, 선배들의 많은 땀과 희생이 감사했고 세계를 삐딱히 보지 않고 온갖 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류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감사와 안도의 마음은 번영과 ‘문명사회’로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다가왔다.

글·사진/김범수 편집인 www.kimbumso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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