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에 결혼 케이크를 안 팔면…
동성커플에 결혼 케이크를 안 팔면…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3.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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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필립이 운영하는 제과점 앞에서 동서애자들에게 케이크를 만들어 팔라고 시위하는 사람들

잭 필립은 콜로라도 데번시 외곽에 있는 마스터피스 케이크(Masterpiece Cake) 제과점 주인이다.

2012년 7월 두 명의 남자가 제과점에 들어와서는 케이크를 사겠다고 했다. 잭은 어떤 케이크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대답은 자신들의 결혼식 케이크였다.

게이인 이 두 남자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는 매사추세츠에서 결혼식을 하고 콜로라도에 내려와 자신들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잭은 이들에게 케이크를 팔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동성애를 죄로 보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 때문이었다. 그러자 게이 커플은 잭이 자신들의 성적 성향을 이유로 차별했다며 법원에 고소했다. 법원은 지난 12월 6일 잭에게 성적 성향을 이유로 그들을 차별했다며 신앙에 배치되더라도 게이 커플에게 케이크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바로넬 슈츠만은 워싱턴주에 있는 알렌 화원 가게 주인이다. 지난해 3월 1일 한 남자가 가게에 와서는 자신의 동성 결혼식에 사용할 것이라며 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 때문에 즉, 신앙의 양심상 그에게 꽃을 팔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주 검찰은 지난 4월 바로넬이 고객을 성적 성향을 근거로 차별했다며 법원에 고소했다. 주 검찰은 “이성 결혼 커플의 결혼식에 꽃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라면 동성 결혼 커플의 결혼식에도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바로넬의 변호사는 “그녀는 자신의 신앙을 타협하기보다 지키려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중 한명”이라며 “그녀는 매우 친절한 여성으로 차별은 몸에 배어 있지 않지만 자신이 신앙적으로 믿지 않는 행사에 참여하도록 강요받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멕시코에 거주하는 엘라인 휴주닌은 전문 사진사다. 2006년 2명의 레즈비언이 자신들의 결혼식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신성한 결합으로 보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그녀는 이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레즈비언 커플은 다른 사진사를 고용해 결혼식 사진을 찍었지만 엘라인 사진 스튜디오를 고소했다.

자신들의 성적 성향을 이유로 차별했다는 것이다. 법원 역시 엘라인이 동성 커플을 차별했다고 판결했다. 엘라인은 “게이와 레즈비언들을 기쁘게 섬긴다. 그들의 독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동성 결혼식 사진은 신앙 양심상 찍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자신의 신앙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동성결혼 결혼식에 꽃 판매를 거부한 바론넬 슈츠만

동성커플들, 차별 이유로 고소 잇따라

이 사례들은 동성 결혼 합법화가 늘고 있는 미국에서 이를 신앙적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을 둘러싸고 불거져 나오고 있는 현상들이다. 전문 사진사 엘라인의 사례는 최근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애리조나주 법안의 배경이다.

애리조나 주의회는 지난 2월 잭, 바로넬, 엘라인과 같은 가게의 주인들이 자신의 신앙의 양심에 따라 동성 커플들에게 장사를 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제인 브루너 애리조나 주지사의 법안 서명을 앞두고 동성애자 권익단체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터져나왔다.

교회 등 종교기관 달리 모든 사람들을 상대하는 가게나 기업체들이 동성 커플들에게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애플, 아메리칸 에어라인, 델타 항공, 메리어트 호텔 등 대형 기업들도 항의하며 브루너 주지사가 그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애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인 존 매케인과 제프 플레이크도 주지사에게 법안을 거부하라고 했고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도 같은 입장이었다.

케이크를 만드는 잭 필립

신앙에 따른 장사 거부 힘들어져

2015년 애리조나에서 슈퍼볼을 열 계획이었던 프로미식축구협회도 그 법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슈퍼볼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는 199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을 연방공휴일로 인정하지 않는 법안을 채택해 그해 애리조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슈퍼볼 경기가 캘리포니아로 옮겨진 적이 있었다.

결국 브루너 주지사는 26일 저녁 그 법안을 거부했다. 그녀는 “이 법안은 애리조나주에서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구체적이거나 현재적인 우려를 고치려는 것이 아니다”며 “애리조나에서 사업체 주인들의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단 하나의 사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브루너 주지사는 “이 법안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 잠재력이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기독교 단체들은 그러면 누가 미국에서 기독교인과 종교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가 라며 애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 주법안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미주리, 캔사스, 조지아 의회에서 나올 예정이었다며 이번 거부권으로 다른 주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의 아버지인 라파엘 크루즈 목사는 “정치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성경적으로 옳은 것을 따라야 할 때”라며 “하나님이 내게 말한 것을 위반하는 대신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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