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상급식 현장에서는
지금 무상급식 현장에서는
  • 미래한국
  • 승인 2014.03.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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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A중학교 점심시간,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학생들이 급식실로 향한다. 발걸음은 느긋하다. 한창 잘 먹고 클 나이인데도 점심시간이 마냥 즐겁지 않은 모양이다. 3학년, 2학년, 1학년 순서다.

학년과 학급별로 배식 순서와 시간이 다르다. 학생들은 빨리 빨리 이동해야 제 시간에 배식과 식사가 끝난다. 제한된 점심시간 탓이다. 영양사와 배식 담당자들은 애가 탄다. 서둘러서 배식을 받으라고 인상을 찌푸리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배식을 받아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에 눈길을 줘 본다. 표정이 다들 그냥 그렇다. 어떤 학생은 5분도 안 돼 수저를 놓는다. “왜 밥을 이것밖에 안 먹니?” “맛이 없어서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점심시간에 교실을 둘러본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이다. “자식들 밥은 부모가 먹여야 정상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고마움도 느끼리라. 매점에 가본다. 매점에서 빵과 우유, 핫도그, 김밥, 컵라면 등으로 점심 식사를 때우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무상급식 시행 후 생긴 점심시간의 새로운 풍경이다.

이런 학교 풍경은 위에서 언급한 이 학교만의 모습이 아니다. 2011년부터 시행된 무상급식이 햇수로 4년째를 맞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풍경이 목격된다. 올해부터는 중학교 3학년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됐다.

점심시간 풍경

그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급식에 얼마나 만족했을까? 무상급식 시행으로 어떤 교육적 효과가 발생했을까? 무상급식 시행 이후 학교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보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는 초·중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급식이 맛이 없다며 식판을 통째로 버리거나 급식실에 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학생들은 가정에서 부모님이 정성껏 싸주는 도시락을 가지고 오거나 아니면 매점에서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 후식으로 나오는 빵과 우유는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쓰레기통이나 복도 창틀에 버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무상급식 시행 이후로 학생들은 쉽게 음식물을 버린다.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노력하지 않고는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서 사회의 훌륭한 역군이 되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공짜에 길들이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부모들도 맛없고 영양가 떨어지는 급식이라며 반기지 않는다. 번거롭더라도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주는 것이 내 아이의 성장기의 영양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과연 무상급식이라는 허울 좋은 정책이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져다주고 무엇을 빼앗아 갔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무상급식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급격하게 늘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교육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의 음식 쓰레기는 1만 3923t이었다. 5t트럭 2780대 분량이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19억1657만원이 들었다.

한 개 초등학교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13t에 처리 비용은 평균 195만원, 중학교는 음식물 쓰레기 21t에 처리 비용이 260만원을 썼다.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학생들의 밥값을 부담하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치우는 상황이 돼 버렸다.

지난해부터 친환경 식품가격이 20% 이상 올라가면서 식단 짜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정된 급식 예산에 비해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시도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을 하겠다며 유기농 채소 반찬을 대폭 늘렸다.

식비는 비싸졌지만 오히려 급식 만족도는 떨어지고 잔반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육류 등 단백질 공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한창 성장기 학생들이 영양부족으로 성장이 제한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강북의 모 중학교 교사는 “급식 후 식판과 잔반으로 장난을 하기도 하고 수저를 구부리거나 물컵을 미술준비물로 사용하기도 하며 급식실에 있는 수저와 물컵들이 교실에 방치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을 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무상급식의 질이 군대 급식의 수준이라며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번거롭지만 도시락을 꼬박 챙겨준다”라고 말한다.

급식운영 방식이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뀐 후 급식의 질은 더 떨어졌다. 서두에서 언급한 노원구 A중학교의 모 교사는 “몇 년 전 위탁급식일 때에는 급식 맛이 좋아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이 빨리 오기를 아침 1교시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다”고 말한다. “등교를 하면 급식메뉴판부터 체크하며 오늘의 메뉴에 대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위탁급식을 할 때에는 불만이 있으면 바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교체를 할 수 있어서 업체와 영양사는 영양과 위생 급식에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무상급식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무상급식으로 비정규직 조리종사원들의 세력도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으로 가입해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명분으로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볼모로 정치적인 목적에 놀아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6월 지방선거에도 개입할지 모른다. 좌파 진보 진영은 이렇듯 자신의 영향력을 키웠고, 무상급식을 통해 정치적으로 개입해 표심을 얻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 당시 진보 진영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중산층의 표심을 움직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보편적 복지가 시대의 흐름인 것처럼 공약했고 학생들의 밥 먹는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행된 후 값비싼 친환경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예전보다 늘어난 잔반을 처리하는 비용도 많이 드는 등 교육청에서 예산 편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무상급식의 폐단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상급식 예산 급증으로 명퇴교사 예산은 줄어들고 신규교사가 발령을 받지 못해 백수로 있는 예비교사가 무려 960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언제 교단에 설 수 있을지 깜깜 무소식이다. 무상급식이 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잘 가르칠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만 무상급식 문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예비교사들의 실직 사태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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