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문제는 여전히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사태, 문제는 여전히 러시아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3.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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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은 친유럽 성향의 서부주민들과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주민들 간의 갈등이다. 친유럽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스스로를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친러시아 우크라이나인들은 유라시아적 혹은 슬라브적 정체성을 고수한다. 크림자치공화국은 친러시아 경향을 보인다.

크림공화국은 러시아 영토였다가 우크라이나에 준 땅이다. 크림공화국에서는 타타르인들의 영향력도 크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국기가 아니라 러시아 국기를 달기도 한다. 크림은 천연자원의 중요한 요지고, 러시아 발틱함대가 주둔하는 군사적 요충지다. 이런 크림을 ‘21세기 차르’, ‘우랄의 여우’라고 불리는 푸틴이 친서방 우크라이나에 넘겨줄리 만무하다.

우크라이나 소련 사회주의가 우크라이나를 망가트렸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는 구소련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핵발전소 사고였다. 방사능에 노출돼 희생된 사람들만 수천 명에 달했고 13만5000명의 주민이 오염지대에서 소개(疏開)됐지만 주위의 더 넓은 지역에 있는 토양·식물·동물 등이 방사능에 오염돼 벨라루스나 폴란드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등까지도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서 핵무기도 해체당했다.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인들이 러시아를 불신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2006년에 있었다. 발단은 가스관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러시아식 가스관을 우크라이나에 건설했다.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친유럽 성향을 보이자 가스판매에 대한 조건들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재산의 보호를 이유로 군대를 파병했다.

러시아의 자원정책이 정치적 전략에 입각해 있다는 점은 러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가스관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2003년 4월 푸틴 정부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장기 가스 계약을 체결했고,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에 25년에 걸쳐 2조㎥ 가스 공급을 약속했다. 특이한 것은 러시아가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관을 높은 비용의 ‘사우스 스트림’방식으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다른 나라들이 가스관을 이 지역에 지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고, 결국 러시아는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이 러시아의 자원전략은 정치·군사문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러시아를 유럽의 합리주의 사회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러시아 역사 전문가 리처드 파이프스는 러시아 정체성에 독재, 러시아정교회, 민족 메시아주의가 트로이카로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러시아는 강하고 집권화된 지배를 요구하기에 대표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이론과 실제에서 구별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또 골드만은 러시아가 가스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음을 강조하며 만약 러시아가 가스자원과 가스관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면 가스관은 ‘새로운 비밀 병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러시아와 손잡고 유라시아 철도를 구상하고 남북 가스관 사업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도 한번 쯤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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