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와봐, 케이팝이 있어!
이리 와봐, 케이팝이 있어!
  • 이원우
  • 승인 2014.04.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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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한류 공연 진행하는 ‘와팝’(WAPOP)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면 언제라도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 중 하나를 골라 티켓을 끊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질문. 만약 영화 아닌 케이팝(K-POP) 가수들이 언제나 같은 시간에 공연을 하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이 상상에 근접한 공연장이 있다. 작년 10월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케이팝 스타들을 불러 상설공연을 진행하는 와팝(WAPOP)이다. 이랜드 그룹이 ‘신규 해외 관광객 500만 명 유치’라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 시작한 이 공연 덕분에 서울시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에 자리한 돔아트홀 주변에는 매주 토요일 생기가 돈다.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면 별세계가 펼쳐진다. TV에서만 보던 소녀시대, 비스트, 애프터스쿨, 달샤벳 등의 가수들이 하나의 관광 상품화돼 있다. 관객들은 그들을 캐릭터로 만든 상품이나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물품(굿즈)을 살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면 1800석 규모의 객석이 거의 꽉 찬다. 무대는 T자 형으로 구성돼 가수들이 ‘팬서비스’ 할 수 있는 여지를 높여 놨다.
와팝홀 홈페이지(www. wapophall.com)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출연진은 매주 바뀐다. 2013년의 K팝을 초토화시켰던 엑소(EXO)를 비롯해 비스트, 씨스타, 손담비, 방탄소년단, 달샤벳, 포맨 등의 톱스타들이 공연장을 다녀갔다. 각 가수들은 3-4곡 정도의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노래 중간에는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와팝 공연은 벨라포(Bella-4)나 벤(BEN)처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도 해주고 있다.

가수들의 무대만이 와팝의 전부는 아니다. 와팝은 전체 공연을 관통하는 하나의 콘셉트, 즉 ‘와팝 트레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무대 전체를 감싸는 260도 파노라마 씨어터는 관객들로 하여금 가상의 기차역에 있는 느낌을 준다. 7시가 되면 ‘와팝역’에 배우 이병헌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가 바로 100분간의 와팝 여행을 이끌어 가는 호스트다. 4계절을 테마로 한 화면이 정면과 좌우, 천장까지를 최신식 프로젝터 영상으로 감싸며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와팝 트레인이 정차할 때마다 한 편의 한류 드라마를 속성으로 ‘마스터’ 할 수도 있다. 현재 소개되고 있는 것은 ‘꽃보다 남자’ ‘해를 품은 달’ ‘겨울연가’ ‘아이리스’ 등이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작품들이지만 주요 장면들이 나올 때 다시 한 번 객석은 환호한다. 중간 중간 감초 역할을 해 주는 비보이(B-BOY)의 역할도 크다. 이미 케이컬처(K-Culture)의 한 축을 든든하게 담당하고 있는 비보이들은 국악을 리믹스한 무대를 보여주거나 LED 의상을 입고서 퍼포먼스를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결국 와팝은 가수들의 무대를 중심으로 한 ‘종합한류공연’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 안에 드라마도 있고 비보이도 있고 케이팝도 있다. 매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이 한국을 찾는 지금 한류는 이렇게 명민한 상품화의 과정을 통과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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