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진리의 탐구자
이성과 진리의 탐구자
  • 미래한국
  • 승인 2014.04.10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경귀의 고전 읽기: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자신의 감각과 인식, 자신이 파악한 모든 지식 그 자체의 본질과 실존에 대해 의문을 갖고 명증하게 확신할 수 있는 진리를 얻기 위해 집요하게 탐구한 사람이 바로 데카르트다.

그는 ‘생각하는 나(Cogito)'를 강조함으로써 신에 눌려 있던 중세의 어둠 속에서 인간 자신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하는 개인(자아)주의(egoism)를 태동시켰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배경이다.

그는 불혹을 넘겨 42세가 된 1636년에 <방법서설>을 써서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 있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보편적 방법을 검토했다. 데카르트가 지독하게 ‘의심하는 사람’이 된 이유는 뭘까?

그는 당대 최고의 학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다양한 학문 지식을 습득했다. 데카르트는 모든 학문이 나름대로 유용성이 있었지만 인식론적 토대가 부족하거나 비현실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학문 세계를 떠나 현실의 실생활에서 진리를 찾아보기 위해 9년간 각지를 여행 다니기도 했다.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방법서설’은 바로 그가 진리 탐구를 위해 스스로 사색하고 번민하고 시험했던 과정을 토로한 자기 고백이자 자서전이다.

데카르트가 진리 추구를 위해 제시한 네 가지 규칙은 학문하는 이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매우 유용한 가치가 있다. 첫째,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둘째, 검토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눠 검토하라. 셋째, 자신의 생각들을 순서에 따라 이끌어 나가라. 끝으로, 아무것도 빠트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거와 전반적인 검사를 행하라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사물과 존재의 정신을 확실하게 인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한 끝에 철학의 제일원리를 발견한다. 그는 모든 것이 참이 아닐 수 있다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반드시 실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로써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제가 도출됐다.

코기토 명제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릴 수 없는 철학적 원리다. 자신이 다른 것의 진리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이 명백하고 확실하게 귀결됐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자아(ego)’를 중시하고 모든 것에 대해 끝까지 회의하고 증명하려 애썼다는 점에서 인간의 이성과 자아의 존귀함을 자각시킨 최초의 계몽적 근대인이었다.

특히 데카르트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동등하게 이성이 주어진다는 본유관념을 제시했다. 인간 이성이 동등하다는 전제는 인간 평등성의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구나 데카르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동등하게 주어진 이성을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리 탐구를 위한 규칙을 제시하고 방법적 회의를 통해 이를 구현해 나갈 때 자연적 이성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누구나 인간의 이성으로 방법적 회의와 진리 탐구의 규칙을 통해 명석 판명한 진리를 획득하기를 희구했던 것이다. ‘방법서설’은 그 가이드북이었던 셈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매스미디어에 종속돼 주체적 사고가 점점 결핍돼 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이성의 힘으로 의문을 던지고, 문제를 식별하고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갖춰 나가라는 신선한 자극이자 교훈을 던지고 있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