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곧 정의다, 그런데…
법이 곧 정의다, 그런데…
  • 미래한국
  • 승인 2014.04.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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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바른의 강훈 대표변호사는 법조인의 덕목으로 봉사정신을 꼽는다. 경제적 실익을 떠나 남들 말을 잘 들어줄 자세가 돼 있지 않은 사람은 법조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법무법인 바른을 1998년 설립한 후 16년 만에 로펌 랭킹 7위로 만든 강 변호사는 사회 참여와 공헌을 실천하는 변호사다. 지난 2005년 보수진영의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창립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의 법치 확립과 흔들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이런 봉사 정신, 법 정신의 발로다.

학생 대상 강연에서 종종 “돈을 벌고 싶은 목적이라면 좋은 법조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강훈 변호사. 그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 씨가 국정원의 문서 조작이라는 절차적 문제 때문에 갑자기 선량한 피해자로 변신한 최근의 현실을 어떻게 볼까? 강 변호사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법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 유우성 씨 간첩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한데, 지엽적인 문서 문제로 그가 간첩이냐 아니냐의 본질이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한 사람의 무고한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게 낫다는 게 형사사법의 기본 정신은 맞습니다. 그러나 간첩사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볼 게 아닙니다. 특히 유우성 씨 사건은 동생이 나서서 첩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몰랐던 것입니다.

동생이 오빠가 간첩이라고 제보해 국정원에서 체포한 것이죠. 사건의 특수성이 있다는 겁니다. 중국 정보당국이 출입국 관련 정보 제공을 안하자 국정원이 자체 라인을 이용해서 구두로 확인한 것을 공식문서처럼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이게 조작이긴 하지만, 이 사람의 간첩 혐의가 없어져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 최근 들어 공안사건에서 이런 식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공세가 많은데 민변이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네,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출발은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를 위해 시작했지만, 요새는 변론의 범위를 넘어서 反국가활동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법을 바로 세우는 데 우리 활동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변호사님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설립을 주도하면서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신 걸로 압니다. 민변이 진보진영이라면 시변은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했죠.

제가 현재는 시변의 대표가 아니긴 합니다만 최근 활동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 안타깝긴 합니다. 오히려 진보 정권 때 활발했죠. 그런데 민변과 비교하면 신진 회원 영입이나 자금 면에서 어려움이 많기는 해요. 아마도 현 집행부에서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려운 변호사 시장, 이때가 오히려 기회다

-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최근에 로스쿨 제도로 변호사 공급이 많아짐으로써 로펌 시장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많습니다.

사법시험 때보다 법조인 공급이 거의 배 이상 늘어난 상황입니다. 사건은 1~2% 정도 늘어났을까요. 1인당 사건 수도 줄어들고 경기가 위축돼 변호사 수가도 많이 떨어졌죠.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도의 의미가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자는 것이잖아요. 변호사가 없는 소위 ‘무변촌’을 없애고 국제거래를 전공한 변호사가 없어서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것도 막자는 취지죠. 그러니 현재 일정한 과도기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변호사들이 전혀 다뤄보지 않은 새로운 것에 대해 공부하고 개척해야 할 때이죠. 뭔가 새롭게 공부할 게 없는지, 수요가 없는지 연구하고 노력하면 오히려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바른, 설립 16년만에 변호사 165명의 랭킹 7위 로펌으로

- 법률시장 개방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시장 잠식을 걱정하는 것 같던데요.

그렇지 않아요. 개방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유럽의 경우 영국 로펌이 독일이나 프랑스 시장을 많이 차지했다고 하지만, 미국 로펌이 대거 진출한 일본은 건재해요. 전 우리나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외국의 시스템을 배우면서 얻는 이득이 더 클 것입니다.

- 1998년 판사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바른을 설립하셨는데 놀라운 성장을 했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당시 판사 3명이 나와서 바른을 만들었는데 변호사 숫자 5명이 안 돼 법무법인도 아니고 합동법률사무소였습니다. 이제 16년이 됐네요. 현재 변호사만 165명으로 로펌 랭킹 7위이니 성장 속도로는 아마 최고일 것입니다.

이유는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로펌이 고객을 한 번 만날 때 우리는 두 번 만나고, 다른 변호사가 10시간 일하면 우리는 15시간 한다는 각오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을 상대로 지나치게 경제적 실익을 따지는 것도 지양했어요. 지금도 설립 초기의 그런 장점을 지속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 성장을 하는 회사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바른만의 특별한 기업문화가 있다면요?

우리 로펌 문화가 다른 회사와는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변호사 한 명의 재량권이 꽤 큰데, 다른 게 아니라 각 변호사가 회사 차원의 무료 변론을 해주는 결정권이 있어요. 한 변호사가 개인은 물론이고 바른이라는 로펌 차원에서 무료 변론을 하고 싶다고 하면 쉽게 수용해주는 분위기라는 거죠.

본인이 판단할 때 무료로 해주는 게 낫겠다 싶으면 대부분 그렇게 하도록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경제적 사정이 안 좋을 때 또는 클라이언트가 송사 도중에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을 때도 계약서를 변경해서 안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 로펌 문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최근 불거진 소위 ‘일당 5억 판결’, 대주그룹 허 회장의 판결은 어떻게 보시나요? 법조인의 양심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대주그룹은 지방의 토호 비슷한 것입니다. 호남 지역의 유력회사죠. 허 회장의 부친이 법조인이어서 그 지방 검사, 판사들과 평소 친분을 많이 쌓아놨을 텐데 이런 것은 재판에서 절대 참작돼선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건에 비해 그런 부분이 참작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판결이에요. 국민들에게 변명거리가 전혀 없어요. 벌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 3년 간 구속할 수 있는 사항인데 이것을 하루 일당 5억씩 해서 49일 노역으로 끝내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 개인적인 것을 좀 여쭤보겠습니다. 판사 생활 14년을 하셨는데 기억나는 판결이 있다면요?

‘치과의사 모녀 살해 사건’이라고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녀의 시체가 집안 욕실에서 발견됐는데 치과의사였던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어요. 여론도 그랬고요. 그런데 제가 2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판사 시절, 치과의사 모녀살해 사건 무죄판결이 기억에 남아

당시 남편의 알리바이에 관련된 논쟁 중에 남편이 담뱃불을 이불 속에 넣고 몇 시간 후에 불이 나도록 꾸몄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제가 이에 대해 의심을 했던 겁니다. 실제로 그 후에 변호인들이 실험으로써 이런 제 의심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해줬어요. 당시 전 판사로서 남편이 아닐 가능성, 억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됐다가 3개월 만에 사퇴하셨습니다. 당시 아쉬웠을 텐데요.

법무비서관 제의가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대통령님은 비서관하면서 처음 알았죠. 법무비서관 역할을 수락했던 것은 우리나라 국정 업무에서 법무 관련 일을 소홀히 한다는 문제의식이 컸습니다. 실제로 쇠고기 수입 자유화 문제도 협상 서명 두 시간 전에 연락을 받아서 전혀 검토할 시간이 없었어요.

협상팀은 외교와 농림만의 문제로 생각했지만 모든 일에 법률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법률 자구의 문제가 아니라 미리 협조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을 하기 전에 미리 법률적 검토를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제 포부였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대비한다거나 대통령 임기 변경 등 헌법 개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 역할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죠. 딱 석 달 하고 10일 일했으니까요.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라도 국정시스템은 모든 문제를 법률전문가가 함께 검토하는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30년 법조인, 법이 곧 정의라는 믿음

- 대학생들 대상의 강연 활동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지식나누미’라고 청년들과 책도 같이 읽고 토론도 함께 하는 단체도 하고 있어요.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는 게 좋더라구요. 법률 조항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보는 면접 기준 같은 것을 얘기해주는데 학생들이 그런 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직원을 뽑을 때 법적인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법률 지식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거든요. 전 이 친구가 다른 의견에 경청할 자세가 돼 있는지, 상대방을 존중하고 팀워크를 잘 이룰지, 또 사생활을 일정 부분 포기할 자세 등을 봅니다.

그리고 말을 빨리 시키면 무의식중에 평소 말투와 태도가 나오는데 그것도 신중히 봅니다. 정답이 문제가 아니라 인성을 본다는 것이죠. 제 강연 때는 주로 이런 얘기를 하는데 학생들 반응이 좋습니다.

- 30년 동안 법조인 생활을 했는데 만족하시나요?

항상 정의가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30년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온 결론은 법이 곧 정의다 라는 것입니다. 법이라는 게 권력자가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법은 인류가 이제껏 쌓아온 경험이 축적된 것이어서 정의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인류가 만든 가치 기준의 총합체인 법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 여전히 검사나 판사, 변호사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학생들에게 법조인이 되기 위한 팁을 준다면요.

먼저 법조인이 무엇을 하고 사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합니다. 연예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기업가처럼 큰돈을 벌 수 있지도 않죠. 법을 공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마음가짐이 어떤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봉사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돈을 따지면서 상담하는 것을 싫어하면 평판이 나빠져 변호사 직업을 유지하기도 어렵거든요. ‘내 시간을 써서 남을 도와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인터뷰 /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 / 주동식 객원기자 dschiew11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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