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보다 더 중요한 경제변수는 없습니다”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경제변수는 없습니다”
  • 정용승
  • 승인 2014.04.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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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기도교육감 도전하는 조전혁 전 국회의원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사표 던진 조전혁 前의원

조전혁 前의원. 공적으로는 이렇게 부르지만 왠지 발음이 꼬인다. 풍기는 인상부터가‘국회의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권위적 헌법기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전’이란 수식어는‘왕년’의 무용담을 늘어놓는‘꼰대’의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기에 더 더욱 안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형’이란 표현이 제일 좋다. 고민이 있을 때 소주 한 병에 오징어 한 마리 들고 찾아갈 수 있는 푸근한‘맏형’. 아무튼 조전혁 전 의원은‘약삭빠르다’는 표현과는 너무나 먼 사람이다. 2010년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가 전교조와의 민사소송에서 지는 바람에 ‘쪽박’을 찬 인물이기도 하다. 몇 수 앞서 내다보는 아마추어 바둑의 고수이면서도, 현실정치에는 조금 '둔해’보인다. 지난 선거에서는 공천도 못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우직함’이야말로 조전혁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단순하지는않다‘. 재기발랄’이 조전혁의 또 다른 장점이며 참신한 아이디어의 보고(寶庫)이다.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우직함’과‘재기발랄함’의 결합이 조전혁이다. 조전혁 전 의원이“교육이 서야 나라가 산다”는 캐치플레이즈를 걸고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 전 의원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줄곧 경제학 교수로 일하다가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난 7일 조전혁 전 의원과 만났다.


- 조전혁하면‘전교조 저격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교조 저격수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격수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격수는 숨어서 저격하는 사람인데 저는 숨어서 활동한 적 없습니다. 항상 공개된 공간에서 활동했죠. 저는 사적으로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에게 악한 감정을 가진 적 없습니다. 다만 전교조 활동과 관련해 반대했을 뿐입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아이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활동에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싸워온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행태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교조의 부적절한 활동과 관련해서는 계속 싸워갈 생각입니다.

교육 소비자가 교육을 선택할 수 있어야

- 일각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교육현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교육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 보니 지식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안에 대해 사리분별은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관료적인 통제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시민단체에 있을 때부터 교육은 학생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교조 명단 공개만 강조되다 보니 다른 활동이 묻힌 것 같습니다. 전교조 명단 공개는 여러 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교육 소비자’가 만족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이 교육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공개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시절에 수능성적,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 급식 평가 등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학교폭력 실태도 제가 의원 차원에서 전국단위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공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도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전교조 명단 공개 후 5분 만에 서버가 마비됐습니다. 그래서 서버까지 바꿔야 했습니다.

- 전교조 교사들은 참교육을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자랑스러울 텐데 명단 공개에 그토록 반발했을까요?

저는 전교조 교사만 공개한 것이 아닙니다. 교총 교사 명단도 공개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예전에 전교조가 자신들은 좋은 교사라고 YTN에 광고까지 했었습니다. 그렇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전교조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교조의이중성이죠.

- 최근 <바보야, 문제는 교육이야!>란 책을 쓰셨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해주시고 경기도교육감이 되신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저는 교육 관련 책을 여러 권 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교육의 정규시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정규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암시장이 생긴다는 경제학 법칙이 있습니다. 교육도 같습니다. 학교라는 정규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이라는 암시장이 발달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암시장인 사교육 시장을 규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암시장을 잡겠다는 정책은 심지어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실패했습니다. 정규시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해서 암시장을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 ‘경기 교육의 기분 좋은 변화’라는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기분 좋은 변화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교육은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입시가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중요한 건, 입시과정에서 학생들이 기뻐야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거죠. 누군가 강요하는 공부가 아닌 학생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로 적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육도 필요합니다. 저는 주변에 부모로서 교육이 안 돼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즉 학생들만 교육을 하는 게 아닌 학부모도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을 같이 하고 문제를 같이 풀어가는 교육문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거죠. 누군가 강요하는 공부가 아닌 학생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로 적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 후보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조 후보가 시장주의자이기 때문에 경쟁만을 강조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시장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시장의 기본은‘자발적 교환’입니다. 즉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입니다. 경쟁은 교환의 과정에서 생깁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것입니다. 경쟁은 호혜(互惠)적인 행동이죠. 교육부문에서도 같습니다. 경쟁을 통해 교육서비스가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교육서비스 간의 경쟁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학교도 경쟁을 해야 하고 교사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학생 개개인이 얼마나 성숙된 자아를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수 있게 하는가”에 대한 서비스 경쟁이 필요합니다.

 문용린 서울교육감과 회동한 조 前 의원

서비스 경쟁으로 교육의 질 개선

- ‘전교조 명단 공개’때문에 경제적으로 곤란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이신지?

선거공영제 덕분에 개인 돈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초기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입니다. 저는 펀드를 만들어 선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법적으로 공식 선거자금이 41억7천만원입니다. 저는 펀드로 35억 원을 마련하고 후원금으로 5억 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이대로 진행되면 후원을 해준 이익집단에게 신세지지 않고 소신껏 제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혹시 펀드나 후원을 원하시는 독자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조전혁을 검색해 주세요. 그러면‘조전혁의 기분좋은 경기교육펀드’홈페이지가 나옵니다. 홈페이지에 오시면 계좌번호가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득표율이 15% 이상 나오면 100% 정부로부터돌려받으니까걱정하지마세요.(웃음)

- 한때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할 것이 이야기가 나돌았는데 왜 경기도교육감으로 바꾸신 겁니까?

‘보수진영 팀플레이’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님이재선에 도전하시는데 제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서면 보수진영의 분열을 가져올 게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경기도 교육감으로 나올 결심을 한 거죠. 또 김상곤 교육감이 6년간 있었던 경기도가 혁신학교,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소위‘얼치기 좌파 교육’의 발원지이기 때문입니다.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 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경기도의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거의 모든 과목에서 밑바닥입니다. 잘해야 14등이었고요. 절반 이상이 16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좌파 교육감이 인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혁신학교 설립을 주장하는데, 실제로 인성교육이 성공했는가를 볼필요가 있습니다.

인성을 수치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만 학교폭력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혁신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비율이 일반 학교보다 높았습니다.

- 문 교육감님하고 정책연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문 교육감님에게 조언을 들으러 서울시교육청에 간 적이 있습니다. 문 교육감님이“조 후보님이 갖고 있는 교육철학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시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창조교육을 목표로 지향한다고 답했습니다. 창조교육이란 튼튼한 기초학력 위에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인성 위에 독특한 개성을 얹는 것을 지향하는 교육이 창조교육입니다. 문 교육감님에게 이런 저의 철학을 말씀드렸습니다. 문 교육감님은 저의 교육철학이 자신의‘행복교육’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서로의 교육철학이 맞아 떨어진 거죠. 문 교육감님이 슬로건을‘창조행복교육’으로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시더군요.

- 이번 교육감 선거는 보수 문용린-조전혁 대 진보 조희연-이재정 복식조 게임 양상을 띠어 가고 있습니다. 진보진영 이재정 후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진보요? 그분은 좌파죠. 어떻게 진보입니까? 이재정 후보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불치성 좌파’라 생각합니다. 이 후보가 제대로 된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6·25가 남침인가 북침인가에 대한 정확한 답변도하지 않았고 북한이 핵개발을 한 것은 대한민국의 지원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습니다. NLL 관련 발언도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NLL에 대한 대화가 없었다고 했죠. 그런데 대화록이 나오자 NLL은 대화록의 주된 주제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가 교육감으로 어울릴지 의심스럽습니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사모님이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계속 좋아했죠. 제 처는 순진했어요. 제가 고1 때 연애하자고 하니까 깜짝 놀라더군요. 물론 친구로서는 좀 만났습니다. 학원도 같이 다녔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거의 매일 만났죠. 아주 뜨거운 연애를 했습니다.(웃음)

- 자녀가 딸만 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녀 교육은 어떻게 시키셨습니까?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이른바 ‘방목’스타일이었죠. 대신 스킨십을 자주 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목욕도 제가 직접 시켰습니다. 저는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경상도 억양이 강하신데 프로필을 보니 광주 출생으로 나와있더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할아버님이 황해도 해주분이십니다. 1923년 양복재단기술을 배우기 위해 1년간 일본에 계셨습니다. 그후 마산에 정착하셨습니다. 제 출생지가 광주인 것은 아버지 직장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한국전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는데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근무하셨습니다. 광주에서 일하다가 저를 낳으신 거죠. 저는 돌이 지나 마산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후 3살까지 마산에서 살다가 부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고향을 말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누가 물어보면“제 고향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합니다.

- 경제학자이면서 교육 문제에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한 분이 192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베커(Gary Becker) 교수입니다. 베커는 현대국가 국부의 3/4이 인적자본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1/4은 물적 자본이고요. 즉 국민의 뼈와 근육과 두뇌에 축적된 지식이 국부의 대부분이라는 것이죠.

베커 교수는 80년대의 수치를 바탕으로 연구한 것입니다. 현재는 지식 산업화가 더 진행됐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국부의 95%까지 인적 자본이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경제변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계층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즉 교육보다 더 중요한 사회변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조직을 보면 항상 성공한 교육이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죠. 그래서 교육보다 더 중요한 역사변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경제학자지만 교육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 문제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co.kr
정리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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