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국경 설치는 어느 국가에도 도움 안 돼”
“인터넷 국경 설치는 어느 국가에도 도움 안 돼”
  • 정용승
  • 승인 2014.05.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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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실크로드> 저자 아누팜 챈더
아누팜 챈더 교수

인터넷이 생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올해 3월 12일은 웹(www) 탄생 25주년이다. 인류 역사를 놓고 봤을 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미 인터넷은 인간의 삶을 180도 바꿨다. 이제 인터넷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정보의 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됐다. 웹 탄생 전까지 정보의 이동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었다. 때때로 정보가 있는 장소까지 가야 하는 수고를 하기도 했다. 많은 정보는 지역 안에서 소모됐고 유용한 정보가 세계로 나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즉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적, 물적인 비용과 시간의 경과는 필수였다. 이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 있어야 했다. 자신들의 재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몰리게 되면서 사람이 적은 지역은 낙후되고 지역격차가 나타났다.

시장 개념 뒤집은 인터넷 혁신

인터넷의 탄생은 이런 일반적인 관념을 뒤집어 버렸다. 장소에 상관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재화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스마트폰 앱을 판매하는 앱스토어에서 ‘플래피 버드’라는 게임 앱이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플래피 버드는 놀랍게도 베트남 사람 ‘동 뉴엔’이 만든 게임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서 이런 성과를 낸다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이렇듯 인터넷의 발전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경제시장을 만들었다. 정보의 이동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프리카에서도 전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개방된 인터넷을 우려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개인정보 유출 또한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타국의 사생활 침해 문제, 군사 및 기밀 보안, 자국 내 경제 개발을 이유로 인터넷 장벽을 세우려 한다.

호주는 개인 식별이 가능한 호주인의 건강 정보를 외국으로 유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브라질은 국외로 보내도 되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베트남은 페이스북 업데이트, 친구 목록 등 베트남 국민의 모든 정보를 자국에 있는 컴퓨터 서버에 남기려고 한다.

거꾸로 가는 한국의 인터넷 지도 서비스 규제

한국 정부는 해외 서버에 한국 지도 데이터 저장을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제는 한국에서 구글지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지도는 데이터 서버가 국내에 있는 ‘네이버’와 ‘다음’ 지도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들에게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구글에 익숙한 외국인들은 한국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을 생소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이러한 규제를 통해 정보를 자국 내에 보관함으로써 사생활을 보호하고 보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첫째는 데이터 로컬리제이션(Data localization·서버를 각 나라마다 두는 것)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가이다. 둘째는 데이터 로컬리제이션이 현재 인터넷의 순기능을 저해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는가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로컬리제이션이 자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가이다.

본지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분야 전문가인 아누팜 챈더(Anupam Chander) 교수를 만났다. 데이터 로컬리제이션 문제를 연구해온 아누팜 챈더 캘리포니아주립대 법학 교수는 캘리포니아 국제법 센터장으로서 제도와 규제가 기술혁신, 특히 인터넷의 기술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챈더 교수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디지털 실크로드(The Electronic Silk Road)>가 있다.

다음은 아누팜 챈더 교수와의 일문일답.

- 각국 정부는 인터넷 세계화(Global Internet)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넷은 자신의 집에서 서비스를 전 세계로 제공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사람들의 능력도 같이 변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국가로 서비스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는 것이죠.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능력까지 모두 바꿔놓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서비스 교환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인터넷 데이터 장벽의 피해자는 소비자

예를 들어 삼성 스마트TV는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줍니다. 이런 기능은 삼성이 소비자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하고 있죠. 만약 정보 제공에 장벽이 생겨 인프라를 각 나라마다 세워야 한다면 지금의 분석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소비자의 정보를 한 장소에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제품의 가격이 비싸질 것입니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도 한 장소에서 하나의 인프라로 분석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만약 데이터 장벽이 거세지면 개인이 자신의 컴퓨터에 모든 정보를 넣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작동해야 자신의 스타일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용자는 그런 시스템 사용에 어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서비스 시장은 축소돼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기술은 규제로 인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브라질의 경우 국외로 데이터가 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가 올 봄에 있었습니다. 즉 브라질은 아르헨티나 혹은 칠레에서 정보를 자국으로 가져올 수는 있지만 나갈 수 없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규제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한 국가가 외국기업의 자국 내 진출을 막는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그 나라의 기업 진출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상황은 악화되는 거죠.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들은 글로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 자유무역이 온라인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원칙으로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한국지도 데이터 정보를 외국 서버에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안보 문제 때문입니다. 군사기지나 안보 관련 시설은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이것을 어겼을 경우 네이버나 다음은 국내법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한국 정부는 군사 정보가 외국에 유출됐을 때 외국기업을 국내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글로벌화는 필연적인 수순

미국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구글 맵으로 딕 체니(미국의 46대 부통령)의 집까지는 볼 수 없다.”(웃음) 국가안보에 민감한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지도서비스는 기업에 상관없이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따라야 합니다. 현지법을 존중해야 하죠. 만약 청와대가 지도상에 나타나서는 안 된다면 구글과 MS는 그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외국기업에 정보를 전혀 주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는 서비스 정도를 구글 또한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과 동양의 문물이 만나면서 엄청난 부와 번영을 가져왔지만 각국의 쇄국정책으로 결국 실크로드는 폐쇄됐죠. 그리고 구텐베르크가 인쇄기술을 만들어 인류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인쇄기술은 유럽에 30년 전쟁을 가져왔습니다. 인터넷과 사이버세계가 원더랜드(Wonderland)를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또 하나의 카오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저도 구텐베르크가 인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실크로드에 대항해 쇄국정책을 펼쳤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1차, 2차 세계대전 사이에 무역장벽을 만들어 서로를 규제하기도 했죠. 그러나 결국 모두 피해를 봤습니다. 실크로드는 단기적으로도 혜택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만약 글로벌화를 지속하지 않는다면 각 국가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 저는 아마존 사이트가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두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구글이 더 많은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을 한다면 개인의 대부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구글이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가 우리의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주시해야 하듯 각 기업이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당연히 주시해야 합니다. 저는 요즘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와 오바마 중 누가 더 두려운 존재인지 가끔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두 사람을 모두 존경합니다.(웃음)

하지만 정부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같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저는 기업의 경우 기업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big data)로 피해를 입는 사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개인의 생활에 미치는 접점이 많기 때문에 정보를 오·남용한다면 피해가 커질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정보를 오·남용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익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은 정보 오용 위험 낮아

물론 기업이 정부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대표적이죠. 그럴 경우 기업이 정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는 두려움은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은 다른 경쟁 기업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이 정부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다른 기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를 선택할 수는 없죠. 네이버, 다음, 구글이 싫으면 다른 서비스를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부를 바꾸기는 어렵죠.

- 정보의 글로벌화가 문화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캐나다에 서버를 둔 온라인 데이트 회사 ‘애슐리 매디슨’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자 간의 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간통은 위법입니다. 한국에서 처벌을 하려고 해도 서버가 캐나다에 있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기혼자 데이트 사이트가 생겼다면 물론 불법입니다. 그러나 그런 활동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정책적 이익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법이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은 중국 같은 국가하고는 인터넷 개방이 어렵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정보 개방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는 중국에 기반을 두고 한국의 정보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자유무역원칙을 선진국 사이에서는 가능하지만 중국이나 이란 같은 나라와의 온라인 개방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범죄형 해커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국가를 사이버세계에서 막아버린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비록 이란과 중국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 그럼 한 쪽 국가만 개방을 하게 되는데 괜찮을까요? 양 국가 모두 개방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저는 한 국가가 무역을 공정하게 하지 않더라고 다른 국가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외국의 한 국가가 한국제품을 차별해도 그 나라의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한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무역을 위한 국경 개방은 양국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장벽 충돌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사이버 세상을 규제한다면 보복 규제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세계적으로 인터넷 개방에 대한 인식이 넓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현재 인터넷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은 모든 정보에 접근을 할 권리를 주장할 것입니다. 자신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놓을 수 있는 권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전 세계의 어느 제품이라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국내법으로 인터넷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 내지 국제협약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형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생활이 국제표준이나 국제기준으로 옮겨가는 쪽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규격이나 표준이 하나로 수렴할 수도 있죠. 물론 미래에 대해서 희망적이라고 보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법제화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korea.co.kr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정연호 객원기자 mychuns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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