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뿌리는 중앙아시아”
“불가리아의 뿌리는 중앙아시아”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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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르 안도노브 불가리아 대사
 

1500여 년전 중앙아시아 몽골지역 주민과 슬라브 민족 일부가 실크로드가 가로지르는 발칸반도에서 만나 뿌리를 내리며 국가를 탄생시킨다. 불가리아. 동쪽으로는 흑해, 남쪽으로는 터키와 그리스, 서쪽으로는 세르비아와 마케도니아, 북쪽으로는 루마니아와 인접한 이 나라는 동양과 서양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동구와 서구, 남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이민족의 침입 등 많은 역사적 부침을 거쳐 왔다.

1,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편에서 패전의 멍에를 졌고 냉전시대에는 스탈린주의를 추종하면서 우리나라와는 큰 인연이 없다가 1989년 ‘조용한’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로 전환하면서 우리와도 교류를 본격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럽 내 떠오르는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 4월 한남동에 위치한 불가리아 대사관에서 페트르 안도노브(Petar Andonov) 주한 불가리아 대사를 만났다.

- 불가리아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 장수(長壽)국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나라, 그리고 흥미로운 건 불가리아에서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 것이 ‘예’의 의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오’의 의미라고 하던데요, 맞습니까?

여행가이드북에 그렇게 쓰여 있던가요?(웃음) 최근 한국에서 만난 여러 분이 같은 질문을 했어요. 그렇게 ‘예’와 ‘아니오’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고유의 문화적 습관일 뿐이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표하고 고개를 저으며 ‘아니오’를 표합니다.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그렇게 하는 법을 배웠어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현법이니까요.

- 불가리아 국민들은 수명이 길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통계를 보니 더 이상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구증가율은 세계 최저수준이고 사망률은 최고수준이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죠.

근래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불가리아에는 100세 이상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거트를 먹는 것이 장수에 한 몫 하는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불가리아 요거트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요.

 

실크로드에 위치, 몽골과 슬라브족이 민족의 뿌리

- 많은 한국인들에게 불가리아는 미지의 나라입니다. 불가리아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소개해 주세요.

불가리아는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라 불리는 자리에 위치해 왔습니다. 최초의 불가리아인들은 중앙아시아, 몽골에서 왔고 슬라브 민족과 혼합되면서 681년 불가리아 국가가 세워집니다. 아시아에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또한 불가리아는 슬라브 정교회(Christian Orthodox) 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러시아 등이 사용하고 있는 키릴 알파벳 문자를 직접 발명했다는 점도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에서 한글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키릴을 만들었지요. 현재의 불가리아가 지도에 다시 등장한 독립일은 1878년 3월입니다. 러시아-터키 전쟁의 결과로 500년간 오토만제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죠.

- 권위 있는 세계 여행전문지가 ‘방문해 봐야 할 세계 10대국’으로 뽑을 정도로 불가리아는 최근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불가리아에 가면 어떤 볼거리들이 있나요?

한국에서 가는 직항노선은 없고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 갈 수 있습니다. 저는 패키지 투어를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불가리아, 터키, 그리스 3국을 묶어 여행하는 것이지요. 불가리아는 스키 리조트, 아름다운 산, 흑해, 골프 코스가 관광지로 발달돼 있고 스파 같은 건강을 위한 관광시설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광천수가 풍부한 나라이다 보니 온천이 굉장히 많죠. 여덟 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두 개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있을 정도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볼거리는 6월 첫 번째 일요일에 열리는 장미축제입니다. 불가리아는 세계적인 장미 오일 수출국 중 하나입니다. 장미 오일은 방향제, 향수, 향신료 등의 주원료가 되고 있습니다.

 

내년 수교 25주년, IT 분야 협력 시너지 기대

- 한국과 불가리아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1990년으로 압니다. 현재의 양국 관계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얘기하신 대로 불가리아가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시기는 동유럽의 민주화 및 시장경제화 이후였습니다. 현재 양국은 두 번의 중요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것이죠. 유럽연합(EU)과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있었습니다. 불가리아와 한국 간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은 양국이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인권 존중과 같은 공통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 한국-불가리아 양국의 교류는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면에서 불가리아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지지하고 있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및 남북관계에 대한 독일 드레스덴 연설도 환영합니다. 또 양국은 국제연합(UN)과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무역이나 투자, 에너지 부문에서도 교류가 활발합니다. 에너지로는 태양에너지, 재생에너지가 대표적이죠. 한국의 對 불가리아 투자규모는 현재 약 3억 유로에 달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불가리아의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잠재적인 투자 분야로는 IT,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이 있습니다. 불가리아는 공산주의 시절부터 IT분야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문성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이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는 양국의 성공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IT나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과 시너지 창출이 중요해 보입니다.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이 이뤄지고 있나요.

불가리아는 남동부 유럽의 IT 강국으로 발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이크로소프트사, 시스코 시스템스, 휴렛 팩커드와 같은 국제적 IT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수도 소피아에는 기술단지(Tech park)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양국이 활발한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불가리아과학아카데미(BAS)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간의 협력이 시작돼 현재 두 기관의 연구원들이 IT, 생물의학, 항공우주산업 및 사이버보안과 관련된 환경기술 등에서 매우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습니다.

- 한국과 불가리아의 수교 역사는 내년으로 25주년을 맞는데요, 북한과의 관계는 훨씬 오래됐지요. 현재 북한과는 어떤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요.

공산주의 시절에는 북한과 가까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독일이나 영국처럼 지금도 평양에 불가리아 대사관이 있고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불가리아는 북한과 가까웠던 과거 관계를 이용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더 소통하고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노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본지 기자가 초청된 불가리아 대사관 와인 파티에서 제공된 불가리아 전통음식들

‘이보 전진, 일보 후퇴’, 힘겨운 시장경제로의 발전 과정

- 불가리아가 공산주의, 사회주의체제에서 지금의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과도기를 극복하였습니까.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이보 전진하면 일보 후퇴하는 식으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던 시기였습니다. 불가리아의 과도기는 두 시기로 나눌 수 있겠는데요. 첫 번째 시기는 1989년에서 1997년으로 불가리아 사람들에게 굉장히 힘든 때였습니다. 그 전부터 불가리아는 중앙계획경제, 물가 급등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1997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맞은 것이죠.

1997년 2월에는 한 달 동안 물가가 42%나 오른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후 세 번의 정부 개혁이 이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으로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통화위원회제도(Currency Board Arrangement)는 불가리아 화폐와 유로 사이의 고정 환율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불가리아는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와 금융 안정을 달성해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후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직전까지 부동산개발사업과 금융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건전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 세계금융위기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현재 불가리아의 경제 사정은 어떻습니까.

세계금융위기 이후 몇 해 동안 불가리아도 경제성장의 둔화를 겪었으나 재정상태는 건강하게 유지했습니다. 불가리아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19%로 유럽연합국 중에서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였죠. 우리는 통화위원회제도를 통해 세금을 올리지 않아도 됐습니다. 10%의 법인세, 10%의 개인소득세가 있었을 뿐이죠. 이렇게 낮은 세금 비율은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게다가 사업가들은 유로와 불가리아 통화 사이의 고정환율 때문에 환율변동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 문화적 교류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소피아대학에 한국어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달 4월의 경우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불가리아 바이올리니스트가 콘서트를 여는데 콘서트 티켓이 매진됐다고 합니다. 곧 소피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도 있을 예정입니다. 팝음악 분야에서도 더 적극적인 문화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요즘엔 K팝이 굉장히 유명한데 불가리아에도 재능 있는 팝뮤지션과 재즈뮤지션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육면에서는 교환학생프로그램이 중요한데 현재 양국 간 학생 교류가 활발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에는 불가리아어 학부가 있고, 말씀대로 소피아대학에도 한국어학센터가 있고요.

경제통 언론인 출신, 일본대사 거쳐 한국대사로 부임

- 한국 내에 불가리아 커뮤티니가 형성돼 있나요?

크진 않아도 약 180여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서울에 불가리안 레스토랑이 두 군데 있고요. 하나는 이태원에 있고 다른 하나는 한남동의 젤렌(Zelen)이라는 레스토랑입니다. 다양한 불가리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한국인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입니다. 레스토랑 주인이 훌륭한 공공외교사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대사님 개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언론인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기자로 불가리아 국영방송(BNT)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경제 현안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았습니다. 이후 미국의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에서 동아시아 부국장으로 정치 및 경제 문제를 다루기도 했고요.

정치 경력도 있습니다. 불가리아에 첫 비공산당 정부가 들어서고 국무총리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의 경제문제담당 수석비서로도 일했습니다. 그러다 1998년부터 5년 동안 주 일본 대사가 됐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맡은 대사직입니다. 2012년 11월부터 한국에 있었으니 이제 1년 5개월째네요.

-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아시아에 대한 저의 지식은 주로 동남아시아의 발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지역 국민들과 관계 맺기를 좋아하고 마음을 늘 열고 있었습니다.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이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했고요. 한국에 대사로 있는 것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외교관뿐만 아니라 사업가, 기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불가리아를 방문해 직접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흑해 주변, 산, 마을 관광, 와인 관광, 문화유적지 등에 가 볼 수 있습니다. 골프를 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도 있고요. 더 많은 한국인들이 불가리아를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침 다음 주 대사관저에서 유명한 불가리아산 와인 시음 파티가 열리는데 초청합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인 www.kimbumsoo.net
정리/김아주 인턴기자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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