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도서에 ‘공감’하기 위해 필요한 것
공감도서에 ‘공감’하기 위해 필요한 것
  • 이원우
  • 승인 2014.05.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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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우수교양도서 사업 … 올해 성과는?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

한국의 출판시장은 기묘한 형태로 왜곡돼 있다. 일단 책을 돈 주고 사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이 발표한 ‘2013년 4분기 오락·문화비 지출 경향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서적 구입비용은 월평균 1만5001원이다. 참고서 구입이나 취업용 수험도서가 모두 포함된 비용이므로 실제 교양을 위한 도서 구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책을 사지 않으니 ‘읽는 한국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말 전국 18세 이상 남녀 성인 2000명과 초·중·고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도서 실태조사’ 결과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정기간행물·만화·잡지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읽은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집계됐다.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만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되는 수치다. 독서가 여의치 않은 이유 1위는 ‘시간 부족’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읽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반면 한국의 도서관 시스템은 상당히 훌륭하다. 사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홈페이지 목록에 올라 있는 전국 도서관의 개수는 1만6300개다.

독서량에 비해 과분한(?) 도서관 시스템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서도 장서지만 선진화된 정보화 시스템으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명소로 기능하고 있다. 서울시도 새로 건립된 청사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구 청사 건물을 ‘서울도서관’으로 재개관해 사용하고 있다. 역시 상당히 세련되고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호평을 받고 있다.

‘팔리지 않으나 도서관은 잘 돼 있는’ 복잡한 상황의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것은 정부의 활동이다. 첫눈에 띄는 것은 책값 규제다. 출판계가 불황에 빠져 있으므로 도서정가제를 철저하게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신간과 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없이 책값 할인율은 15% 이내로만 할 수 있는 규제가 준비되고 있다.

책값 규제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가격의 자유로운 변동을 우선시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본질을 건드린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 규제가 결과적으로 책값을 올려놓음으로써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이 언급된다. 중고서점으로 수요가 몰리면 애초의 규제 의도가 희석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

책값 규제가 강하게 시행될수록 도서관 이용의 인센티브 또한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과연 도서관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느냐의 문제다.

 

정부, 출판계 도우려다 ‘숙주’되기 십상

본지는 지난 466호 단독보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상한 교양도서 목록’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교양도서 사업이 좌편향적 도서들을 마구잡이로 파급시키는 숙주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작년 가을의 경우 문체부는 77인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우수교양도서 420종을 선정했다. 이 안에는 체 게바라를 미화하는 반미주의 동화책,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의 노동관을 그대로 담아놓은 동화책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문체부는 도합 2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종당 각각 500만원(최우수도서의 경우 750만원) 이내로 20만여권을 구입해 공공도서관, 전국 각지의 작은도서관, 벽지 초중고등학교, 병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2500여 곳에 배포했다. 정부의 그릇된 판단이 과분하게 선진화된(?) 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얼마나 치명적으로 파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수교양도서 사업은 올해부터 보다 확충된 규모로 진행된다. 공감도서(가칭)라는 이름으로 학술부문/교양부문/문학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선정되는 책은 총 1300여종이 될 전망이고 종당 1000만원 이내 구입돼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전국 초·중·고교, 기타 복지시설 등으로 보급될 전망이다.

어떤 책이 선택되는지를 선정하는 데는 심사위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현재 학술부문 공감도서에 선정되기를 희망하는 도서들의 접수를 완료한 상태이며 심사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학자, 출판평론가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70%) 및 공공도서관 등 수요자 추천도서 조사(30%) 후 330종 내외의 도서를 선정해 6월 말 홈페이지에 공고할 예정이다.

3개 부문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학술부문 도서 선정의 추이에 따라 올해 우수교양도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이념에 ‘공감’하는 책들이 선정될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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