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 자유주의자에게 듣는다
순도 100% 자유주의자에게 듣는다
  • 정용승
  • 승인 2014.05.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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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리드먼 美 산타클라라대 법대 교수
데이비드 프리드먼 미 산타클라라대 법대 교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아들 데이비드 프리드먼(David Friedman) 교수가 지난 8일 오후 7시 자유경제원과 프리덤팩토리 주최 초청강연에 초대됐다. ‘시장실패는 정부개입으로 해결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2시간가량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프리드먼 교수의 말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밀턴 프리드먼의 아들 데이비드 프리드먼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는 자신의 명성보다 그의 아버지 밀턴 프리드먼의 아들로 더 유명하다. 밀턴 프리드먼은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자유주의 경제학자다. 그는 화폐이론을 주장했다. 화폐이론이란 화폐가 고용과 성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부의 통화를 통한 자의적인 경제 개입을 비판했다.

정부의 재량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1970년대 만연하던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하며 1980년대 들어 ‘작은정부와 감세’로 요약되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에 영향을 줬다. 또한 정부의 시장 개입과 정부지출이 번영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기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어머니 로즈 프리드먼도 그의 명성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로즈 프리드먼 또한 경제학자다. 그녀도 ‘작은정부 큰 시장’을 주장했다. 저서로는 밀턴 프리드먼과 공저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가 있다. 이 책에서 로즈는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만연했던 정부의 규제와 케인즈식 통화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로즈는 대공황의 원인은 불완전한 자본주의와 민간기업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라고 단언한다.

시대를 앞서간 학자 집안에서 자란 데이비드 교수는 자신의 부모보다 급진적인 시장주의자다. 큰 시장을 주장했지만 정부의 역할도 어느 정도 인정한 부모와는 달리 그는 정부의 역할은 거의 필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은 ‘개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해도, 개인의 합인 사회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인 ‘시장실패’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데이비드는 이런 관점에서 ‘무정부적 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다.

데이비드 교수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경제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데이비드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꿨다. 현재는 산타클라라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불완전한 미래(Future Imperfect)>가 한국에 번역 출간돼 있다.

아버지보다 급진적인 자본주의자

- 교수님은 부친이신 밀턴 프리드먼 교수를 사회주의자라고 비판하신 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하지만 농담입니다. 물론 모든 농담에는 약간의 진실이 있기 마련이죠. 사회주의가 생산수단에 대한 정부의 소유와 통제를 의미한다면 대부분의 실제 사회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혼합 형태입니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까지의 공립교육 시스템은 완전히 사회주의적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의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법을 강화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산업을 관장하는 법원, 경찰, 입법부 등을 정부가 독점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주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제 아버지는 ‘법원 체제’(court system)가 정부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라 부른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보다 더 나아간 자본주의를 원합니다.

- 아버지 밀턴 프리드먼 교수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대표적 시장경제 옹호자로 간주되는데 교수님에게는 부족하군요. 아버님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아버지와 싸운 것처럼 오해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의견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저는 아버지를 무척 좋아합니다. 아버지는 가장 훌륭한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매우 똑똑하고, 정직하고 관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본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첫 경제 논문 ‘국가들의 규모와 형태에 대한 이론’(A Theory of the Size and Shape of Nations)을 쓸 때 아버지가 개발한 ‘프리드먼 테스트’를 사용했습니다. 또 아버지로부터 논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생각에 대해 관용적이었으며 자식들에게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 경제학 강좌를 단 한 과목도 이수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경제학 강의를 하실 수 있었습니까? 그리고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훗날 경제학 연구에 도움이 됐나요?

맞습니다. 가르치기만 했죠. 정규 코스에서 배우지 않은 것의 장점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창적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코스에서 배운 지식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학 공부는 경제학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학을 잘 배운 것이 장점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의 경제학은 수학과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 언제 왜 전공을 바꾸셨나요?

저는 이론물리학으로 박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포스트 닥터 시절 정치철학과 경제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와 게리 벡커(Garry Becker) 교수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펜실베니아대학으로부터 경제학으로 전공을 변경하면 포스터 닥터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이 왔습니다. 이때 물리학보다는 경제학이 더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금 대학에서는 ‘경제 법칙’(economic law)을 가르치시는 것이 아니라 ‘법의 경제학’(the economic of law)을 가르치시는데 경제적 논리만으로 법을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범죄자는 합리적이다”는 가정 하에서 연구를 진행하시던데 과연 모든 범죄자가 합리적일까요?

경제학은 인간 행동을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법뿐만 아니라 정치·범죄·가족·결혼 등 거의 모든 사회현상이 분석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는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합리적 행동이 저희가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죠.

즉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이득이 되면(profitable) 범죄자는 늘어날 것이며 반대가 되면 감소할 것입니다. 저는 범죄자들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그러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완전히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저도 비합리적일 때가 있습니다.

- 교수님은 <자유의 장치>(The Machinery of Freedom)라는 저서로 명성을 얻으셨습니다. 올해 말 개정판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전 판과 어떤 변화가 있는지요?

과거보다 추가된 부분이 있는데 제 웹페이지에서 다운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누가 스캔해서 PDF 파일로 올린 해적판이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자연권’ 보다 ‘비용편익 계산’이 옳고 그름의 기준 돼야

- 교수님은 ‘무정부적 자본주의자’(anarcho-capitalist)로 불립니다. ‘무정부적 자본주의자’라고 하면 흔히 머리 로스바드(Murray Rothbard)를 떠올립니다. 교수님의 이론은 ‘결과론적 리버테리아니즘’(Consequential libertarianism)으로 분류되면서, 머리 로스바드의 ‘의무론적 리버테리아니즘’(Deontological libertarianism)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어떤 차이인가요?

로스바드의 리버테리아니즘은 근본적으로 도덕에 관한 것입니다. 선험적으로 인간에게는 ‘자연권’(natural right)이 있다고 가정하죠. 그러나 저는 이런 주장으로는 무엇이 옳고 틀린 것인지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애매한 ‘자연권’ 개념보다는 ‘비용편익 계산’(cost-benefit calculation)을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정치적 입장을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보다 이러한 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럼 ‘자연권’ 개념을 거부하시나요?

자연권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권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다른 리버테리안들의 자연권에 대한 단순 발언은 논리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자유의 장치>에서 이 점을 설명하는 데 1장을 투자했습니다. 선험적 도덕으로서의 자연권 개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 교수님은 미국의 개입주의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계시던데 한국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개입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겠죠. 한국의 경우는 개입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타국 일에 개입하는 정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다른 사례를 볼 때 결과가 나빴던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보면 한국의 국력은 북한보다 몇 십 배 우위에 있습니다. 적어도 현재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스데딩’(Seasdeading) 운동(바다 위에 영구 거주지를 건설해 이상적인 ‘무정부 국가’를 수립하려는 운동)을 하신다고 하던데…

그건 제가 아니고 제 아들이 하는 것입니다.

- 아드님이 더 과격(radical)하시네요? ‘시스데딩’ 운동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공하면 매우 좋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어떠한 기업에 새로 투자를 했는데 확률이 낮지만 잘만 되면 결과가 좋은 경우와 같습니다. 정치적 관점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지만 혹시라도 성공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제 아들의 활동을 지지합니다.

- 유토피안적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 아닐까요?

유토피아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상 거주지(Floating housing)의 가격을 적당한 선으로 낮춰야 하는 공학적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리고 저희는 그곳에서 강제로 사람들을 살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윤창출 활동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회 공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약금지 등이 없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을 꿈꾸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곳은 없습니다. 완전 자본주의 국가는 없었습니다. 영국이 자본주의 국가에 가까웠었지만 지금은 덜 하고, 20세기에 홍콩이 자본주의에 더 가까워졌지만, 그 어떤 국가도 완전히 자본주의가 되지는 않았었습니다. 마약에 관해서라면 포르투갈이 마리화나를 합법화시켰다고 알고 있지만 다른 마약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어쩌면 느린 과정일지도 모르죠. 미국의 경우 1920년대 마약이 대부분 불법화됐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관점에서는 후퇴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 예측은 불가능, 그러나 ‘가능성’은 볼 수 있어

- <불완전한 미래>(Future Imperfect)란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알고 있습니까?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볼 수는 있죠. 저는 <불완전한 미래>에서 미래를 예측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기술이 이렇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기술 발전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발전이 모두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나의 혁신이 다른 혁신을 억누를 가능성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 기술 혁신 분야 중 하나에서 선두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 분야는 인터넷의 사용입니다. 예를 들어 제 막내아들이 스타크래프트를 7살쯤에 하다가 지금은 안하는데 한국에서 그것이 미국의 야구나 미식축구 같은 역할을 하더군요.

- SF 소설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SF가 아니라 판타지 소설입니다. 2권 썼는데 그 중 하나는 딱히 판타지도 아니었습니다. 판타지는 마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SF와 다릅니다. 비록 마법의 일부 중 과학적 내용도 포함은 되지만 판타지인거죠. 제가 생각하는 마법은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쓴 마법의 바탕에는 수학적 구조가 있습니다.


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korea.co.kr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김동수 객원기자 dskimkor@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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