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을 혁신할 사람은?
경기도 교육을 혁신할 사람은?
  • 이원우
  • 승인 2014.05.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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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前 장관 출마 … 反 전교조 조전혁 후보와 격돌
 

교육의 측면에서 경기도는 매우 상징적인 곳이다. 일단 학생 숫자가 서울보다 많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초·중·고 학생 수는 총 162만3469명이다.

이는 전국 비례로 약 25%, 그러니까 대한민국 학생 4명 중 1명이 경기도 학생이라는 걸 의미한다. 약 120만 명의 학생을 교육시키고 있는 서울보다 많으며 학교 숫자는 4400개가 넘는다.

정책 측면에서도 경기도는 혁신(?)의 몫을 담당하고 있는 논쟁적 행정구역이다. 그 유명한 무상급식과 혁신학교가 바로 경기도발(發) 정책이다.

‘저작권자’는 2009년부터 두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김상곤 前 경기도교육감이다. 그는 2009년 4월에 처음으로 치러진 경기도 직선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고 2010년 6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현재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상태다.

곽노현 前 교육감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학생인권조례도 시작은 경기도였다. 2009년 12월 변호사 및 법대 교수들로 구성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회가 초안을 발표했을 당시의 위원장이 곽노현 前 교육감이었다.

결국 곽노현 위원장이 서울로 진출해 교육감에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무상급식 등은 서울의 논란으로 확산돼 학교를 정치적 논쟁의 격전지로 만들었다. 최근 5년간 교육계에서 논쟁거리가 된 거의 모든 정책이 이런 식으로 ‘경기 생성 → 서울 확산’의 패턴에 따라 진행됐다.

혁신학교, 김상곤에서 이재정으로?

김상곤 前 교육감은 경기도지사에 출마 의사를 밝히며 ‘무상버스’라는 새로운 무상공약(세금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공석이 된 경기도교육감에 어떤 인물이 도전할 것인지에 자연히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야권에서 등장한 것은 의외의 거물, 이재정 前 통일부 장관이었다.

지난 3월 24일 경기도교육청 브리핑 룸에서 출마선언을 한 이재정 후보는 이번 선거를 “진실과 거짓, 교육과 반교육의 대결”로 규정했다. 그런 한편 김상곤 前 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을 계승해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교육계를 좌 우로 갈라놓은 혁신학교 정책은 과연 모든 학교로 확산될 수 있을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혁신학교가 학부모 및 학생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를 다수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학급당 학생 숫자를 대폭 줄이고(25명 이하) 교사들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원칙은 자율형 사립고에 거부감을 느낀 학부모들에게는 한때 최적의 대안으로 생각됐다. 체험학습, 자연교육, 공동체 교육 등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점, 학생이 개별적으로 챙겨야 할 준비물도 거의 학교가 준비해 준다는 점도 혁신학교의 인기 요인이다.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경기도 광명시 구름산초등학교에는 혁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람들을 잡아내는 기구인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특별대책위원회(과밀특위)’가 생기기도 했다. 혁신학교 주변 전세가 폭등한 점도 전교조를 포함한 좌파성향 단체들이 혁신학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자주 삼는 근거다.

이런 혁신학교에 우파진영은 왜 반대하는 것일까.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간단한 원리 때문이다. 자금과 자원이 무제한이라면 혁신학교는 한국 교육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자원이 희소한 현실 속에서 그런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에 대해 연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세금이다. 이재정 후보의 주장대로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서 모든 학생들을 혁신학교에 보내느니 자율형 사립학교를 늘리는 편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밖에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보다 낮다(일반 학교의 80% 수준)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학력저하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고,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많이 몰리는 경향성이 추정되면서 혁신학교가 ‘이념 거점화’될 우려도 지적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혁신학교나 무상급식 정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문제에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재정 후보

이재정의 ‘조금 독특한 교육경력’

한편 김상곤 前 교육감의 무상공약(세금공약) 시리즈를 계승할 방침을 밝힌 이재정 후보에 대해서는 ‘전문성 논란’이 존재한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성공회 사제 출신 인사가 교육 분야에 과연 얼마나 전문성을 가졌겠느냐는 문제다. 이재정 후보는 경기도와 특별한 연고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교육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통일부 장관 1년 3개월이 너무 도드라진 기간이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연고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장을 맡았던 유치원이 경기도에 속한 유치원이었고 경기대학교 이사도 맡았다. 그리고 성공회대에서 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광명시와 했기 때문에 인연은 여러 가지로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서울 성공회대학교를 한국의 대표적인 좌파사학으로 만든 교육 공로(?)가 있다. 성공회대의 전신인 성 미가엘 신학원 출신이기도 한 이재정 교수가 부임하기 전까지 성공회대는 작은 신학교에 불과했다.

결국 성공회대를 4년제 종합대학으로 발돋움시켜 총장까지 지낸 그는 좌파성향 교수들을 대폭 영입해 성공회대를 하나의 ‘싱크탱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추대된 조희연 교수 역시 성공회대 교수이다.

이외 통혁당 사건에 연루된 박성준(한명숙 前 총리의 남편),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한 진영종, 김일성을 “자수성가형 민족영웅”으로 찬사한 한홍구, 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한 권진관과 이종구,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이영환, 1990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됐던 임규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딸이자 노동운동가 출신 백원담 등이 성공회대 교수로 차례차례 영입됐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부로 꼽히는 김수행 교수 또한 서울대 정년 퇴임 이후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됐다.

2010년 변호사 시절 박원순 시장은 “나는 성공회대 학생이고 싶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성공회대는 캠퍼스도 작고 대학 규모도 작다. 양으로 따지면 그렇다. 그러나 질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아주 큰 대학이다. 거기에는 좋은 교수님과 좋은 커리큘럼이 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진정으로 세상을 사랑하고 헌신하게 만드는 미래의 비전이 있다. 내가 다시 젊어 대학을 간다면 나는 성공회대 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이재정 후보에게 경기도 연고가 희박할지언정 교육계 경력이 없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에는 돈이 든다. 이재정 총장이 성공회대를 혁신하는 데도 당연히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469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성공회대의 성장에 이재정-김승연(한화그룹 회장)의 연결고리가 작용했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이재정의 숨은 후원자, 한화

김 회장의 선친인 故 김종희 회장 때부터 시작된 인연은 이재정이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본격화됐다. 김승연 회장은 성공회대 이사로 선임된 바 있으며 1996년 5월에는 성공회대 개교 82돌 기념식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1997년 4월 28일에는 성공회대의 이사장으로도 선출됐다. 이재정은 김승연 회장의 아들이 세례를 받을 때 사제이자 대부(代父)로 서주기도 했다.

성공회대의 대학본부 건물 이름은 지금도 ‘승연관’이다. 학교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만큼 김승연 이사의 이름을 건물명으로 하자고 제안했던 것은 물론 이재정 당시 총장이었다. 한화건설은 성공회대의 새천년관 건립공사를 했으며 공사대금 140억 원 중 10억 원을 깎아준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재정과 한화 간에 ‘아름다운 10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2004년 1월 28일 법원은 한화그룹으로부터 대선 불법자금 10억 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수수 받아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전달한 혐의로 이재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대기업의 불법 대선자금이 노무현 캠프에 전달된 사실이 밝혀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국회의원이자 대학 총장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제인 이재정이 불법자금 혐의에 관련됐다는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이재정 前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는 것에 대해 2004년의 불법자금 혐의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좌파성향 학자로 분류되는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7일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이재정 후보에게 “(이번) 출마는 잘못된 것이니 재고해 달라”는 쓴 소리를 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 칼럼에서 “만약 비리 전력의 선배님이 교육감이 된다면 경기도 어린이들은 새 교육감을 보면서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리’가 바로 2002년의 한화그룹 불법자금 혐의다.

조전혁 후보

좌파 교수도 “이재정, 출마 재고해야”

이재정 후보가 인권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균형 잡힌 감각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는 좌파진영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이제껏 학생을 하나의 대상 또는 교육을 받는 아이로 보던 것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시작한 엄청난 관점 변화”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통일부 장관으로서 이재정은 단 한 번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피력한 일이 없다. 도리어 장관 청문회 당시에는 북한인권과 관련된 질의에서 “저 내용들(북한인권 유린)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해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최근엔 김정일-노무현의 2007년 정상회담과 관련해 “NLL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국정감사장과 방송에서 증언했으나 허위로 드러나며 위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리 전력만큼이나 치명적인 것이 왜곡과 허위의 전력 아닐까.

이와 같은 과거에 대해 이재정 예비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은 바 없다. 다만 “극단적인 성향의 여권 인사가 출마하는 등 경기교육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친일사관을 가진 교육감이 등장해 친일 역사교과서 파문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며 화살을 오른쪽으로 돌렸을 뿐이다.

출마 선언 당시 이재정 후보가 언급한 ‘극단적인 성향의 여권 인사’는 누구일까. 조전혁 前 의원이라는 게 중론이다. 본래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타진하던 조 후보는 방향을 돌려 경기도교육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단일화와 관련된 몇 번의 진통이 있었지만 보수성향 후보 중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점쳐지고 있다.

조전혁과 이재정의 대립각이 가장 민감하게 세워지는 분야는 역시 전교조 문제다. 조전혁 前 의원은 2010년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가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반면 이재정 후보는 “(전교조를) 초기 단계부터 지지했고, 국민의 정부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전교조가 교원노조로 발전해 나가는 데 저도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전교조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프레시안 인터뷰).

또 한 가지 각이 세워지는 분야가 있다면 무상공약(세금공약)과 관련된 정책 논쟁이다. 지난 8일 경기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조전혁 후보는 김상곤 前 교육감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재직 5년여 동안 도교육청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에 예산을 편중적으로 투자하는 바람에 재정부족으로 학생들의 안전문제에 등한했다”는 게 조 후보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학교건물, 기자재 등에 대한 긴급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학교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정례화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밝혔다.

그밖에 안전교육 실시-대피훈련 정례화, 학생안전헌장 제정,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대신 학생의 권리와 책무를 균형 있게 강조하는 ‘학생권리책무헌장’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국 이재정 후보와 조전혁 후보의 대결은 ‘전교조와 反전교조의 대결’이자 ‘무상공약과 안전공약의 대결’로 진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시교육감 못지않은 치열한 선거는 이미 시작됐다. 누가 경기도 교육을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할 수 있을까.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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