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아이콘, 교육감에도 ‘합격’할까
합격의 아이콘, 교육감에도 ‘합격’할까
  • 이원우
  • 승인 2014.05.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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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前 의원 … ‘높은 인지도, 낮은 전문성’ 논란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을 순 있어도 모를 순 없다. 수식어를 무엇으로 골라야 할지가 고민일 따름이다.

학생들에게는 사법, 행정, 외무고시를 섭렵한 ‘공부의 신’이다. 학부모들에게는 수원지법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재직한 법조인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식강의로 이름을 날린 증권전문가이며, TV를 보는 사람에게는 SBS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한 예능인(?)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나라당 18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 을)으로 당선돼 금배지를 달기도 했다.

그럭저럭 ‘前 국회의원’으로 정리되는 듯했던 그의 직함에 새로운 ‘스펙’이 추가될 수 있을까.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도전한 고승덕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입체적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건 지금은 교육의 관점에서 ‘인간 고승덕’의 삶과 가치관, 교육감직 수행능력을 평가해 볼 때다. 물론 그 모든 것을 사려 깊게 감안하기에 유권자들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는 않았다.

1957년 광주에서 태어난 고승덕 후보는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서울법대에 합격했다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는 모든 것의 시작일 뿐이다. 대학 재학 중에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외무고시 차석 합격, 행정고시 수석 합격의 기록을 세우며 ‘전설’이 됐다.

3고시 패스, 주식전문가 … 원하면 이룬다

이외 하버드, 컬럼비아, 예일 로스쿨 모두에서 학위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2년 7월부터 SBS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해 명성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법조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포맷이 생소하던 때라 그의 존재와 화려한 경력은 큰 화제를 모았다. 2003년 내놓은 책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2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이 무렵 고승덕 변호사가 새롭게 개척한 분야가 있다. 주식 투자다. 2003년 펀드매니저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고변호사의 주식강의’를 3권까지 내놓으며 증권업계에서 활약했다. KBS ‘생생경제연구소’를 진행하고 한경와우TV의 프로그램 ‘천재 고변호사의 증권고시패스’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던 그는 상당히 많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흔히 주식시장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부른다. 3고시 석권과 화려한 학벌이 그의 능력을 증명했다면 그의 주식이론과 기법은 ‘인간 고승덕’의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의 주식론(論)은 어떤 것일까.

저서 ‘고변호사의 주식강의’를 보면 고승덕의 주식분석은 이른바 ‘파동원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저자소개란에는 “파동원리를 창안하여 파동원리와 투자전략에 대해 강의하며, 파동원리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파동원리 자체는 주식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엘리어트 파동이론(Elliott’s Wave Principle)을 본류로 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온당하다.

이른바 ‘기술적 분석’으로 볼 수 있는 이 접근법은 주식차트가 어느 정도의 ‘법칙’을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대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다. 즉 대세상승기에는 상승시 강한 파동-조정시 약한 파동을 보이며 대세하락기에는 반대의 패턴을 보인다는 식이다. 금리나 환율 등의 각종 경제지표보다 주가의 ‘추세’를 중시하는 저자의 견해는 가히 법전 수준으로 자세히 설명돼 있어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냈다.

다만 파동이론은 공부할 당시에는 손에 잡힐 듯 다가오지만 현실에선 적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물며 한국 주식시장은 가장 예측하기 힘들고 역동적이며 광기(狂氣)에 휩쓸리는 때도 적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격전장이다. 과거의 패턴이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이론을 주창한 랄프 넬슨 엘리어트 본인조차도 파동이론에 입각한 매매로 수익을 얻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실질적으로 파동이론을 세간에 알린 메릴린치증권의 로버트 프랙터 역시 실제 매매로 수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 파동이론에 관한 출판, 강의, 방송출연 등으로 돈을 벌었다는 게 중론이다.

증시가 그의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자 프랙터는 결국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채 존재감을 잃어갔다.

 

‘책 밖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의 문제

파동이론을 추종한 전문가 고승덕의 주식 성적은 어땠을까. 2006년 11월 11일 고승덕 변호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손을 잡고 한국로드주식형신탁, 일명 ‘고승덕 펀드’를 내놨다. 발매 8영업일 만에 무려 560억 원 어치가 팔린 이 펀드는 판매 한도를 넘기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에 반해 성적은 ‘불합격’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2007년 경제는 엄청난 호황을 맞으며 코스피지수 2000을 돌파했지만, 그해 5월까지 고승덕 펀드는 시장과 반대되는 행보를 반복하며 수익률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그나마 신탁계약이 만료된 2007년 11월 평균 수익률 15.97%를 달성했으나 코스피지수 상승률 35.5%와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과였다.

주식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사람 중에 시장의 평균수익률을 웃도는 매매를 하는 사람이 턱없이 적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고승덕 펀드의 경우 워낙 유명한 인물의 이름에 기대고 있었던 만큼 ‘주식전문가 고승덕’의 명성에는 큰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수익률 이외에도 고승덕 펀드는 ‘신의성실’의 측면에서도 논란이 됐다. 신탁계약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고승덕 변호사가 한나라당 대선캠프(클린정치위원회 전략기획팀장)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계약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년 후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1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 중 더 어려운 것은 어느 쪽일까.

고승덕 펀드 이후에도 고 변호사는 주식 및 경제 전반에 관련된 코멘트를 자주 했지만 신뢰성에 대해서는 예전만큼의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2009년 9월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향후 3,4년 내에 종합주가지수가 3000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개설한 개미들닷컴(www.gamiddle.com)에는 2004년 11월 이후 그의 분석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무렵의 고승덕 변호사가 교육 문제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무렵 고승덕 본인은 자신이 7년 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을까. 그의 다음 행보는 정치였다.

2007년 17대 대선 최대의 화두는 이명박 대통령의 BBK 논란이었다. 고승덕 펀드 운용 중이던 고승덕 변호사가 대선캠프로 부랴부랴 소속을 옮긴 이유 역시 BBK 문제에 전문적으로 대응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듬해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고승덕 변호사는 서초을 지역구에 내정 받으며 무난하게 금배지를 달았다. 동시에 그에게는 ‘보수 이미지’가 생겼다.

BBK 대응팀, 그리고 국회의원

이념 성향에 대해서는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이 보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는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에 충실하지 못한 ‘보수’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당적을 성향과 간단히 동일시하는 건 무리수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의정활동 4년은 고승덕 의원의 세계관을 알아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된다. 고승덕 의원이 발의한 다양한 법안을 통해 그의 성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발의한 법안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으로는 2011년 10월의 ‘학교 내 주류반입 금지법안(대학 포함)’을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교내 주류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뜨거운 비난여론에 부딪치며 흐지부지됐다. 학교에서 술과 관련된 사고가 난다고 해서 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규제과잉이라는 지적이었다.

그 외 여론조사 공표금지 6일→3일 단축 법안 발의(2011.11),
국민 재정위기 불안감 해소법안 발의(2011.11),
기업담합 내부신고자 보호 법안 발의(2010.2),
청렴계약제 의무화법 발의(2010.2),
보험사기예방원 신설법안 발의(2010.1),
사회적기업 운영활성화 추진법안 발의(2010.1),
국민연금 대량보유보고 제외 개정안 발의(2009.3),
폐차 후 신차 구입 시 최대 250만원 지원법안 발의(2009.3),
세입자 권리강화 법안 공동발의(2008.7) 등에 나섰다.
원희룡 의원이 발의한 재래시장 상권 활성화(2008.12) 법안에 참여한 일도 있다.

교육보다는 경제에 관련된 법안 발의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나마 사회적기업 운영 활성화나 재래시장 상권 활성화는 反시장적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은 법안이다.

교육과 관련된 법안 발의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2008년 12월 고승덕 의원은 고교 무상교육 추진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18대 대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의 공약과도 겹치는 부분이지만 애초부터 경제민주화 바람에 포섭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데다 현재는 예산문제로 방향타를 잃은 상태다.

지난 3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예산을 더 주면 모르겠지만 지금 있는 예산으로 더 이상 무상교육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조희연 후보(성공회대 교수)는 “유아부터 고교까지 완벽하게 책임지는 혁신 공교육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보수’로 분류되고 있지만, 고승덕 후보의 교육 분야 가치관은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온당해 보인다.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면 오히려 문용린 후보보다 조희연 후보 쪽에 가까이 서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인 고승덕’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리 아름답게 장식되지는 못했다.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 사건’ 때문이다. 정계를 뒤흔든 폭로를 감행한 그의 의도에 대해서는 대단히 많은 해석과 추측이 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어느 것도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의 행보가 교육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보다는 ‘성장이 좌절된 정치인’의 모습에 가까웠다는 점만이 중요할 뿐이다.

여론조사 후 출사표 … “전문성 있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이자 서울사이버대학교 석좌교수로서 수백 번의 특강을 해왔으면서도 그는 언제나 현재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 ‘멘토’의 느낌이었지 교육계를 이끌어가는 ‘교육자’로 각인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교육감 후보로 나선 명분은 ‘시민의 뜻’이었다.

그는 지난 3월 6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RDD를 이용한 집 전화와 휴대전화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고승덕 전 의원은 응답자의 37.6%로부터 지지를 받았다(1위).

2위를 기록한 문용린 현 서울시교육감은 21.2%였으며 당시까지 서울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졌던 조전혁 前 의원은 6.0%의 지지를 받았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의 뜻에 따라 출마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한 그는 지난 7일 을지로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했다.

현직 문용린 교육감을 의식한 듯 “서울 교육의 여러 가지 현안들은 교육학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그는 “정책 전문가로서 관료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청을 쇄신할 수 있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교육 비전으로 ‘공감교육’을 제시한 그는 인재상으로 ‘수퍼스타’를 내세웠다. ‘수’업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학습) ‘퍼’스널리티가 바른 아이(인성) ‘스’스로 꿈을 찾는 아이(진로) ‘타’인과 나누는 아이(공동체 정신) 등의 가치를 아우르는 표어다. 정책 측면에서는 좌우로 양분된 두 진영의 장점을 취합하는 데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서울형 새학교’라는 모델을 제시한 그는 “혁신학교와 자사고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없앤다 놔둔다 얘기하는 건 결국 진영논리다. 자사고의 단계적 개선을 이루고 혁신학교의 장점을 서울형 새학교 모델에 적용해서 일반고에 보편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진영논리’를 이유로 댔다.

“오로지 진영논리에 의한 단일화는 반대한다. 시민들이 인물과 정책으로 교육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시민들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단일화가 바람직하다. 오늘은 정책을 말씀드리는 자리기 때문에 더 이상 단일화 얘기는 하지 않겠다.”

사회적 배려대상 맞춤형 보충학습 등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만하게 사용되는 사업비와 불필요한 예산 등을 절감하면 10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예산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교육감 선거가 정계 진출의 발판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SBS ‘짝’의 연출로 유명한 남규홍 PD의 책 ‘출세만세’에서 고승덕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세하는 법?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라, 그게 화두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출세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잖아요. 남의 생각을 하지 않고서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자기 소신이라고 말하는 게 남의 마음에 상처 주는 게 많잖아요. 여기서 소신이라든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들일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유권자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읽고 있을까. 교육감 후보에게 요구되는 소신(所信)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선거는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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