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 4년 누구에게 맡길까
서울교육 4년 누구에게 맡길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5.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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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2014년 예산은 약 7조4000억원이다. 같은 해 부산시의 예산이 8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위상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러한 서울시교육청의 수장이 바로 서울시교육감이다. 흔히 ‘교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관할한다. 고교선택제 등 초·중·고 학제의 주요 내용을 결정하고 학교 설립 등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학원의 불법영업 단속 등도 교육감이 책임진다. 교사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교육감의 자리는 선거로 결정된다. 선거에는 늘 포퓰리즘이 등장한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로 갈리고 좌와 우가 대립한다. 흔히 교육을 ‘국가백년지계’라고 하지만 사실 대한민국 교육은 ‘4년지계’라고 할 만하다. 진보와 보수 이념의 교육감 후보들에 따라 교육 철학과 정책이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감선거에 책임지는 정당 공천이 없다보니 후보들이 난립하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이라고는 일체 경험해 보지 못한 정치인들도 이러한 교육감 선거에 나선다.

보수와 진보 4파전 된 서울교육감 선거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크게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4파전으로 압축된다. 보수진영에서는 문용린 현 서울시교육감과 고승덕 전 의원이, 진보진영에서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각각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문용린 vs 조희연의 2강구도로 좁혀지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양자구도는 각 진영에서 나머지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룬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영간 후보 단일화는 이미 실패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찌감치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던 진보 측은 ‘2014 좋은교육감시민추진위원회’(추진위) 주도로 시민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거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후보 중 1명인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중도사퇴하는 내분을 겪었고 한 달여만인 28일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윤덕홍 전 대구대 총장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결국 단일화가 깨졌다.

보수진영은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올바른교육감)를 주축으로 단일화를 진행했지만 인지도가 높은 고승덕 변호사가 불참하고 단독 후보로 나서면서 단일화가 물 건너간 분위기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재단일화 추진은 여전히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이미 조희연 교수가 단일후보로 뽑혔는데도 윤덕홍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이유로 “당시에는 서울시교육감에 나설 결심을 하기 전이었는데다 경선이 치러지는지도 몰랐다”고 설명했던 것.

여기에 윤덕홍 후보는 “박원순 시장의 권유를 받았다”라고 말해 진보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중에 따라 진보진영 내에서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 의중 따라 진보 단일화 가능

현재까지 지지율을 보면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25.5%)가 6·4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문용린 현 교육감(21.6%)과 고승덕 변호사(15.8%), 조희연 교수(10.7%)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윤덕홍 부총리측에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인텔리서치에 의뢰해 4월 26일 19세 이상 서울시 거주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 RDD방식으로 진행했던 내용이다.

표본은 인구·연령·지역별 비율을 가중 적용해 분석했으며 총 9만4690개의 표본을 추출해 1010명의 유효표본을 얻었고 3.0%의 응답률을 보였다. 표본오차±3.1%, 신뢰도 95% 수준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층과 50대 이상 연령층, 보수층은 문용린 현 교육감을 가장 선호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과 무당파, 40대 이하 연령층, 진보층과 중도층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진보성향 단일후보 대 문용린·고승덕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 진보성향 단일후보의 지지율은 33.0%, 이에 대한 보수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은 고승덕 27.0%, 문용린 24.5%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보수진영에서 단일화를 실질적으로 거부한 고승덕 후보의 지지율이 중도층의 지지로 문용린 후보보다 다소 앞선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을 진보진영보다 어렵게 만든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물론 이 여론조사가 세월호 참사 후 시행된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보수층은 고승덕 변호사(35.6%)보다는 문용린 현 교육감(51.6%)을 더 선호했으며 진보층은 진보성향 단일후보(74.5%)에게 몰표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진영에서 후보 단일화가 일어나면 갈라진 보수진영의 교육감 선거는 필패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만일 고승덕 후보가 단일화에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보수진영에서는 나름 표심의 응집에 결단을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서울시교육감 이념 성향 선호도는 보수 31.2%, 진보 26.4%, 중도 26.1%였으며 보수 성향 후보를 좀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수진영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진보진영의 단일화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단초가 내포돼 있다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보수진영은 고승덕 후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고승덕 후보는 정치인 출신이다. 보수진영에서 고승덕 후보를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크게 지지하지 않는 이유도 사실 그러한 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수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이 됐을 때 그가 마주해야 하는 세력은 역시 전교조다. 전교조는 단순한 교사들의 노동단체가 아니며 반체제적, 그리고 일부에서는 종북적 성향마저 노정하는 이념집단이다. 이들을 견제하고 때로 투쟁하려면 교육 이슈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다시 말해 서울시교육감이 이들과 이념으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행정의 이슈 속에서 이들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진다.

 

고승덕 후보가 교육감이 되면 전교조는?

문제는 고승덕 후보가 이러한 부분에서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승덕 후보는 서울시교육청이 ‘관료기관이 아닌 교육서비스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충분히 의미가 있는 주장이지만 과연 고승덕 후보가 전교조를 비롯 진보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주장하는 ‘혁신학교 확대’와 같은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친환경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첨예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이에 비해 문용린 후보는 이미 1년간 자신의 정책에서 이러한 문제들의 처리 방향을 분명히 해왔다.

혁신학교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고승덕 후보는 최근 “자사고·혁신학교 등을 무조건 없애겠다는 것은 진영논리라고 생각한다”며 “자사고의 문제점은 장기적으로 개선해갈 것이고, 현재 일부만 누리고 있는 혁신학교의 장점을 모든 학교들에 이식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혁신학교·자율학교의 장점인 자율성과 창의성을 일반학교 운영에 반영한 ‘서울형 새학교’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에 반대하는 교육 일선의 교사들과 전문가들은 고승덕 후보의 이러한 정책이 교육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전교조에 반대하는 A학교 교사의 말을 들어 보자.

“혁신학교는 전교조의 주요 거점 타깃입니다. 학교의 자율성을 이용해서 그들의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죠. 그래서 새로운 혁신학교에서 교사들을 모집하면 전교조 교사들은 팀을 이뤄 집단적으로 그 학교에 임명 신청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포조직이 침투하면 전교조의 조직적 지원으로 다른 교사들을 포섭하거나 반기를 들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 학교를 장악해 나가는 것이죠.”

A학교의 교사는 고승덕 후보가 ‘서울형 새학교’를 만들어도 역시 그곳에는 전교조 교사들이 전략적으로 임명 신청을 해서 침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법적으로 없다. 실제로 혁신학교가 전교조의 정치 공간화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조사한 서울시 혁신학교의 전교조 가입률은 초·중·고등학교 각각 18.7%, 29%, 33.2%로 일반학교 평균 10% 내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시민단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의 이희범 사무총장은 “혁신학교를 장악한 전교조가 좌파시민운동세력을 방과후학교 교사나 학교 직원으로 고용해 좌파 운동권의 해방구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전교조가 말로는 평등교육을 외치면서 특혜 투성이인 혁신학교의 감사를 반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고승덕 후보의 ‘서울형 새학교’라고 해서 전교조의 손길을 피해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문제에 대해 문용린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실제적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혁신학교의 예산 낭비와 부실교육의 이슈화에 성공했다. 올바른 교육철학과 교육행정의 전문성이 있었기에 전교조의 거점이 된 혁신학교의 확대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에서도 일어난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핵심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학교들이 친환경유통센터에 식자재 공급 위탁을 맡기도록 유도하고 센터의 외연 확대를 추진했지만 정작 관리는 소홀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친환경 급식자재를 납품한다는 업체들이 거미줄 같이 특정 이념단체들과 연계를 갖고 있었고 박원순 시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먹혔던 것으로 드러난 친환경유통센터와 먹이사슬 관계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급식자재보다 30%나 비싼 폭리를 취했던 까닭에 일선학교의 무상급식비용의 부족은 만성적이며 고질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었다.

 

문 교육감, 행정 전문성으로 전교조 제압

이러한 문제로 문용린 교육감이 친환경급식 실태를 조사하고 나서자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의 반대와 비난은 격렬했다. 하지만 문 교육감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계약한 급식 납품업체들을 끝까지 조사한 결과 부적합 처분을 받은 업체 가운데 40%가량이 친환경유통센터 측이었음을 밝혀냈고, 서울시교육청은 일선학교에 친환경유통센터와의 독점 금지를 깨버렸다.

당시 문용린 교육감의 이러한 조치는 정치적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평가된다. 문 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제도를 이용한 좌파진영의 먹이사슬을 끊어 버렸던 것이고 이는 민주당을 통해 문용린 교육감에게 정치적 협박에 가까운 비난과 험악한 정치 공세가 있었다. 정치적 타협에 익숙한 고승덕 후보가 이러한 문제들을 발본색원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보수인사들은 많지 않다. 고 후보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고승덕 후보는 정치적으로 아주 매끄러운 분입니다. 그는 결코 다른 사람들과 이념문제로 갈등을 빚어 본 적이 없는 신사죠. 하지만 자신의 명예와 입지에 관해서는 타협이 없는 분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이념과 실리를 교환해서 딜하기가 쉽다고 할까요.”

고승덕 후보는 분명히 정직한 인물이다. 2012년 박희태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문제를 용기 있게 폭로했던 주인공이 바로 고승덕 후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추문에 관한 조선일보의 보도에 15억원의 배상금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한 바도 있다. 정계에서는 고 후보의 돈봉투 폭로 사건에 좀 다른 해석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강남 지역구 물갈이 공천에서 탈락할 것을 점쳐 선수친 ‘탁월한 계산’이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는 빠르고 이념에는 투명한 정치인이라면 악랄하다는 평가가 어울리는 전교조를 상대하는 교육감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그러한 판단은 유권자의 것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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