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 그 이후…
6·4 선거, 그 이후…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5.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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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면초가’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는 불리한 목소리들만이 들려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적고, 세월호 유족들은 정치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수도권 지방선거 분위기는 새누리당에 암울함만 던져주고 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신임 총리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대통령 사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요구 조건을 받아들인 셈이다.

박근혜 정권의 운명은 이제 6·4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6·4 지방선거 결과

현재로서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패배가 점쳐지고 있다. 선거를 불과 10일 정도 앞둔 24일 현재 서울·인천은 물론 그동안 낙관해 오던 경기도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고조된 보수층의 결집이 막판에 이뤄짐으로써 참패는 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니 막판 대역전승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누가 보더라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식물정권’, 더 나아가 ‘시체정권’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보다 안정적인 하반기 국정운영의 모멘텀을 되찾으리라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추진할 동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의 승리가 가져올 새누리당내 지형 변화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몽준의 당내 지위가 강화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 지방선거 결과가 다음에 올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 그리고 국정원 대선개입 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리라는 점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

이석기 내란 사건 유죄로 국정원 사태에 돌파구를 만들었던 여권은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이 하반기 국정운영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헌정 사상 최초로 제기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청구 심판 및 정당활동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결정이 결국 6·4 지방선거 이후 나올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 문제도 불투명해 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지난 2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죄에 대한 1심 판결 선고가 이뤄지면서 지방선거 전에 정당해산 본안사건과 가처분사건 결정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통합진보당 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최소 3, 4차례 더 공개변론을 열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안에 결정이 나기 어렵다는 전망도 등장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2일 5차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사실상 본안 청구 사건의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와 같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심판이 늦어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 보조금으로 통합진보당에 28억여원을 지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균열이 오면 당연히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의 결론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심판이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이 지방선거 이후 속도를 내서 하반기 중에 ‘해산’으로 결정나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은 국정 운영의 새로운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과거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심판

국정원의 대선개입 심판 문제는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최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트위터 활동을 입증하려는 증거로 신청한 자료를 선별적으로 채택했다. 증거능력 판단이 거의 마무리돼 향후 심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마치고 가능하면 6월 2일 증거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국정원 변호인측과 재판부간에 빅데이터 등의 기술적 문제로 놓고 벌이는 복잡한 신경전이다. 앞서 이 재판은 검찰이 공소장을 수차례 변경하고 변호인이 검찰의 증거 신청에 전면 반대하면서 사실상 공전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빅데이터 수집업체에서 임의제출받거나 압수한 자료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국정원직원법 등 적법 절차를 일부 위반했으나 자료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은 국정원 대선개입 심판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 증거능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이 통상적인 사이버안보 대응 차원인지, 아니면 선거에 개입하고자 했던 것인지 가닥이 잡히게 된다. 물론 이 재판 역시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위기가 오고 새누리당내에 분열과 갈등이 만연할 경우 재판 결과는 현 여권에 상당히 불리해지리라는 것이다.

만일 국정원 재판이 ‘선거개입 유죄’로 나올 경우 박근혜 정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남북관계 회복과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남은 하나의 숨은 변수는 남북관계의 전격적인 변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북한에 대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이는 북한이 평화적 아젠다를 내밀면 우리도 거기에 응해 평화적 프로세스를 가동하지만 북한이 위협적으로 나올 경우 우리도 이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전략을 흔히 ‘팃 포 탯’(장군 멍군)게임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이 신뢰를 만든다는 신념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대북정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핵-경제병진’이라는 카드로 무시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돌아가는 여러 분위기는 북한이 무조건 대남 강경모드로만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북한 수뇌부는 김정은 체제에서 주민 생활의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면 권력의 공고화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최근 일련의 정치적 숙청 이후 김정은의 치적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북한 정권의 처지가 대남유화정책으로 기조가 잡히면 북한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실리적인 경제적 도움을 얻고자 남북회담에 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의 물꼬도 열리리라는 관측은 이미 나와 있다.

북한이 23일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다고 공식 발표했던 점은 이러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인 남북관계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개선될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9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 된다. 통일부 당국자가 북한의 통보 직후 “북한의 의중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던 점은 남북관계의 변수를 현 여권에서 중요한 정국 반전의 모멘텀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3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 해제를 촉구한 점도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정국 경색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실마리로 작용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떤 형태로든 집권 2년차에 중대한 위상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복잡한 이념 정국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려면 많은 부분 야권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와 정치적 양보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놔야 한다. 하지만 야권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능동적인 화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 중심적인 리더십이 부재하고 안철수 공동대표의 위상마저 추락한 이후여서 야권내의 헤게모니 다툼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하여금 보다 강경한 대여투쟁의 길로 견인하고, 그동안 숨죽여 왔던 종북세력들의 본격적인 발호가 재등장하게 된다는 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부의 분화도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되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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