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 세월호 바람이 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여당으로서는 세월호 역풍으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판을 들여다보면 아이러니한 선거구들이 있다. 그 가운데 정치1번지 광주광역시와 이름 없는 남양주시가 있다.
광주광역시는 이제까지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알려져 왔다. 광주의 민심이 바로 호남의 민심이고, 그것이 야당의 민심이라는 공식은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광주광역시는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강운태 무소속 후보간에 피비린내 진동하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승리하든 그 갈등의 후유증은 치료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주도한 윤장현 광주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는 14일 후보단일화에 전격 합의하고,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늦어도 28일까지 단일화하기로 하면서 ‘후보단일화’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 무소속 후보들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밀실야합으로 공천된 낙하산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려 광주의 정체성과 광주시민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광주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무소속인 강운태 후보가 강세를 띤다는 점은 안철수 대표가 17일 5.18을 기념해 광주를 찾았다가 달걀세례와 차량감금까지 당했던 이유를 말해준다. 이미 후보공천과정에서 광주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시장 후보 공심위가 열리던 날 광주시당에는 역사적으로 처음 경찰 2개 중대가 배치돼야 했다. 계파간의 갈등이 육탄전으로 변하고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광주에는 광주만의 법도가 있다’는 말은 안철수 공동대표를 곤혹이 아니라 정치적 생명마저 끊을 위협으로 작용했다. 공정경선수호시민연대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30여명은 “이번에도 작대기 꼽고 무조건 찍으라는 명령이냐” 등의 피켓을 들고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을 비난했다. 언론사들의 각종 여론조사는 강운태-이용섭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돼 윤 후보측이 초긴장 상태다.
광주 민심이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선택할 경우 안철수-김한길 체제는 중대한 정치적 기로에 설 수 있다. ‘광주의 사위’임을 자처한 안철수 의원의 구애는 광주 민심의 싸늘한 눈총에 얼어붙게 되고 그만큼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꿈은 광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광주와 대조적인 남양주시
이와는 대조적인 선거구가 바로 수도권의 남양주시다. 남양주시는 8년 내리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여당 후보가 지난 8년간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한 남양주에 이석우 새누리당 후보는 내리 8년을 여당 간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제 이 후보는 3선에 도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남양주시장에 도전하는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를 역임하고 현재 노무현재단 운영위원인 김한정 씨다. 그는 서울대 운동권의 숨겨진 ‘실세’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운동권 출신 야당 김한정 후보와 해병대 장교 출신 여당 이석우 후보간에 ‘상호 네거티브 안하기’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점, 그리고 이 두 후보가 서로를 칭찬한다는 사실이다.
이석우 새누리당 후보는 김한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남양주에 연고가 없다는 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낙하산성 인사라는 비난에 대해 “김한정 후보도 충분히 남양주시장을 담당할 능력과 자질이 있는 분”이라고 언론에 평가했다. 이에 김한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이석우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복지와 시민참여 정책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같은 여당 후보에 비협조적인 다른 후보들
흥미로운 현상은 이러한 남양주시에서 시장 후보 경선에 탈락한 7명의 새누리당 후보들이 현 새누리당 시장 후보에 노골적으로 비협조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김한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진영의 단합과는 대조적이다.
남양주시는 서울시보다 조금 작지만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다. 현재 인구 63만에서 2020년에는 인구 100만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민들의 혜택을 위해 남양주시민들은 이중삼중의 환경 규제와 군사시설 규제로 인해 재산권의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모두가 남양주를 떠나고 싶어 했고 남양주로 이사 온 서울 시민들은 형편이 나아지면 남양주를 떠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의 이석우 시장 후보는 그런 곳에서 8년 내리 시장에 당선됐다. 무슨 비결이었던가.
그가 2006년 남양주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민선4기 시장으로 당선된 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주민들이 지방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자조와 협동력을 배양하는 프로젝트들이었다. 자발적인 복지기금 조성운동인 ‘희망케어’는 지난 4년간 120억원이 넘는 시민모금운동을 이끌어 냈고, 7만7000명의 숙련된 자원봉사자들을 키워냈다. 아울러 시민들 스스로 자신의 마을을 가꾸는 사업도 추진했다. 그러한 이석우 새누리당 후보가 공천을 신청했을 때 새누리당 경기도당에서의 평가는 의외였다.
‘당성 부족’을 이유로 공천 배제를 한때 심각히 고려했다는 것.
당성이 좋다는 남양주시 새누리당 시장 후보들은 경선에서 탈락하자 ‘선거 절대 협조불가’라는 기상천외한 배짱을 부리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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