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병 결핵 갑자기 왜?
후진국 병 결핵 갑자기 왜?
  • 정용승
  • 승인 2014.06.06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폐허가 된 한국의 위생 상황은 엉망이었다. ‘청결’이라는 개념도 희박했다. 당장 하루 먹을 음식을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위생은 뒷전이었다. 후진국적 질병은 이런 환경에서 자란다. 결핵이 대표적이다. 결핵의 치료는 어렵고 긴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항생제도 필수다. 필요한 경우 접촉을 차단하거나 관리해야 한다. 공기로도 전염되기 때문이다.

결핵 환자와 대화만 하는 것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위생, 인프라, 약제가 모자라는 후진국에서는 치료하기 까다로운 병이다. 그래서 결핵을 ‘후진국 질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핵이 한국에서 기승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2일 부산대 학생 14명이 결핵 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첫 결핵환자가 발생한 후 750여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최근까지 14명이 확진 진단을 받았다. 결핵 감염이 확진된 환자는 2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염 확진 외에도 59명의 학생이 결핵균을 보유한 ‘잠복결핵감염자’로 드러났다. 잠복결핵감염자 중 10~20%는 결핵 감염 확진 환자로 발전해 이에 대한 예방치료를 하고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울에 위치한 대학에서 결핵 환자가 발견됐다.

북한 결핵 환자 100만명 이상

‘후진국’ 병 결핵이 ‘선진국’ 한국에서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꼽는다. 그 중 하나는 결핵의 특성이다. 결핵은 감염 이후 발병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성감염병이다. 한국전쟁으로 결핵이 크게 유행한 1950~60년대 결핵균에 감염됐다가 나중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130만명으로 추정되는 전쟁 당시 결핵 환자수가 현재 5만명 이하로 줄었음에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많은 것이 이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결핵 환자의 30%는 노인이다. 전쟁의 후유증을 겪으며 감염됐던 결핵균이 나이가 들며 면역력이 약해지자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다. 북한에 창궐해 있는 결핵균이 한국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접촉했던 사람을 매개로 해서 말이다. 현재 북한의 결핵환자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구의 5분의 2에 달하는 1000만명은 결핵보균자로 판단된다.

한국의 50~60년대 모습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북한의 가장 심각한 점은 약제내성 결핵 환자가 1만명 이상이라는 점이다. 약제내성 결핵은 처방 가능한 대부분의 항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북한의 상황이 치료 방법이 없을 정도까지 오게 된 것은 북한 내부의 문제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상의료는 이미 유명무실화된 상황이다. 또 북한 의사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치료 동기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북한에서 의사를 하다가 탈북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북한은 무상치료제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합니다. 약도 사야 되고 작은 상처 소독과 드레싱까지도 다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료소에 갔을 때 환자 치료를 아무리 잘 해줘도 돈을 못 받습니다. 이 때문에 의사는 부업을 해야 합니다. 약장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진짜로 치료를 잘 해야 하고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습니다.”

 

북한 주민의 질병, 해결 방안은?

이런 체제의 모순은 한국의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후진국병을 키우는 꼴이 됐다. 한국 정부는 1995년 6월부터 대북지원을 하고 있다. 2011년까지 한국의 대북 무상지원 총액은 21억7 800만달러(2조1798억원)이다. 보건의료분야는 3억8900만달러(3911억원)로 전체 대북지원액의 18%를 차지한다. 한국 정부의 지원 외에도 대외적인 지원을 포함하면 지원액수는 더 커진다.

신희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대북지원에도 줄어들지 않는 질병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 교수가 말하는 방안은 첫째, 북한 보건의료지표의 연도별 모니터링 체계 및 정보시스템 구축이다.

북한의 보건의료지표를 연도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활용하는 정보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근거에 기반을 둔 대북 보건의료지원 방향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의 질병부담 및 필요에 맞는 보건의료지원이다. 감염성질환과 모자보건 영역의 경우 국제사회의 공통된 개선 목표이다. 또 많은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들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심혈관질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동보건 대북지원이다.

북한의 5세 미만 아동 사망 중 신생아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51% 가량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 인력의 신생아 관리 역량 강화, 필수적 신생아 관리 약품과 시설 공급, 인큐베이터 등 신생아 관리 시설 제공 및 산전 관리의 질 개선을 위한 지원 필요성이 있다.

신 교수는 동시에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강화에 효과가 있는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 인력의 역량 강화, 북한 자체 의약품 및 백신 생산 능력 강화 지원, 질병감시체계 강화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