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하람, 그 뒤에 숨은 알 카에다
보코하람, 그 뒤에 숨은 알 카에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6.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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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명의 10대 여학생을 납치한 뒤 인신매매 시장에 팔아버리고 얼마 뒤 마을을 습격해 100여 명을 학살하는 무장세력. 그러면서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최근 나이지리아를 쑥대밭으로 만든 테러조직 ‘보코하람(Boko Haram)’이다.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동부 치복州의 한 여학교 기숙사를 습격한 뒤 여학생 276명을 납치하면서 국내 언론에도 많이 알려졌다. 국내 언론들은 이 보코하람을 단순히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 정도로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흥 알 카에다 조직 중 하나다.

보코하람을 유명하게 만든 만행

4월 여학생 276명을 납치한 보코하람은 이 여학생들을 “시장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보코하람의 수괴인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유튜브에 띄운 협박 동영상에서 “여자는 교육을 받으면 안 된다. 알라의 뜻이다. 알라의 목소리에 따라 납치한 여학생들은 인신매매 시장에다 팔아버리겠다”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이어 지난 5월 4일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州 와라베 마을을 습격해 10대 소녀 11명을 추가로 납치했다.

그들은 납치한 300여 명의 소녀 중 일부를 이미 인신매매 시장에 팔아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인신매매가 가장 빈번한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밝혀져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또한 그들은 이어 지난 5월 5일에는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카메룬 접경 지역인 감보루 응갈라 마을을 습격, 마을 전체를 파괴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민간인 100여 명을 학살했다. 현지 정치인은 CNN, BBC 등 외신들과 만나 “보코하람이 장갑차 3대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마을로 들어와 사람들이 붐비던 시장을 습격했고, 사람들이 인근 상가로 피신하자 RPG-7과 급조폭발물(IED)를 던지고 총을 무차별 난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마을에는 납치된 여학생들이 보코하람 조직원과 함께 목격됐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군 병력 수십여 명이 있었지만 숫적 열세 때문에 사상자를 내고 후퇴했다고 한다. 보코하람은 남아 있던 주민들을 모두 학살했다. 보코하람은 주민들을 학살한 뒤에는 지역 경찰서를 습격, 이들에게 저항하던 경찰 14명에게 폭탄을 던져 살해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보코하람이 벌인 만행은 우리나라에서 보기에는 충격적이지만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저지른 만행과 비교하면 특별한 게 아니다.

 

보코하람은 알 카에다 네트워크 회원조직

보코하람의 정식 명칭은 ‘성전과 이교도의 개종을 위해 전통을 지키는 신자들’이다. 보코하람이라는 말은 ‘서구식 교육 금지’라는 이들의 모토에서 나온 ‘별명’이다. 이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슬람 율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율법에는 코란, 샤리아, 하디스, 파트와가 있다.

코란은 이슬람 경전이며, 마호메드가 코란에 기록하지 않은 말을 담은 ‘순나(언행록)’를 그의 제자들이 해석한 하디스, 코란과 하디스를 바탕으로 만든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 그리고 이슬람 성직자들이 일상생활에 율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설명한 파트와가 있다.

극단 이슬람 교도들은 이 가운데 샤리아를 헌법 대신 통치이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샤리아를 법률로 적용할 경우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인권이나 국제법과 같은 가치, 대중문화 활동, 언론행위 등이 모두 ‘종교적 죄악’이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샤리아를 바탕으로 통치되는 나라들이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알 샤바브가 장악한 소말리아 지역, 과거 탈레반이 지배하던 아프가니스탄 등이 대표적이다.

보코하람을 창립한 모하마드 유스프는 ‘무분별한 서구화를 막고 샤리아 율법에 따라 통치되는 순수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2002년에 조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보코하람을 세운 뒤 ‘서구화 반대’를 명분으로 나이지리아 정부는 물론 기독교 교회와 성당, 학교, 경찰서 등에 무차별 테러를 가하고 서방국가 관광객들을 납치했다.

특히 ‘무슬림 성인 남성’이 보기에는 ‘사람도 아닌 여성’이 공부를 하는 학교는 테러의 최우선 목표였다. 이들의 활동을 본 오사마 빈 라덴은 종잣돈 수십만 달러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코하람은 주로 나이지리아 북동부와 카메룬 북부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한다. 외교부가 여행제한지역으로 선포한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보르노, 아다마와, 카두나, 바우치, 요베, 카노州가 주요 근거지다. 이 지역은 이슬람 교도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남부 지역에 비해 매우 가난한 게 특징이다.

나이지리아 정부와 정보전문가들은 보코하람이 알제리에 본부를 둔 ‘알 카에다 이슬람 마그렙(아프리카 북서부와 사하라 사막 남부) 지부(AQIM)’와 연결돼 있으며 ‘AQIM’ ‘MUJAO(서아프리카 성전통합연대)’와 연계해 서아프리카의 말리, 알제리 등에도 진출해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인륜 범죄 자행하는 보코하람

뿐만 아니라 2012년 말에는 알 카에다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국의 테러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말리 내전에 개입하기도 했다. 보코하람은 여기서도 말리 반군들에게 테러 기술을 가르치면서 자신들의 종교 교리에 반대하거나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끌고 가 살해하기도 했다.

보코하람의 납치, 살인은 인종과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나이지리아 남부 지역에서는 기독교인들을 납치해 참수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띄우고 있고, 북부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슬람 교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납치해 살해하고 있다.

2013년 5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 인도적 의료봉사활동을 하던 북한 의사 3명을 납치해 마체테(정글칼)로 참수해 살해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카메룬 북부 나이지리아 접경지역인 와자의 한 중국기업에 난입해 중국인 10여 명을 납치했다. 북한인, 중국인도 이들에게는 그저 ‘서방문명을 퍼뜨리는 이교도’로 보였던 것이다.

보코하람의 반인류적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보코하람이 12살 미만의 어린이까지 무장시켜 테러범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보코하람이 조직을 세운 2002년부터 2013년 말까지 이런 식으로 살해한 사람은 1만여 명을 넘는다는 게 나이지리아와 국제인권단체들의 설명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최근 보코하람이 2014년 들어서만 2000여 명을 살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 남부의 니제르 델타를 근거지로 두고 외국인 납치를 일삼던 반군 조직 ‘MEND(니제르델타해방군)’조차 보코하람의 만행을 본 뒤 ‘선전포고’를 했을 정도다.

 

국제사회, 수백여 명 납치된 뒤 충격 받아

보코하람이 이처럼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자 조나단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북동부 지역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해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보코하람의 만행이 지난 4월부터 계속된 납치와 학살로 세계에 알려지자 서방 강대국은 물론 나이지리아 인근의 서아프리카 국가들까지 현 상황에 개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미국은 보코하람의 만행에 대해 전해들은 뒤 현지 대사관에 합동 대응센터를 설치하고 대테러 전문가들을 보냈고 영국은 美특수작전팀을 지원할 SAS, SBS 등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파견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요청한다면 정찰기와 특수부대를 더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도 현지에 특수부대를 보내기로 했고 중국은 정찰위성까지 동원해 나이지리아 정부를 돕기로 약속했다. 최근 중국인들이 피랍된 뒤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니제르, 카메룬, 차드, 베냉 국가지도부도 5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프리카 안보정상회의’에서 조나단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만나 보코하람 척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서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은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에만 위협이 되는 소규모 무장집단이 아니라 지역 내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테러조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정보교환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은 “우리는 보코하람에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고 조나단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여학생들을 납치한 보코하람은 이제 특정 지역에서 위협이 아니라 서아프리카의 알 카에다가 됐다”며 “서아프리카가 힘을 뭉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들을 없앨 수 없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정상들의 모임을 주선한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보코하람이 알 카에다 등 다른 테러단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 보코하람이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의 주요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조나단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2만여 명의 군 병력을 납치된 여학생 수색 및 구조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고 서아프리카 정상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EU의 지원을 얻어 지역 차원의 대테러 전략을 수립해 보코하람과 맞서 싸우기로 했다.
서아프리카 정상들이 보코하람과의 전쟁에 합의한 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보코하람 관련자 제재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고 영국은 보코하람 척결 실행계획을 세우기 위한 후속 회의를 6월 중 열기로 했다.

보코하람 vs 서방-아프리카 연합

이처럼 나이지리아는 물론 서아프리카의 다른 나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보코하람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들을 쉽게 색출하고 척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 국무부는 2013년 11월 13일 보코하람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뒤 수괴 아부바카르 셰카우의 목에 현상금 700만 달러를 걸어놓은 상태다. 나이지리아 정부 또한 셰카우에게 현상금 5000만 나이라(약 3억 원)을 걸었다. 하지만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보코하람이 평소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전쟁이 알 카에다와의 전쟁만큼이나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서방국가들은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뒤 알 카에다가 약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AQIM과 AQAP(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 ETIM(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과 같은 신흥 테러조직이 등장하는가 하면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 필리핀의 아부 샤아프, 인도네시아의 제마 이슬라미야 등 기존 조직도 여전히 건재하다. 테러조직에 관한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1년 9·11테러 당시 30개국 44개 조직이었던 알 카에다 네트워크는 2011년 45개국 65개 테러조직과 연계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은 보코하람과 같은 테러조직이 활동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극빈층인데다 빈부격차도 심하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국민 대부분이 서방국가들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 남부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2013년 5월 나이지리아 동남부에서는 ‘아기공장’이 적발됐다. 인신매매됐거나 납치당한 10대부터 20대 여성들을 양계장의 닭처럼 가둬 놓은 뒤 성매매를 강요하고 이 과정에서 임신한 뒤 출산하면 아기들을 팔아온 것이었다.

이 ‘아기공장’ 조직은 영아들을 입양 목적으로 판매한 게 아니라 장기공급용 또는 노예용으로 팔아왔다고 밝히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부 테러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처럼 서방세계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등이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보코하람과 같은 테러조직이 활개를 칠 수 있다며 보코하람과 같은 테러조직 척결을 위해서는 나이지리아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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