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갈등의 나라 나이지리아
공존과 갈등의 나라 나이지리아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6.09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몬드 아카워 나이지리아 대사
 

250개 이상의 언어와 부족,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문화와 종교까지. 하지만 분열과 대립보다 화합과 조합이 특징인 나라. 아프리카 서부의 나이지리아 얘기다. 1억7000만명이 넘는 다민족 인구가 쉽게 조화될 수 있을까. 한국보다 3배나 많은 인구는 어떻게 단합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이지리아는 블랙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OPEC에 가맹했고 지하자원도 풍부해 아프리카대륙에서 리더그룹에 속한다. 최근에는 안타깝게도 테러와 여학생 대량 납치사건이 연이어 일어나 세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여러 궁금증을 품고 지난 4월 23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관을 방문해 데스몬드 아카워(Desmond Akawor) 대사를 만났다.

 

- 어렵지만 최근 양국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지금 한국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큰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최근 200여명의 여학생 납치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죠.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며 대처하고 있습니까.

200명이 넘는 여학생들이 취복이라는 마을에서 납치된 것은 대단히 놀랍고 슬픈 사건입니다. 국가안보기관이 이런 식의 테러에 취약함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대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여러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민간에서는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이 국가적 ‘기도와 금식’을 선포하고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슬퍼하고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해 그들 곁에서 위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슬픔에는 국경이 없다

-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애도를 표하기도 했던데요.

나이지리아 정부는 어린 학생들과 무고한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은 한국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제가 정부를 대리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로의 전신을 보냈습니다.

이것은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여학생 납치사건을 통해 느끼는 슬픔과 어쩌면 비슷할 것입니다. 저도 한 명의 부모로서 비통한 심정입니다. 제 부인은 세월호 사건이 방송에 나올 때마다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녀도 결국 엄마이기 때문이죠. 슬픔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국가적 위기인 동시에 국가적 단합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힐난 할 때가 아니라 사회, 또 각 가정이 서로를 더 배려하고 함께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께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위안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이지리아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 등의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지 않나요. 이번에 여학생들을 납치한 것도 과격 무슬림 단체인 보코하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36개의 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보통 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은 북동부 특정 2개 주이죠. 위험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 곳입니다. 동쪽으로는 카메룬이 있고, 서쪽으로는 차드가 위치해 있는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분쟁이 많습니다.

최근 리비아 내전 사태와도 연계돼 어려운 시간을 보냈었죠.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마찰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내부적 문제가 아닌 외부적 문제입니다. 여러 종교들이 맞닿아 있는 국경지역의 마찰이죠. 반대로 일상생활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종교에 따른 학교도 없고 대부분 융화돼 있습니다.

- 나이지리아의 언어와 민족, 문화 등 전반적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이지리아에는 250개의 언어와 부족문화가 존재합니다. 민족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종교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종교 중 기독교가 45% 정도를 차지하고 이슬람이 40% 그리고 나머지가 다양한 전통종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가치를 조화, 화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색이 있지만 나이지리아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죠. 근래 우리는 이런 다양성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이지리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가 ‘우부르카토라치’ 국립공원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나이지리아는 서부 아프리카 위치에 있습니다. 크기는 한국의 3배, 인구는 1억7000만명에 달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숫자죠. 정치적으로는 1979년 이후 민주화가 이뤄졌습니다. 경제성장률은 7%에 달합니다. 석유와 가스 생산에서 오는 수입이 대부분이죠. 석유와 가스 개발 이전에는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는데 서부지역에서는 코코아를 많이 생산하고, 남부지역에는 야자나무가 많습니다.

 

250여개 다양한 민족문화 공존, 어려서 얼굴에 ‘표식’

- 250개의 민족과 문화가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몇 가지 민족의 독특한 문화와 특징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족이나 부족은 쉽게는 입는 의복의 스타일을 통해 서로의 출신을 알아볼 수 있는데 현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저와 같은 부족 출신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 서양식 신사 모자에 네덜란드 영향을 받은 서양식 의복을 입고 있죠.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외무부 장관인데 한눈에 봐도 의상이 확 다르죠. 북부쪽의 작은 지방 출신입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에서는 아기가 첫돌이 되면 얼굴에 출생지역을 알 수 있는 고유의 전통 ‘마크’를 살짝 새겨놓습니다. 내 얼굴에도 여기 양미간과 관자놀이 부근을 보면 마크가 있죠. 표식을 하는 부분이 부족마다 다르고 일종의 토착종교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대사님의 고향, 출신지역은 어디십니까?

저는 나이지리아 남서쪽 출신이에요.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남서쪽 출신은 사업 기질이 충만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바닷가와 가깝기 때문에 주로 어업 위주의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죠. 현 나이지리아 대통령인 굿럭 조나단(Goodluck Jonathan)도 저와 같은 지역 출신입니다. 이 지역은 서양식 문화가 발달 돼있기 때문에 ‘존’, ‘마이클’ 같은 이름이 흔합니다. 제 이름도 ‘데스몬드’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 한국과 나이지리아 양국 간의 외교, 경제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1980년 양국 수교 이후 서서히 서로의 관계가 성장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인적 교류입니다. 최근 한국 국회의원들이 나이지리아를 방문했습니다. 또 ‘한국 나이지리아 입법 친선 협회’가 있습니다. 매년 11월 나이지리아 의회를 중심으로 입법 관계 인사들의 한국방문이 있습니다. 한국의 국회와 긴밀한 우정을 나누고 있죠. 200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나이지리아 방문, 2007년에는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있었습니다.

또한 정치권뿐만 아니라 문화계에서도 교류가 활발합니다. 수도 아부자에 한국문화원이 설립돼 한국 관련 소식을 알 수 있고 영화 상영도 합니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경제부문에서는 주로 해양, 자원, 공산품 부문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사용하는 석유 시추선은 대부분이 한국산 배입니다. 한국가스공사도 상업용 연료로 보급한 새로운 합성연료인 DME 생산 상용 플랜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석유산업 외에 나이지리아의 주요 산업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코코아와 관광산업 광물산업이죠. 최근 전 국토를 대상으로 광물매장량 조사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37종의 매장광물을 찾아낸 상태고요. 매장광물을 이용해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입니다. 나이지리아로 들어오는 한국의 수입품 중 유명한 것은 의류, 자수 같은 공산품입니다.

- 한국에 대사로 부임하신 지가 꽤 된 걸로 압니다. 어떤 일에 역점을 두고 계십니까.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지 만 6년이 됐습니다. 제가 받은 주요 임무는 경제외교입니다. 나이지리아는 UN 가입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늘 한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등 정치적 관계도 중요하지만 경제 협력이 우선입니다. 저는 부임 후 부산의 화학 조선 엔지니어 등 많은 기업을 방문했습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한 대부분의 공장이 그곳에 있어서 자주 가는 편입니다. 양국의 무역액은 2009년 13억원에서 현재 27억원으로 늘어나고 있죠. 유전분야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은 있지만 곧 좋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전통 의상을 입은 나이지리아 여성들

-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나 한국에서 기업들을 상대하거나 업무를 할 때 어떤 인상이 있으십니까.

첫 인상으로는 2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겨울이에요. 저는 사계절이 여름인 나이지리아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눈을 처음 봤어요. 영하 15도의 기온도 처음이었고요. 두 번째는 솔직히 얘기하면 결과보다 말만 많은 행정절차예요. 미팅, 회식이 무척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계약이 성사된 적이 드물어요. 기업 간부들의 보수적인 면도 느꼈습니다.

물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나이지리아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진행과정이 느립니다. 계약을 한 번 맺고 싶으면 열 번 정도 설명해야 해요. 반면 중국기업인은 돈이 된다 싶으면 바로 체결을 하는 철저히 손익중심 분위기입니다.

일본인은 계산기를 꺼내 일단 두드리죠. 저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워하는 것이겠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아무리 가능성이 많은 사업이라도 지원 없이는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이나 미래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아프리카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프리카는 매우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지역입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한다면 얼마든지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원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생을 바라는 것입니다. 파트너 관계를 원합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김경은 인턴기자 wenisekim@gmail.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