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개혁 대상이다
우리 모두가 개혁 대상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6.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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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사회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해방 후 지난 60여 년 동안 수없이 우리 정치 사회 지평을 갈아 엎어온 민중의 외침이자 끝나지 않는 국민의 신음소리였고, 정치 사회 변혁의 시대적 매듭을 남기며 오늘에 이르렀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던 1950년대의 정치 구호에서부터 “잘 살아 보자!”던 1960~1970년대의 경제 슬로건을 거쳐 “평등복지사회를 실현하자!”로 이어진 국가적 구호는 그때마다 시대적 과제가 돼왔다.

지난 4월 수많은 귀한 생명을 잃게 만든 비극적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지난 60여 년 동안 적폐돼온 국가사회문제가 동시적으로 노출되면서 국가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일어나고 있다. 근본부터 우리 사회는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야 할 당위성과 시급성에 직면해 있다.

나는 ‘국가개혁’이라는 혁명적 표현보다 ‘중단 없는 변화와 개선’이라는 민주적 표현을 더 선호한다. 물론 구호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우리는 지체하지 말고 모든 분야의 사회 변화(개조)를 우선적으로 추진해 우리 사회와 체제를 바른 기초 위에 세워야 할 과제에 당면하고 있다. 그 작업은 확고한 국가관을 토대로 한 건전한 국민의식을 일깨우는 운동과 함께 시작돼야 한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건전한 의식 수준이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의식개혁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한 범국민운동으로 시작돼야 한다.

비극적 사고로 드러난 국가사회문제

건전한 국민의식이 지향해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 인간이 목적이고 경제(돈)는 그 수단이 돼야 한다. 국민의식에서 이 목적과 수단의 가치질서의 순위가 뒤바뀌면 지난 역사에서 보아온 것처럼 누구나 인간의 존엄 따위는 상관없고 돈이 전부가 돼버려 이기적, 불구적 인간으로 변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중심의 환경에서 고립돼 비사회적으로 변화된 인간들은 남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자기 생각과 판단에 몰입하며 매사에 절제와 자기회복의 인간성을 결여한다. 그리하여 대중 속에서 소외감을 갖게 되고 앞뒤 분별력을 갖지 못하거나 무자각(無自覺)으로 행동하기 쉬워져 겉모습은 정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자기상실로 인한 사회속의 시한폭탄이 된다.

또는 자기 위선의 실존 속에 숨어 거짓과 속임을 계속해 사회적 암이 될 수도 있다. 병든 사회란 사회 구성원이 일상생활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이 같은 인간성 상실 상황에 방치된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같은 환경에서 같은 눈으로 서로를 보기 때문에 자기자신들의 비본래적(非本來的) 스스로의 모습을 상호 인식하지 못한다.

돈이 삶의 수단이자 목표가 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위험한 정신장애자 집단사회와 마찬가지다. 이런 사회는 그 체제나 제도를 수리하는 것보다 사람을 수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국가적으로 크고 작은 사회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국가행정기구와 조직구조를 바꾸거나 단순히 보직인사교체로 땜질하려는 경향이 많다. 조직 개편보다는 조직 내의 모든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준법정신 주입과 교육을 통해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이 과정은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종교와 교육, 언론이 사회에 만연한 천민자본주의에 도취된 맘모니즘과 황금만능주의사상 풍조를 치유하고 교정하는 바른 길잡이가 돼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교육계와 종교계와 언론계가 여타 부문과 마찬가지로 돈의 마력과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법·제도보다 인간의 정신이 바로서야

천민자본주의의 미끼인 맘몬이 그 고유한 온갖 불의와 부패의 뿌리를 사회 전반적 사고영역과 모든 사회조직과 그 조직을 움직이는 구조 속에 깊고 넓게 뻗고 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고 조직구조를 구축해 보라.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신(morale)과 의식이 바로 서지 않으면 좋은 항아리 속에 담긴 썩은 구더기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정부조직기구를 자주 바꾸는 일은 이화구화(以火救火: 불로써 불을 끈다는 뜻으로, 방법이 틀려 역효과를 빚어내는 경우)일 뿐일 수 있다.

국가개혁이나 국가개조를 하려면 껍데기 바꾸는 일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국민의식 개혁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정에서의 윤리와 도덕이 지켜지는 사회환경과 각종 학교에서 인간 품성을 함양시키는 교육이 강화 실천되고 교육자들이 몸과 행실로 본을 보이는 사회 풍토가 회복돼야 한다. 아울러 종교의 자유와 허울 좋은 이름만 앞세우며 실상은 속세보다 더 타락하고 거짓된 모든 위선의 집합소인 종교기관들을 개혁 쇄신할 수 있는 엄격한 국가적 입법 조치나 여건이 조성, 실천돼야 한다. 법을 교묘히 피하고 악용하는 허점(loophole)을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법이 종교기관의 온갖 불법, 거짓 일들을 알고도 집단 저항이 두려워 손을 쓰지 않으려는 관례를 먼저 과감히 타파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이나 경찰이 상위 또는 동료권력자의 비리나 상호 먹이사슬로 얽혀져 있는 정치 깡패집단의 범죄피해를 알고도 묵인하는 것과 같은 기존 ‘악과의 동침’을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기 재집권 창출에 연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용기와 참 애국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그 법이 엄격히 준수되지 않거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돼 공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지 못하면 그런 법은 있으나마나다. 지금 존재하는 법과 제도만이라도 바르게 지켜지는 사회가 될 수만 있다면 구태여 국가개혁이니 개조니 할 것도 없다. 물론 미비한 법은 계속 수정 보완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
국민이 모두 법을 지키는 선진 국민으로 변화되고 법집행당국이 공정하게 법운영과 실행을 제대로 하면 지금과 같이 비뚤어진 우리 사회를 고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와 사회 지도자들이 할 일은 먼저 모범을 보이면서 국민의 의식을 바르게 교도하고 법을 준수하면서 협동해 모두 정직해지는 사회를 이룩하는 데 앞장서는 일이다. 그것이 국가개혁과 국민의식개조의 첩경(捷徑)이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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