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보이콧’은 과장됐다”
“‘아랍 보이콧’은 과장됐다”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4.06.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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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주 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5월 31일 이번 미래한국의 이스라엘 취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김일수 주 이스라엘 대사와 인터뷰했다. 김일수 대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에 외교부에 입사, 현재까지 37년간 근무해 온 베테랑 직업 외교관이다. 미국 워싱턴, 자메이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지에서 근무했으며 카자흐스탄 대사를 거쳐 현재 이스라엘 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무드 창조경제>란 저서를 출판,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한국과 이스라엘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한국과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한 이래 유사한 길을 걸어 왔습니다. 안보위기에 놓여 있으며 적대적 이웃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천연자원 없이 훈련된 인적자원을 통해 경제개발을 이룩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정치적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성공시키고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밖에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양국은 서로의 입장과 심정을 무척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 경제 규모에 비해 무역규모가 적습니다. 25억달러 수준인데 너무 적습니다. 따라서 양국 무역규모를 어떻게 늘리느냐가 현안입니다.

유사한 길을 걸어온 한국과 이스라엘

- 양국 무역 현황은 어떤지요.

한국은 이스라엘에 자동차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주로 수출하고, 이스라엘은 한국에 전자핵심부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출 15억달러, 수입 10억달러로 우리가 무역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 대통령과 총리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으나 한국 대통령과 총리는 단 한 차례도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요.

한-이스라엘은 1962년에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만 한국에 공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1978년 이스라엘이 주한 대사관을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중동 석유수출 금지 위협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오슬로 평화협상이 이뤄진 이후 주한 대사관을 재개했으며 한국도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설치했습니다. 1994년에는 라빈 총리가, 2010년에는 페레스 대통령이 각각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른바 ‘아랍 보이콧’에 대한 우려로 고위 인사교류에 부담을 느꼈던 것입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랍 보이콧’은 과장돼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2007년 고이즈미 총리가 방문했으며 외무장관급 방문이 정례화돼 있는 실정입니다. 지나치게 조심한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솔직히 개진하고 우리 원칙 하에서 외교를 전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상대방도 진정성을 느낍니다.

- 예루살렘은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수도라도 하던데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평화공존’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국가를 가지고 있으나 팔레스타인은 국가가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이 독립하려면 이스라엘과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2개의 국가론’이 원칙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원칙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화하느냐 입니다. 정착촌 문제, 예루살렘 귀속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산재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자가 모두 공존의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한다면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선민의식이 이스라엘 정체성을 지킨 원동력

- 유대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처음에는 엄숙하고 딱딱한 민족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졌습니다.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입은 초정통주의 교파 ‘하레딤’으로부터 얻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거주 유대인의 대부분은 직선적이고 비형식적이며 단도직입적입니다. 즐겁게 지내는 것을 하나님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남녀노소가 격의 없이 노는 것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자부심과 선민의식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선민의식이 정체성을 지킨 원동력이었습니다.

-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시는데요.

지식기반사회에서 어떻게 성장동력을 찾느냐는 문제입니다. 물론 우리와 이스라엘의 환경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생산기반이 있는 반면, 이스라엘을 생산기반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은 하이테크 기술을 개발한 뒤 다국적 기업에 M&A 방식을 통해 매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점만을 강조, 이스라엘식 창조경제를 한국에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스라엘 창조경제로부터 배우자고 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실험정신과 기술창업 방식입니다. 우리는 다국적 기업과의 M&A를 부정적으로만 보는데 이스라엘의 경우 M&A했다고 하더라도 R&D센터가 이스라엘에 남습니다. 현재 29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 R&D센터가 이스라엘에 있습니다. 그리고 꼭 M&A를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환경에 맞게 우리 독자적 생산기반과의 결합을 통해 기술창업을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 이스라엘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국제 유대인 네트워크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도 세계 각국에 한인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끼며 매우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국제 유대인 네트워크를 우리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상호경쟁적이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제조 생산기반이 취약합니다. 반면 우리는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스라엘 핵심기술과 우리의 생산기반이 결합하면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한국-이스라엘 민간교류 실태는 어떻습니까?

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점이 민간 부문의 협력입니다. 물론 정부 간 협력도 중요합니다만 민간 협력이 한-이스라엘 관계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연간 4만명 정도 이스라엘을 방문합니다. 주로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입니다. 반면 한국을 방문하는 이스라엘인 수는 연간 1만명 수준입니다. 저는 이스라엘인의 한국 방문자수를 대폭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인은 남자의 경우 3년, 여자의 경우 2년간 의무 군복무를 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일단 군대에 입대합니다. 그리고 제대 이후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에 취직합니다.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군대를 제대한 뒤 해외여행을 합니다. 대학 진학이나 취직 이전에 자신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인도, 네팔, 티베트와 같은 지역의 인기가 높습니다. 뭔가 이국적인 환경에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고자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제대 군인 해외여행자들의 일부를 한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 올 9월에 귀국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에는 60세 정년으로 은퇴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아직 구체적으로 은퇴 이후를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외교부에 입사해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37년이 지났습니다. 아마 제가 현재 현직 외교관 중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일 것입니다. 직업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 선에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은퇴한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재능기부적 성격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서 국제문제를 강의해 보고 싶습니다. 또 이스라엘 창조경제를 한국에 도입, 한국에서의 기술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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