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외교적 해결을 바라지만…
“이란 핵, 외교적 해결을 바라지만…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4.06.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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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다간 이스라엘 정책연구센터 부소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치·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종교적으로 너무 꼬여 있는 관계로 그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 5월 26일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 관저에서 벤자민 다간(Benjamin Dagan) 정책연구센터 부소장과 만났다. 정책연구센터는 이스라엘 외교부 싱크탱크 조직이다. 다간 부소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이집트, 미국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으며 스웨덴 대사를 역임했다.

-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이스라엘 입장을 지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지식층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은 ‘2개 국가론’(two state solution)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공존하는 ‘2개의 국가론’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직도 완전한 형태의 ‘2개의 국가’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이 유대인의 조국(homeland)로서의 ‘유대인 민주 국가’(Jewish Democratic State)를 인정해야만 합니다.

‘2개의 국가론’이외 대안 없어

- 팔레스타인, 특히 하마스(Hamas: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있음. 그러나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음)는 이른바 ‘3 No 정책’(No recognition, No negotiation, No peace)을 고수하고 있는데 ‘2개의 국가론’이 가능할 수 있습니까?

저는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이집트 혹은 요르단과 평화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집트, 요르단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시리아와의 합의도 근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완전 부인하던 PLO가 협상에 나서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2개의 국가론’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인 사이에서도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타협이 필요합니다.

- 시리아와 합의를 보기 위해서는 골란고원을 반환해야 되는데…

골란고원 문제를 비롯 시리아와의 문제는 협상 대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골란고원 문제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골란고원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경 양쪽의 안보 상황을 안정화시키는 문제입니다. 이집트에게 시나이 반도를 반환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평화를 보장한다면 골란고원을 반환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우리는 시리아 사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사태가 안정돼야 다시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논의될 수 있으며 그 차원에서 골란고원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외양적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시리아의 통제가 약화되면서 헤즈볼라(레바논 시아파 무장조직)가 이스라엘-시리아 국경지대로 침투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15만개의 로켓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골란고원에 배치, 이스라엘 평야지대로 발사한다면 이스라엘 안보는 크게 위협받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 해결 없이 무조건 골란고원을 반환할 수는 없습니다.

- 최근 시리아와 이집트 사태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양국 모두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을 이스라엘이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장의 안보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반대로 위협이 증가될 공산도 큽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상은 그런대로 잘 지켜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내부 정치혼란이 가중되면서 이스라엘-이집트 평화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시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아 정부의 국경통제가 약화되면서 테러리스트들이 국경지대로 침투하는 등 안보상의 위협요소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좌우간 우리는 이집트, 시리아 양국 사태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는 예루살렘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것도 꺼리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오래 전부터 저희의 역사적 수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역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문제는 단순한 영토적 분쟁이 아닙니다. 역사적·종교적 분쟁입니다. 차라리 영토적 분쟁이었다면 문제 해결이 쉬웠을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예루살렘 영토분쟁은 없습니다. 모든 이스라엘인,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입니다.

-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lestinian Authority)가 통제하고 있는 요르단 서안 지구(West Bank)를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와 사마리아 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역사적 관점으로만 보면 현재의 이스라엘 지역은 과거 블레셋(Philistine) 지역에 해당되고 오히려 웨스트뱅크가 과거 유대왕국과 이스라엘 왕국 영토에 해당됩니다. 예루살렘을 포기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 논리에서 어떻게 이 지역을 포기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협상에서 논의돼야 할 이슈입니다. 안타깝게도 전반적인 이슈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난민 문제 및 예루살렘 문제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타협하고 팔레스타인인들도 타협해야 할 문제입니다. 어떤 블록은 남을 것이고, 나머지 지역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Independent Palestinian State)로 불릴 것입니다. 그 지역들 중에는 이스라엘인들이 살고 있는 곳도 있으며 그들을 무조건 철수시킬 수 없는 현실도 있습니다. 현재 협상이 연기된 상태인데 다시 재개되면 그 문제들을 협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몇몇 지역에서의 스와프(swap)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여군들

- 요즘 이스라엘의 가장 위험한 잠재 적국은 이란인 것 같습니다. 최근 전개되는 미국과 이란의 대화 과정에 대해 이스라엘 측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란 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란이 대화 테이블로 나온 것은 제재 압력과 군사동원 위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란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데 이스라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해 성공적인 거래가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당연한 말이지만 협상에 끼지 못하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더 걱정이 됩니다.

-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 나선 것은 전쟁에 지쳤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또 미국의 경제적 위축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란 핵문제는 이스라엘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외교적 해결을 바랍니다. 하지만 안보 문제와 관련, 우리는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은 우리 안보와 관련될 때 우리에게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행동 틀입니다.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할 경우에도 외교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핵무기와 같은 생존이 달린 문제는 더 그러합니다.

한-이스라엘은 가치동맹

- 한국-이스라엘 관계와 그 전망은?

저는 한-이스라엘 관계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제 동료들로부터 한-이스라엘 관계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문화에서 경제 및 기술 혁신 분야에 이르기까지 한-이스라엘 관계 발전 분야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매우 어려운 외부 환경에 놓여 있으며 또 많은 어려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 이를 물리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시장경제의 번영을 가져왔습니다. 20세기 후반 기적을 이룬 두 나라입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종교와 문화는 다르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가치(value) 동맹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양국 관계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유감스러운 일이 있다면 저 개인적으로 아직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려 합니다.

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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