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슈퍼걸’ 박연미
북에서 온 ‘슈퍼걸’ 박연미
  • 정용승
  • 승인 2014.06.18 09: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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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그녀를 만난 시간은 밤 11시. 약속시간에 약간 늦어 헐레벌떡 뛰어와 연신 사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박연미다. 인터뷰 약속시간에 늦은 이유는 새벽 5시부터 종편채널에서 방송 녹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려 1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녹화하고 인터뷰를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보다 잡지에 실릴 사진을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연미는 또래 여대생과는 다른 조금 특이한 이력이 있다. ‘탈북자’라는 것이다. 탈북자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숨기기보다 이 점을 활용해 북한의 현재를 알리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의 칼럼이 실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세대를 ‘장마당 세대’로 정의하고 이 세대의 특징과 북한의 미래를 조망한 글이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한 여대생,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수면시간이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활발한 여대생 박연미를 만나봤다.

-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2007년 탈북했는데요. 한국에 와서 보니 많은 분들이 현재 북한이 아닌 오래 전의 북한에 대해서만 알고 계시더라고요. 지금 북한은 이른바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는 예전과는 다른 세대들이 자라나고 있거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은 예전의 가난하고 김정일 정권에 충성을 하는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장마당 세대로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북한에 대해 알리고 싶었어요. 현재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봤어요. 그런데 생각 외로 흔쾌히 받아줬어요. 저도 깜짝 놀랐죠. 사실 많은 기대는 안 했거든요.

지금 북한은 자본주의를 아는 ‘장마당 세대’ 가 주류

- 기고한 칼럼을 보면 지금 북한 주민들이 소득의 대부분을 장마당에서 얻는다고 했는데요. 어느 정도인가요?

북한 주민들은 거의 100% 장마당에 의지하고 있다고 봐야죠. 현재 북한 주민들은 배급을 거의 못 받고 월급으로 500원 정도를 받아요. 근데 500원이면 사탕 한 두 개 정도밖에 못 사먹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마당으로 나오게 되죠. 중국에서 나진, 선봉, 신의주, 청진 등으로 들어오는 밀수품을 장마당에서 팔아 생계를 해결하는 식이에요. 혹은 지역 특산물을 다른 지역에 파는 식으로 돈을 벌죠.

- 장마당 세대를 세 가지 특징으로 구분했는데요. 첫째는 충성심이 없고, 둘째는 외국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셋째는 자본주의, 개인주의자라는 것인데요.

어른들 얘기를 들어보면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진심으로 울었다고 해요. 정말로 슬퍼했죠.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당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요. 당장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공포로만 억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기 싫어서 충성하는 척하는 거죠. 또 북한 교육시스템이 완전 무너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절반은 학교에 가지 못해요. 그러니까 주체사상이라는 것도 배우지 않죠.

오히려 장마당 세대는 사회주의를 몰라요. 자본주의를 더 잘 알죠. 왜냐하면 분배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유 재산’의 개념을 잘 알고 있어요. 또 북한은 시장 개방을 해야 한다고 장마당 세대 대부분이 생각하죠.

- 얼마 전부터 인터넷 영어방송 ‘Casey Lartigue show with Yeon Mi Park’에 출연하시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일단 그 쇼의 취지는 ‘북한 생활상을 알리자’는 것이에요. 현재 북한 관련 방송은 많지만 대부분 정치, 외교,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정보만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것을 배제하고 북한 주민, 생활에만 집중해서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지금은 영어로 방송을 하고 있지만 곧 한글 자막을 같이 넣을 예정이에요.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 이것 외에도 다른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현재 북한인권 개선 청년단체 ‘나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탈북자 매칭프로그램 홍보대사, 프리덤팩토리에서 미디어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요. 그리고 종편채널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어요. 본업은 대학생이랍니다.(웃음)

북한 생활상에만 맞춘 방송이 필요

- 대학생으로서 이런 많은 활동들이 버겁지 않은가요?

어렵죠. 힘들어요. 그래서 학점 욕심을 많이 버리게 됐죠. 가끔씩은 바빠서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곤 해요.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 종일 식사를 못한 것이 생각나기도 하죠. 심지어 만성피로와 영양실조가 겹쳐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런 활동들은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을 맡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북한에 대한 저의 경험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지금 한국 사회의 북한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제 하나의 목표죠.

- 부모님의 입장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응급실에 갈 정도로 바쁜 생활에 반대를 하실 것 같은데요?

아뇨. 오히려 부모님이 많은 응원을 해주세요. 항상 저를 지지해주시고 믿어주시죠. 제가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 보통 나이 또래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 경험이 제 나이 또래는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홍대나 신촌, 종로 거리를 걷는 또래들을 보면 때로는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려고 해요.

- 계획과 꿈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딱히 없어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결하는 거죠.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석사과정을 밟아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어요. 꿈은 당연히 통일이죠. 통일은 우리의 꿈 아닌가요?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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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6-03-21 13:09:28
저도 박연미를 이만갑에서 자주봤었지만 날이갈수록 나가요걸 뺨치는 화장에 옷차림도 야시시해지니까 여자인 제가봐도 우려스럽더군요?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서는 박연미의 과거생활에 대해 상세하게 폭로하고 있을판에....!!!! ㅡㅡ;;;;;;

방문객 2014-10-30 03:15:36
박연미라는 탈북자 여대생도 자신이 본 것에 기초하는 것 뿐이다. 누군가 말했다.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극히 일부라는 것. 그래서 북한 사람들 말 다 믿지마라가 핵심이다. 2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경험을 했다하더라도 그 한계는 있어 보인다. 종편 패널로 출연? 과연 북한은 어떻게 돕고자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적절한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