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와 온천휴양이 만났다 - 유성(儒城)
과학연구와 온천휴양이 만났다 - 유성(儒城)
  • 미래한국
  • 승인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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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과 공연이 어울리는 격조높은 관광휴양지를 꿈꾸며…
들판의 둠벙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올랐다. 백설 속을 날아온 학이 다친 날개를 이 물에 적셨다. 학은 곧 쾌유하여 다시 창공을 날았다. 하늘이 내려서 땅에서 나온 이 물은 백성들의 몸과 마음에 아픔을 씻어주었다. 왕(?祖)께서도 몸소 납시어 즐기신 후 귀한 샘을 잘 보전하도록 이르셨다. 왕조가 망하고 난 훗날(1915) 이웃 공주 고을에 큰 부자(金甲順)가 나서, 땅에 구멍을 뚫고 물을 길어 탕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 전국 도처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성시를 이루니, 이곳이 유성온천(儒城溫泉)이다.지하 300m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는 섭씨 50도를 넘는다고 한다. 요새 목욕탕 기준으로 치자면 열천수라고 해야 할까 보다. 라듐 성분을 함유한 약알카리성 온천수가 신경통, 위장병, 부인병에 효험이 있고, 피부미용은 물론 병후요양과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대온천탕’마다 사람이 차고 넘치니, 아픈 사람,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구나. 더구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니, 요즘 같은 세상에 번민 없는 이가 과연 몇일까?경부고속도로 회덕 갈림목에서 호남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잠시면 유성이다. 요금소를 빠져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시외버스 정류장과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옛 길이고, 새로 난 한밭대로로 들어서 곧장 가다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도 된다. 온천장(溫泉場)은 나름대로 제법 완결성을 가진 현대식 시가지다. 호텔과 콘도, 요새 유행하는 모텔과 장급 여관 등 갖가지 유형의 숙박시설을 즐비하게 갖추고 있다. 물론 방마다 따로 목욕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유성까지 갔으면 당연히 ‘원탕’으로 가서 포근한 재미를 맛봐야 한다.옷과 함께 자신을 꾸미고 구속했던 형식들을 훌훌 벗어 던지고 알몸을 드러내는 것부터가 이를테면 원초적인 자유다. 가끔이라도 이렇게 발가벗은 군상 속에서 귀엽고, 늘씬하고, 미련하고, 초라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훔쳐보는 것은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따끈한 샤워 아래에 서서 일상의 찌꺼기들이 하나 둘 씻겨 나감에 따라 조금씩 스며드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은 겨울 온천의 축복이다. 처음 들어가는 탕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왜 그렇게 뜨거운지. ‘시원하다!’하고 눌러 앉아 눈을 감는 것은 어쩜 나이와 함께 체득한 체념의 쾌감인지도 모른다. 물 떨어지는 소리, 바가지 소리, 떠드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울려 자못 시끄럽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자욱한 김 속에서 스러져 간다.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칠정(七?)이 다 풀려나간다. 무아지경이라면 야단맞을 소리지만, 아무튼 자신으로부터의 구속에서 마저 해방되는 ‘목욕탕 속의 자유’가 여기에 있다. 이 편안함을 알뜰히 향유하는 방법은 그저 맘 내키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이다. 냉탕에 들어가 정신을 차리든, 사우나에 들어가 고통을 견뎌보든, 아니면 아예 노천탕으로 나서서 차고 더운 걸 한 몸에 느끼는 얄궂은 쾌감에 떨어보든.유성은 밤이 화려한 곳이다. 대로는 네온사인에 번쩍이고 골목마다 음식점이고 술집이다. 나 같은 ‘늙은이’는 들여놔 주지도 않는 나이트클럽을 비롯하여, 노래방을 원조(元祖)로 하는 여러 가지 ‘방’들과 무슨 호프, 카페, 레스토랑과 룸살롱 같은, 현지인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이름의 술집들이 즐비하다. ‘안마’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도대체 ‘발맛사지’는 뭐고 ‘가요주점’은 ‘술마시는 노래방’과 어떻게 다른가? 종류별로 일일이 들어가 볼 시간도 돈도 없거니와 그럴 염도 없다. 아무튼 먹고 마시고 노는, 모든 것이 다 있다고 치부하고 돌아서니, 여기가 별천지인가 내가 외계인인가?유성하면 온천을 떠올리지만, 실은 유성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이기도 하다. 올 때 호남고속도로로 올라서자 바로 나타난 ‘대덕밸리IC’ 표지판을 보고도 좀 낯설다 싶어 그냥 지나쳤더니, 거기서 바로 빠져나갔더라면 나로서는 더 자연스러운 답사가 될 뻔했다. 연구원들을 만나면 광의의 직업동료들이요, 일하는 곳을 먼저 보고 휴양지로 가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표준과학연구소, 전자통신연구원, 과학기술원, 인삼연초연구원, 한전전력연구원, ××그룹종합연구소,… 정부출연/투자연구기관 28개에, 기업부설 연구소 26개, 벤처기업 백여 개가 대덕밸리 안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학재단 등 7개 지원기관과 8개에 이르는 대학을 합치면 1만 6,000명이 넘는 연구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줄잡아1/3이 박사라니, 유성 구청장은 최소한 5,000명이 넘는 박사님들을 섬기는 귀하신 몸이 아니신가?단지건설기본계획이 수립되고 꼭 30년이다. 우거진 숲 사이로 듬직하게들 자리잡은 건물들이 금병로, 화암로, 가정로로 이어지고, 과학로에 엑스포로도 있다. 굳이 지명의 뜻이나 유래를 알아 무엇하랴. 생명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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