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져 버린 한국교회
작아져 버린 한국교회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4.06.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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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계에는 딤미(dhimmi)란 존재가 있다. ‘딤마(dhimma)가 주어진 사람들’이란 뜻인데 딤마란 비(非)무슬림들에 대한 생명과 재산의 안전 보장을 의미한다. 이슬람은 정복지에서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이 다음 4가지 조건을 지킬 경우 죽이거나 강제 개종을 시키지 않는 정책을 실시했다. 4가지 조건이란 1)무슬림의 주권을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복종하는 것 2)전쟁 시 무슬림을 돕는 것 3)인두세와 토지세를 내는 것 4)무슬림의 여행자를 매년 3일간 환대하는 것 등이다.

이에 이슬람은 한때 관용의 종교로 불렸으며 정복지에서의 피정복민을 원만하게 통치할 수 있었다. 딤미로 규정된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은 그나마 생존이 보장됐기에 무슬림 통치자들에게 감사하며 살았던 것이다. 현재 이집트 콥트교회나 시리아 정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딤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무슬림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해서도 안 되고(무슬림을 타종교로 개종시키면 사형죄), 기독교적 세계관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단지 그저 몰역사적 몰사회적 사적(private) 종교로서만 생존이 허용됐던 것이다.

딤미를 떠올린 것은 대한민국 기독교가 무신론 세계의 딤미로 전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의 온누리교회 강연 내용을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시련과 고난을 주셨으며 그 고난을 통해 단련시켜 오늘날의 축복을 이루게 하셨다는 내용이다. 즉 살아 있는 하나님이 역사를 직접 주관하시며 역사는 하나님의 주관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는 ‘하나님 주권 역사관’에 따른 근대사 강연이었다. 이 같은 강연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역사관이 문 후보 개인의 역사관도 아니다. 한국 기독교 정통 역사관에 해당된다. 물론 강연 내용 중 다소 투박한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민족을 사랑하사 이 민족을 고난과 역경으로 단련시킨 뒤 이 민족을 일으켜 세워 크게 사용하신다는 믿음의 사관을 바탕으로 한 것이 문 후보의 강연이었다.

물론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이 강연은 교회 내에서 교인을 상대로 한 강연이다. 문제가 된다면 이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관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기독교를 이슬람 세계의 딤미 정도로 취급한 꼴이 된다.

개인의 구원이냐 사회 구원이냐는 논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개인이냐 사회냐의 문제가 아니다. 만일 한국 기독교가 개인과 그 개인의 가족들의 세속적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교회에서의 기도가 과거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비는 것과 별 다를 것이 없는 것이라면 침묵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적 세계관과 역사관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러한 세계관을 방어해내지 못한다면 한국 기독교는 이름만 기독교일 뿐 기독교적 세계관을 결여한 서양귀신을 모시는 무당종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 사회는 종교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느덧 무신론 혹은 세속주의가 한국의 국교가 되고 있다. 개인적 기복신앙만 인정할 뿐 기독교적 세계관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오게 된 데는 기독교인들의 잘못도 크다. 올바른 세계관과 역사관으로 무장하지 못한 죄악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황성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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