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부산모터쇼 자동차의 미래를 엿보다
2014 부산모터쇼 자동차의 미래를 엿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6.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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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캐시카이

지난 5월 29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14 부산 국제모터쇼’는 국내 모터쇼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곳과 수입차 업체 17곳이 200여 모델을 전시했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신차가 현대차의 AG 등 3가지, 아시아 프리미어 5가지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자동차 매니아에게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번 부산 모터쇼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트렌드를 볼 수 있다.

국내 언론들은 ‘광고주’라 그런지 현대차가 내놓은 AG와 ix25, 기아차의 신형 카니발에만 주목하고 있다. 이 차량들은 올 가을이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을 모델들이다. 신형 카니발의 경우 이미 판매예약을 받고 있는 ‘중고 신차’다.

이들의 디자인은 새로울지 몰라도 지난 15년 동안 현대차노조가 부풀려 놓은 자동차 가격 올리기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이라는 AG의 가격은 평균 4000만원, 신형 카니발은 3000만원 이상 달할 것이라고 한다.

기대를 모았던 르노삼성의 콘셉트 카 ‘이니셜 파리’의 경우 유럽에서 생산했고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는 이유로 큰 기대를 얻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별 게 없어 실망감만 안겨줬다. 그나마 사람들의 이목을 끈 건 기아차의 콘셉트 스포츠카 ‘GT4 스팅어’와 쌍용차가 2015년 내놓기로 한 CUV(Compact Utility Vehicle) 모델, 쉐보레의 스포츠카 카마로 콘셉트 카 정도였다.

벤츠 신형 C클래스

국산차 업체들이 이처럼 무성의한 모습을 보인 반면 수입차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수입차 업체 가운데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BMW는 4시리즈 그란쿠페와 고성능 모델인 M3, M4 등을 내놨다.

이어 BMW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C클래스와 신형 CUV인 GLA를 공개했고 아우디는 A3 스포츠백 e트론을 선보였다. 판매량을 크게 늘려가고 있는 폭스바겐은 골프 GTI와 GTD를, 재규어 랜드로버는 F타입 쿠페와 레인지로버 롱휠베이스를 내놨다.

유럽차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일본차와 미국차도 전력 질주 중이다. 닛산은 캐시카이를, 캐딜락은 신형 CTS를, 포드는 링컨 MKC 등을 공개했다.

부산에서 맞붙은 BMW와 벤츠

이들 가운데 BMW의 4시리즈 그란쿠페와 벤츠의 신형 C클래스는 주목해볼 만하다. BMW는 아반떼급인 3시리즈와 그랜저급인 5시리즈의 중간급인 4시리즈의 세단형 쿠페, ‘그란쿠페’를 6000만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4시리즈의 경우 컨버터블과 쿠페 모델은 이미 국내에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20d x드라이브 그란쿠페는 배기량 2000cc, 출력 184마력으로 힘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실제 힘을 체감하는 데 중요한 토크가 38.8kg.m로 대형 SUV급에 육박해 운전을 즐기며 시장에서 가장 구매력이 큰 30~40대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벤츠가 선보인 소형 C클래스 신형은 최고급 세단 S클래스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과 실내 장식, 편의 사양을 갖추면서도 연비는 기존 대비 20% 가량 좋아졌다. 반면 가격은 4000만~5000만원대로 낮춰 젊은 전문직을 목표로 했다. 벤츠가 선보인 GLA클래스는 새로운 소형차 플랫폼인 MFA를 기반으로 만든 CUV다.

엔진은 1.6리터 및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2.2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동북아 시장은 오프로드에 적합한 대형 SUV보다는 주로 도심에서 타고 다니는 소형 SUV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 시장에서도 이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다.

독일 국민차이자 유럽의 현대차인 폭스바겐은 국내 2030세대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골프의 고성능 모델 GTI와 GTD를 6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평범한 골프 FSI 등과 달리 ‘아우토반의 악동’ ‘서민의 포르쉐’로도 불리는 골프 GTI는 이번에 220마력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직분사 가솔린(TFSI) 엔진을 탑재, 0~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5초에 불과하면서도 연비는 18%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

골프 GTI와 맞먹는 디젤모델 골프 GTD는 2.0리터급 디젤 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힘으로 0~100km 도달 시간 7.5초의 성능을 뽐낸다. 그럼에도 연비는 16.1km/l로 우수한 편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차를 바짝 추격 중인 일본과 미국 브랜드, 영국産의 탈을 쓴 인도 브랜드도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는 닛산은 이미 세계에서 200만대 이상을 판매한 캐시카이를 내세워 연 매출 4500대를 달성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캐시카이는 2007년 처음 출시된 크로스오버(SUV와 세단의 장점을 더한 차량) 모델로 유럽과 미국에서만 판매했던 모델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출시하는 모델은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신형 CUV인 ‘NX 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오는 10월 국내에 출시하는 NX 하이브리드는 렉서스의 SUV인 RX 모델보다 작은 크기로 2013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벤츠의 GLA 등과 비교될 만한 NX300h 하이브리드에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돼 있다.

기아 신형 카니발

도요타와 포드의 신형 CUV

미국 브랜드인 포드는 자사 브랜드 링컨의 신형 CUV인 MKC를 선보였다. 미국 SUV는 모두 거대하고 기름만 먹는다는 선입견을 깨는 MKC는 2.3리터와 2.0리터 에코부스트 엔진 모델이 있다.

2.3리터 에코부스트 모델은 최대출력 285마력, 최대토크 42.2kg·m을, 2.0리터 에코부스트 모델은 최대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7.3kg·m의 힘을 내면서도 연비는 비교적 우수하다.

인도가 소유한 영국제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는 2인승 스포츠카인 F타입 쿠페와 대형 SUV 레인지로버 롱 휠 베이스를 선보였다. 이 모델들은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급 차량들로 독일제 고성능 차량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좁았던 한국 소비자들에게 ‘영국적 감수성’을 어필했다. 이밖에 마세라티는 대형 세단 콰트로포르테 디젤과 중대형 세단 기블리 디젤 등을 선보이고 하반기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수입차 모델들을 관통하는 특징은 철저히 한국적 특성에 맞췄다는 점. 한국 소비자들이 디젤 엔진을 선호하고 연비와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차량의 크기,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 등-을 중시하면서도 가격에 예민하다는 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특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을까봐 수입차를 선뜻 고르지 못했던 50대 이상보다는 부동산 가격 탓에 자기 집 마련을 포기한 젊은 세대들이 집 대신 차를 중시하고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선호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파악, 2030세대와 40대를 목표로 한 중소형 차량과 소형 CUV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부산 모터쇼에 참가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미래형 차량’에 대한 비전 제시에도 열을 올렸다. 폭스바겐의 콘셉트 카인 크로스 블루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SUV형 MPV(다목적 차량, 승합차)가 많이 팔리는 아시아 시장에서 선호할 만한 모델이다. 크기는 대형 SUV 수준이지만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면서 주행하면 연비가 37.8/l나 된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SUV는 전혀 생산하지 않았던 재규어도 SUV 콘셉트 카 C-X17을 선보였다. 이안 컬럼이 만든, XF모델부터 시작된 재규어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C-X17은 “SUV도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평가받았다.

BMW 그란쿠페

아우디가 선보인 A3 스포트백 e트론의 경우 전기차가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A3 스포트백 e트론은 2015년 상반기 한국에서도 출시할 예정이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아우디가 전기차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서 선두그룹인 도요타는 프리우스에서 파생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콘셉트 카 NS4를 선보였다. NS4는 프리우스에 비해 작아진 크기와 줄어든 무게, 더욱 좋아진 연비와 가속도, 짧아진 충전 시간 등을 자랑했다.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보여줄 부산모터쇼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번 부산 모터쇼에 출품한 모델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향후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고성능 차량은 SUV와 세단, 스포츠카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 아우디의 콘셉트카 나누크 콰트로나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이탈디자인의 파쿠르와 같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 소비자들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여기에 필요한 도로 등의 인프라 확충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격차를 자동차의 기술과 성능으로 메운다는 뜻이다.

도요타 NS4

다른 하나는 전기차 시대는 그리 빨리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재규어가 인도 자본의 도움을 얻어 개발 중인 마이크로 터빈 하이브리드 차량을 실용화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연기관과 고성능 배터리, 전기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고성능 고연비의 디젤 엔진 차량이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도,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추격자에게 발목 잡혀 나락에 빠질 수도 있는 기로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이브리드 차량과 디젤 엔진에 필요한 2차 전지, 일종의 콘덴서인 캐피시터, 차량용 IT기술, 고순도 디젤 연료 개발 때문이다.

한편 한국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향후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와 초호화 브랜드 간의 수렴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페라리와 같은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최근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쿠뱅과 같은 SUV나 에스토크, F44와 같은 세단을 개발하고 있다.

재규어 C-X17

마세라티는 디젤 엔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이번 부산 모터쇼에서 마세라티가 콰트로포르테 디젤 모델을 선보인 점이나 재규어가 C-X17이라는 SUV 콘셉트 카를 내놓은 점은 주의 깊게 볼 부분이다.

이밖에도 이번 부산 모터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미래’에 대한 키워드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이기에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상대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터쇼는 그저 레이싱 걸이나 슈퍼카를 보는 축제와 같은, 단순한 쇼 정도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자동차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을 떠올려 보면 모터쇼에서 향후 경제 흐름과 기술개발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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