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수학·과학 바보 만드나
문이과 통합 수학·과학 바보 만드나
  • 정용승
  • 승인 2014.06.27 09: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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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전형 간소화 및 발전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1/2 + 1/2 = ?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시험에서 나올 법한 문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문제는 지방 국립 자연대 수학문제로 나왔다. 이뿐 아니다. 서울 명문 공대의 한 학생은 적분기호를 보고 “교수님 저 꼬불꼬불한 기호는 뭔가요?”라는 질문을 해 교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유머가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과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과 대입전형 간소화를 위해 2017학년도부터 수능의 방향 및 고교교과 과정을 대폭 개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이 과학 과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7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과학교육이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수학, 과학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수학, 과학 이해능력 저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지적한다.

이과 교육이 무너지는 이유

이과교육이 무너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이과교육 경시 분위기와 수학능력평가시험에서 줄어드는 이과 과목의 입지가 그것이다.

이과교육 경시 풍조에는 애플의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의 말도 한 몫 했다. 잡스는 2010년 1월 애플사의 아이패드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애플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강조했다. 잡스의 말은 인문학이 위기에 처했다는 주기적인 주장과 맞물리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하나의 사회적 코드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 또한 입사시험에 논술을 포함시킴으로써 인문학이 이과적인 능력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 같은 인식은 스테디셀러 목록에서도 나타난다. 교보문고 스테디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상위 20개 중 인문학 관련 서적이 아닌 책은 박경철 저자의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하나다.

7차 교육과정 이후 달라진 수능제도도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은 2003년 8월 시행된 수준별 수업의 도입과 학생 선택권 확대, 재량 활동시간 도입이 골자다. 7차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문·이과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고교 1학년까지는 필수과목 10개를 공통적으로 가르치고 2·3학년이 되면 79개 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학생이 선택하도록 해 원칙적으로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다.

이에 맞춰 대학들은 대입전형을 바꿨다. 기존에 문과는 사회교과 30단위, 과학교과 16단위 정도, 이과는 사회교과 18단위, 과학교과 32단위 정도 최소이수단위를 했다면, 개정 이후 문·이과 구별 없이 모두 22단위로 이수단위를 동일하게 한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고려한 정책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과목편식현상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조금 더 쉽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과목을 선택했다. 이 결과 현재 이공계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할 물리2와 화학2 과목을 동시에 선택하는 학생은 전체 이공계 학생 중 0.0015%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전체 이과계열 학생 중 35%는 문과형 수학을 선택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편향적인 과목 선택이 현재 이공계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와중에 대입제도 개선안이 작년 10월 확정됐다. 개정안의 초점은 대입전형 간소화와 수험생 부담 완화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가 지난 10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벼랑 끝에 선 과학·수학 교육’ 주제의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시전형은 대략 3000개 정도 된다. 반면 개정안은 수시와 정시를 나눠 수시는 3개 전형, 정시는 2개 전형으로 간소화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문과 중심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

문제는 문·이과 통합교과과정에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방침은 환영할 만하지만 과학과 수학의 비중이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정진수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과학교육단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물리학의 비중은 체육의 1/4, 음악의 1/2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장만 문·이과 통합형이고 내용은 이과 폐지에 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연구위원 11명 중 10명이 문과 출신임을 강조했다.

심재억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수학, 과학의 수준과 교육범위를 낮추고 있다”며 “이는 학생 전체 교육수준 하향평준화”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문·이과 통합과정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박선종 분당중앙고 교장은 통합의 내용적인 면과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별과목의 통합이 아닌 내용 자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화학적 융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학계 실무 인사가 주요 위치에 참여해야 근시안적 졸속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석영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외국의 사례를 들며 주요 과목을 국정교과서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교육과정이 없이 지역마다 있는 교육구에 따라 학생들의 교과 과목이 다르지만 국가차원에서 영어, 수학, 과학 세 과목만은 교육 표준을 제시해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분야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37억달러(3조7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영어, 수학, 과학을 핵심 교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영어, 수학, 과학, 컴퓨팅, 체육을 초중등 전학년 필수 교과로 가르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국·영·수 각각 10단위, 과학 18단위를 필수로 지정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기술과학의 융합’을 위해 중요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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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 2016-11-15 22:22:58
엑 1/2 + 1/2 어려우려면 얼마든지 어려워질 수도 있겠는데?
우리 시험 문제는 1+1=2가 되는 것을 증명하는 거랑 두 점 사이를 가장 가깝게 가는 선은 직선이란 것을 밝히는 것 같은게 시험문제 였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