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방어가 아닌 인천상륙이 필요하다”
“낙동강 방어가 아닌 인천상륙이 필요하다”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4.06.3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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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새누리당 국회의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가장 오른쪽, 가장 강력한 보수’로 1, 2위를 다투는 의원이 있다. 군 장성 출신의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으로서 최근 지방선거와 곧 있을 당내 전당대회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문창극 총리 후보 논란 등 정치 현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한 의원의 모습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중장 출신 무골로서 무뚝뚝하고 원칙적이며 이념지향적인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생각들은 대단히 유연했고 전략적이었다.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강조한 말도 ‘변화’였다. 40여년간 입다 벗어놓은 군복과 지금 입고 있는 정치인 양복이 그토록 잘 어울려 보일 수 있다니, 분명 범상치 않은 조합이었지만 군과 정치인의 공통점에 대한 그의 설명은 또한 설득력이 있었다. 이날 인터뷰는 정치권 최대 현안인 문창극 총리 후보 문제로 시작됐다.

- 문창극 총리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 최고위원을 지낸 재선 의원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청문회에서 문제와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언론과 국민들이 많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청문회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것이죠. 청문회를 열지 않고 후보의 낙마를 결정한다면 국회 청문회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드러난 문제 때문에 청문회도 안 한다는 것은 국회 자체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청문회에서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청문회 거부는 국회의 직무유기

- 초기에 가장 논란이 됐던 문제가 문 후보의 ‘하나님의 뜻’ 발언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 후보의 교회 강연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어요. 문제는 일부 언론이 ‘하나님의 뜻’ 발언만 잘라서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잘라서 보면 문제가 생겨요. 전체를 보고 판단했어야죠. 문 후보의 종교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종교가 미래에 대한 기원과 희망 그리고 기복(祈福)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 대한 것도 동일하고요. 이것은 과거의 반성에서 출발하죠. 실제로 문 후보는 일제 강점기, 6·25, 조선조 등을 인용해서 말했어요. 이런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 하나님이 시련을 준 것이라고 말했죠. 즉 과거에서 교훈을 찾고 이것을 바탕으로 발전하자고 한 것이지 과거의 사실이 잘됐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 지금 새누리당 내에는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압니다. 초선 의원들이 사퇴 요구를 해서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저는 의원들이 개별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후보의 사퇴 압박을 하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표현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통상 당은 하나의 공동목표를 가진 결사체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당을 이루기 위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당의 강령과 당원이죠. 강령은 당의 지향점을 명시한 것이에요. 물론 당의 강령에 100% 동의하는 사람만 모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생각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처럼 개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합니다.

국회의원 성향 조사서 ‘가장 보수적’ 평가 

- 작년에 19대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성향 조사결과가 발표됐는데 여기서 한기호 의원님은 새누리당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속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단순한 상대비교로 본다면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가장 강력한 보수가 되는 건데요 본인의 성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당시 설문조사 문항은 여러 개가 있었어요. 보편적인 문항은 의원들의 생각이 대부분 비슷해요. 차이가 나는 부분은 대북문제와 안보문제였죠. 그 부분에서 제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 문항 중 ‘국보법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질문에 저는 오히려 강화하는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죠.

또 남북문제에 대해 ‘국방예산을 줄여서 복지예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나’는 질문에는 반대로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어요. 그러다보니 점수로 환산했을 때 이런 부분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보수쪽으로 쏠리게 된 거죠. 저를 강력한 보수라고 하셨는데 저보다 강력한 분이 역시 강원도의 김진태 의원이에요. 그 분이 1등이고 제가 2등을 했죠.(웃음)

- 가장 강력한 보수, 혹은 ‘극우’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활동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저는 북한과 안보에 대한 굳건한 신념과 근거를 바탕으로 얘기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들의 오해를 살 때가 있습니다. 제가 말 한마디 하면 SNS에서 수없이 공격을 당하곤 합니다. 심지어 제 지역구 주민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죠. 물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괴롭지만 감수해야 하고 또 감수할 자세가 돼 있습니다. 북한을 마주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제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났고 곧 당내 전당대회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선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이 나왔습니다만 의원님은 지방선거 결과가 무엇을 말해주었다고 보십니까.

교육감 선거는 이념의 성향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지방선거의 초점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점에서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변화입니다. 국민들은 이념의 방향보다 지속적인 변화를 우선적으로 원하죠. 두 번째는 변화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응입니다. 저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속마음을 못 읽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도 강원도지사는 야당 인물인 최문순 도지사가 됐어요. 반면, 도의원은 44명 중 36명이 새누리당 의원이 됐습니다. 비례대표도 새누리당이 우세했어요. 이런 결과는 국민들이 서로의 견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반영됐다고 봅니다. 서로의 견제로 쏠림 현상을 차단하는 것이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3선 의원이 대거 낙선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정부는 이런 민심을 읽어야 해요.

-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인천상륙작전이 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셨습니까. 중장 출신 의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더 각별하게 들리는데요, 어떤 의미였나요.

한 야당 의원이 먼저 ‘낙동강 방어 전투’라는 말을 했어요. 낙동강 전투가 무엇입니까? 마지막 방어 전투입니다. 그 전투에서 북한은 무너지고 우리는 버티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었죠. 그렇다면 국민들은 방어 전투를 원할까요? 전혀 아니죠. 국민들은 낙동강 전투를 원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분위기의 대반전을 원하고 있어요. 즉 파격적인 후보를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여야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내세워서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국민의 바람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파격적인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은 ‘변화’를 원한다

- 그런데 왜 당은 국민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의원님과 같은 그러한 생각이 당내에서 공유되지 않는 겁니까.

이런 이야기를 수용하고 수렴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죠. 지금까지도 친박, 친이 같은 당내 진영 논리가 작용하고 있어요. 결국 공천 문제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는 비례대표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비례대표를 직능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에게 줄 것이냐, 미래 정치리더에게 줄 것이냐 하는 것인데요, 저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는 보편타당하고 합리적이며 정상화된 정국에서 법을 하는 것이에요. 법사위원회에 법을 전공한 사람만 있나요? 국방위원회에는 병생활을 한 사람, 상근예비역을 한 사람, 심지어 미필자도 있어요. 즉 직능별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 미래 정치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에게 비례대표를 줘야 하죠. 이런 사람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합니다.

- 장군 출신 안보전문가로서 현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또한 앞으로 대북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을 파악하는 것이 안보정책의 핵심입니다. 북한의 실체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대부분의 의원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정의화 의장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우리 국회가 회담을 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설문지를 의원들에게 보냈는데 저는 고려할 필요조차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북한의 인민회의는 당에서 뽑는 것이고 전혀 주민들의 생각을 반영할 수 없는데 그런 의회와 국회가 회담을 하겠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죠. 우리와 그들이 같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북한에서 김정은은 신(神)이에요. 나머지는 사람이고요.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 우리의 외교정책이나 대북정책은 주도적이기보다 대부분 대응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나설 방책은 없을까요.

있죠. 그러나 우리가 바뀔 수는 없어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죠. 즉 북한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변화 방법에는 자발적인 변화와 강제적인 변화가 있어요. 자발적인 방법은 김정은 정권이 자신들의 체제의 모순을 인정하고 바꾸는 방법이고, 강제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당근을 줄 수도 있고 채찍으로 위협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복합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북한이 초코파이 반입을 금지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초코파이는 하루에 40만 개가 들어가고 1인 당 4개씩 주어지죠. 4만7000명의 노동자가 초코파이를 받으면 중간수거책이 돈을 주고 가져갑니다. 다음에 총수거책이 가져가고요. 그 사이에는 수송책도 있고 도매책도 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소매상인에게까지 넘어가는 것이죠. 즉 초코파이 덕분에 북한에 유통망이 생겼어요. 자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죠. 북한 정권은 자본주의 체제가 들어오는 것이 두려운 것이죠. 그래서 초코파이 반입을 금지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북한이 위협을 받는 상황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어요. 남한의 정책이 북한을 바뀌게 만드는 것이죠.

-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북문제에 대해 확고한 이해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저는 의원들의 대북인식이 미약하다고 봅니다. 새누리당 내에 북핵문제특별위원회가 있는데 제가 핵을 넘어 북한에 관한 문제범위를 넓히자고 제안한 적이 있죠. 그런데 당 지도부에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와 군 생활의 공통점

- 40년간 군에서 근무하다가 정치인이 되셨습니다. 재선에 성공했고 당 최고위원도 지내셨는데요, 정치가 잘 맞으십니까. 정치인으로서 포부는 무엇이십니까.

저는 정치와 군 생활은 결국 ‘국민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봉사의 방식과 분야의 차이지 기본적인 방향은 같다고 보죠. 그래서 봉사의 대가라는 의미로 봉급(俸給)이라고 하잖아요. 노동자들은 급여(給與)라고 하죠.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소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만 일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만약 국민들이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털고 나갈 것입니다.

- 강원도가 지역구이시죠. 지역구 현안과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 바랍니다.

저는 접경지역을 지역구로 가지고 있습니다.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60여 년 동안 방치되다 보니 밀림화가 됐고 생태 보존이라는 이유로 개발을 못하게 막고 있어요. 결국은 점점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이 돼가고 있죠. 저는 이 지역을 다시 사람이 살고 싶은 땅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규제가 많아요. 저는 규제를 풀고 개발해 사람이 몰리는 지역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하이킹 도로를 만들거나 고지대에 수영장, 캠핑장을 마련해 자연과 함께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자연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죠.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백승휴 객원기자 phototherapy@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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