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꽁꽁 묶인 한국경제
환율에 꽁꽁 묶인 한국경제
  • 미래한국
  • 승인 2014.07.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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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최승노 편집위원‧자유경제원 부원장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하락)이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인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완화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 터키, 멕시코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일제히 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시장으로 몰린 데 따른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환율은 지난해 6월과 비교했을 때 급격하게 떨어져 1년 새 140원 가량 낮아졌다. 이는 약 10% 넘게 낮아진 것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계속되는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다. 국내 생산량의 70~80%를 수출하는 현대·기아 자동차는 환율이 10% 하락하면 약 2000억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 속도라면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세 자리 수를 전망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환율이 급락하고 원화가치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경기 전망은 더 어둡다. 실제로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출 중심인 상당수 기업들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환율이 102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5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원화가치가 주변 경쟁국에 비해 홀로 강세 추세를 계속 이어갈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내수시장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를 살펴보면 환율하락이 그렇게 기대할 만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원화가치 강세는 수출 부진에 의한 소득감소 효과를 가져와 국내수요 증가를 막을 수도 있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탓에 마이너스 효과를 내므로 내수 확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환율 급락으로 인해 최근 회복세를 보였던 제조업 체감 경기는 다시 뒷걸음질 중이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쳐 더 상황은 악화됐다. 수출 비중이 큰 석유화학 기업들은 환율하락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으며 전기전자나 철강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역시 약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분야 전망 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 수출 기업들은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국내 관광 산업까지 위축되고 있다. 반면 원화가치 상승에 사람들이 하나둘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해외 관광 지출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해외 관광 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화가치 강세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원화 강세는 구조적 원인에 따른 것이라 외환 당국의 의지만으로는 방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한 한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크므로 국제적인 주시의 대상이라 환율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국제적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도 흐름을 바꿔버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선적으로 환율의 급속한 변화를 완화하고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은 외환보유고와 외채를 포함해 환율변동을 완만하게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화가치 강세를 막을 수는 없지만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환율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를 높이고 유연성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최승노 편집위원
자유경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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