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이래서 밀렸다”
“보수는 이래서 밀렸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7.09 12: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석인터뷰 ②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지난 6월은 대한민국 보수진영에게 잔인한 한달이었다. 6월 10일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에서 시작된 이른바 친일 역사관 논란은 급기야 24일 문 후보의 ‘자진 사퇴’로 막을 내렸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긍정이 친일로 매도된 역사전쟁의 패배였다.

특히 문창극 후보가 청문회를 통한 해명기회를 얻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나 대통령이 보호막이 되지 못하자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더 이상 보수당이나 정권의 ‘집토끼’로 남지 않겠다는 결별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속내는 무엇일까? ‘초재선혁신연대모임’ 간사로 당내 쇄신의 목소리를 내온 김영우(재선), 하태경(초선) 두 의원을 지난 7월 2일, 3일 연속으로 만나 현 정국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김영우 의원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뛰어들었고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은 물론 중진 의원 50여명이 참여중인 ‘쇄신전대추진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 문창극 후보 사태와 관련 보수진영이 크게 실망한 상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는 점과 청문회는 민주주의제도 하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에 문 후보를 낙마시켰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또한 이 사건 이후에 등용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가 중도노선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사태는 조금 복잡한데요, 우선 우리나라의 보수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어요. 한국의 보수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뿌리를 공유하지만 그것뿐이고 다른 콘텐츠가 부족해요. 즉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의식을 제외하면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 보수의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보수가 아닌 중도로 노선을 바꾼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생각하는 새누리당은 안보와 북한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가 맞아요. 대부분의 의원들도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뭉치고 반발하죠.

그러나 문 후보 사태는 ‘안보문제’가 아니라 ‘친일문제’였어요. 그래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흔들린 것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의원들은 언론들의 주장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이 사태에 관해 진보 신문은 물론이고 보수 신문, 심지어 종편방송국까지 친일 혐의가 있다는 쪽으로 몰았죠. 그런 점에서 의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봐요. 또 만약 문 후보 사태가 보궐선거 이후에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거예요. 당내의 분위기가 ‘문 후보는 친일이 아니다’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거든요. 아마 선거 후였다면 전투 태세로 들어갔겠죠.

이런 점들을 미뤄보면 새누리당이 보수가 아닌 다른 노선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기보다 문 후보 사태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의원들이 표를 의식했다고 볼 수 있어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발언도 그렇고요. 물론 보수세력이 새누리당에 느끼는 배신감은 이해합니다만 보수노선을 포기했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 7·30 보궐선거가 박 대통령 자신에게는 결정적 고려 요소가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이 박 대통령의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가 아닐까요.

저도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전략적으로도, 지지율 측면에서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옳았죠. 그런 선택을 했을 때 지지 기반도 공고해지고 지지율도 높아졌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이번 박 대통령의 결정은 큰 실책이고 지지율을 떨어뜨린 원인이죠.

저는 박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한 이유를 행정적인 판단 착오였다고 봐요. 아마 참모들이 문 후보가 청문회에 서더라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박 대통령에게 했을 거예요. 청문회까지 가서 낙마하면 또 다른 후보를 고르고 다시 청문회를 거치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죠. 총리 공백기가 길어지게 되고요. 즉 행정공백기가 지속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판단 착오

- 현재 하 의원님은 당내 쇄신모임을 이끌고 계시죠. 초재선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중진 의원까지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취지와 내용을 설명해 주시죠.

쇄신모임의 목적은 이름에도 있듯이 ‘쇄신’이에요. 당의 쇄신을 바라는 초·재선의원들이 모여서 결성된 모임이죠. 과거의 전당대회와 지금의 전당대회를 비교해보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돈 봉투도 사라지고 공천 협박도 없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 있는 잔재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부분이죠. 새누리당은 전통이 있는 오래된 당이기도 하고 당에 오래 몸담고 있는 의원들의 몸에 배어 있는 과거의 정치문화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거죠. 반면에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의식은 정치문화가 바뀌는 것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정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죠. 저희는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든 것입니다.

- 쇄신모임이 생긴 후에 서청원 후보 쪽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서 의원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죠. 자신의 반대세력이 모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쇄신모임 의원들은 누구에게 줄서는 성격이 아니에요. 기자들도 다 아는 부분이죠.

- 쇄신모임 내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어제(7월 2일) 세 번째 토론회를 열었어요. 쇄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고 아직도 논의 중이죠. 확실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 이후에도 당의 쇄신과 콘텐츠 확보를 위해 모임을 지속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의원이 공감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과 인사문제가 폐쇄적이라는 것이에요. 또한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는 후보들이 충분한 쇄신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그렇죠. 그리고 문 후보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새누리당의 무정체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죠.

- 이번에 이준석 위원장이 맡게 된 새누리를 바꾸는 혁신위원회(이하 새바위)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고 있나요.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저는 쇄신이라는 것은 쇄신의 콘텐츠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즉 쇄신은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그런 맥락에서 새바위가 권위 파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 위원장을 파격적으로 영입을 했다고 봐요.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대표와 대통령 눈치를 보는데 이 위원장은 그런 것이 없죠.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에요. 사실 저도 그런 편이죠. 저는 이런 문화가 장려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보궐선거 공천문제와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는데요, 어떤 의견이십니까.

이 부분은 당 지도부와 저의 개인적인 생각 사이에 조금 차이가 있어요. 지금 당 지도부는 당선가능성을 제1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공천이죠. 그런데 현재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크게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쇄신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공천을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이번 문 후보 사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보수의 진지 하나하나 뺏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러한 ‘진지전’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선거에 있어서 가치위주의 정당이라기보다 현실주의적인 당이에요. 새누리당은 선거를 이기기 위한 선택을 해요. 만약 강력한 보수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라면 새누리당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후보를 선택할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정체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반대로 정체성을 고집하면 혁신이 없는 당이라는 지적이 나와요.

이런 시각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저는 보수가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으나 쇄신에는 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스로 고립돼 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저랑 가끔씩 충돌하기도 하고요.

“보수는 공중에 붕 떠 있다”

- 하 의원님은 제도권에 진입하기 전에 운동권과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셨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신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보통 중앙이슈를 다루는 일은 NGO 활동가들이 더 잘합니다. 훈련도 잘 돼 있고요. 하지만 중앙이슈가 아닌 지역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죠. 지역정치는 중앙이슈보다 복잡하고, 또 중앙이슈를 잘 처리해도 지역에서 낙선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지방에서 그렇죠. 이른바 ‘풀뿌리 정치’인데요, 보수는 이 점에 약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보수를 풀뿌리 보수가 아닌 ‘붕 떠있는 보수다’라고 생각해요. 보수가 국민들 속에 뿌리를 내려야 혁신이 생기는데 그렇지 못하죠. 그래서 보수가 정체하는 경향이 있다고 봐요.

- 보수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이 잘 안 되고 있다면 반대로 진보진영은 잘 되고 있나요? 진보도 이미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많이 있습니다.

성장의 가능성은 좌파쪽이 높아 보여요. 왜냐하면 80년대 정서적인 운동권 동류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인력풀이 넓죠. 예를 들어 최근 부산, 경남을 중심으로 야당세력이 커지고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지역에 국회의원 후보로 나올 때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맥과 세력이 조금씩 확장됐어요. 이런 도전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 축적이 되다보니까 축적의 결과가 이번 선거에서 나온 것이죠. 반대로 호남에서는 보수로 다져지고 형성된 인맥이 없어요. 그래서 축적된 세력도 인맥도 없는 거죠.

또 야당은 젊은층이 지지 기반이기 때문에 누적이 되지만 여당은 중·장년층이죠. 누적이 되기 힘들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전체적인 사회가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즉 지금 좌파의 잠재력이 더 높다는 거죠. 소위 ‘일베 현상’ 때문에 이석기 사건 이후 젊은 보수들이 많이 생겼지만 지금 식대로 가면 젊은 보수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봐요. 예를 들어 5·18이 폭동이고 박원순, 문재인이 종북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는 한 저는 젊은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파는 이런 젊은 보수들과 격렬한 논쟁을 할 것이고 치열한 싸움이 있어야 해요. 이러한 논쟁이 있을 때 좌파를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싸워야 할 적은 ‘종북’이 아니라 ‘친일 색깔론’

- 최근 우려되는 것은 대외문제입니다. 중국과의 관계, 일본과의 관계 문제는 한국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대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 보수진영이 싸워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종북 색깔론’이 아닌 ‘친일 색깔론’이에요. 이번 문 후보 사태도 그렇지만, 보수가 친일 색깔론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내도 어려워지고 한·중·일·미 심지어 남북관계까지 어려워져요. 그래서 보수는 친일 색깔론을 극복하는 운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보수는 앞으로 이기지 못해요. 아베 일본 총리가 비판받을 점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사회에서 친일로 낙인찍히면 매장당하죠. 그런데 종북으로 낙인찍히면 재기가 가능해요. 이런 문화가 한국 사회에 형성되고 있죠.

- 오늘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있죠.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중국 전문가이신데, 특히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우리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우려를 하죠. 그러나 저는 극복하는 방식을 현재와는 다르게 가야 한다고 봐요. 중국을 밀어내기보다 우리가 중국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미반중’보다 중국과의 적극적인 민간외교가 필요해요. 중국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지금처럼 중국을 경계하고 미국 쪽으로만 간다면 더 고립된다고 봐요.

- 중국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화가 될까요?

미국보다 힘들죠. 미국은 개방됐고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죠. 그러나 미국, 일본과의 무역량보다 중국과의 무역량이 많아요. 즉 중국과의 무역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이 수치는 갈수록 격차가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보수의 대외정책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중국을 공략할 틈은 있어요. 인터넷도 있고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토론의 자유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친한파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한국 내에서 친중파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중국 내에서 친한파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빠르겠지만 그럼에도 해야 한다는 거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속해서 관계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결정적일 때 한국이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요.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정연호 객원기자 mychunsha@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태희 2014-07-10 23:16:53
정/­선/­카/­지/­노/는 이제그만 로­또가 왔어요
6월 1­억 출­금회원 다수
◇◇◇◆ 카/­지/­노◇◇◇◆ v­v­i­p­0­0. c­o­m ◆◇◇◇
◇◇◇◆ 블/­랙/­잭◇◇◇◆ v­v­i­p­0­0. c­o­m ◆◇◇◇
◇◇◇◆ 바/­카/­라◇◇◇◆ v­v­i­p­0­0.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