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에 대한 착각’을 깨라!
‘원시에 대한 착각’을 깨라!
  • 미래한국
  • 승인 2014.07.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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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전쟁>(로렌스 H. 킬리 著 김성남 譯 수막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2009)는 사실 케빈 코스트너 감독 주연의 <늑대와 춤을>(1990)의 SF버전이나 다름없다. 두 이야기는 모두 평화로운 미개인과 호전적이고 탐욕스러운 문명인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탐욕스러운 문명인이 침략하기 전까지 그들 착한 미개인들은 어떠한 다툼이나 갈등도 없이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결말에는 차이가 있다. <늑대와 춤을>에선 그 착한 인디언들이 백인 침략자들에게 패배하는 것으로 끝나고, <아바타>에선 판도라 행성의 착한 미개종족들이 문명인 침략자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의미론적 차원에선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미개인은 善이고 문명인은 惡이라는 설정이다.

근대 이후 서구 사조에는 루소를 필두로 그런 믿음이 하나의 강력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루소는 “인간의 욕구는 일부일처와 사유재산 같은 부자유스러운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더 쉽고 평화롭게 충족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어떠한 폭력적 성향도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었다. 홉스는 인간은 자연 상태에선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에 처하게 되며 오직 리바이어던만이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루소는 홉스의 입장에 강력히 반대하며,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고귀한 야만인’이었으며 문명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영원히 그런 황금기에 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루소에게 있어서 문명은 타락이고 오염이었다. 그래서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아바타>와 <늑대와 춤을>의 관객들은, 그리고 그 영화에 상을 준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은 확실히 홉스보다는 루소에 더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과연 원시인 혹은 미개인은 착하고 평화스러우며 문명이 등장하면서 그런 평화가 깨진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는 책이 있다. <원시전쟁>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고고학자 로렌스 H. 킬리다. 1995년 미국 고고학협회에서 석기시대 연구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고고학계의 권위자다. 그는 자신의 평생에 걸친 고고학적 발굴로 얻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원시전쟁의 빈번함과 잔혹함을 보여주며 평화로운 원시의 모습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다.

저자는 선사시대의 유럽과 근대 유럽에서부터 세계 도처의 미개사회와 북아메리카의 인디언 부족사회에 이르기까지를 치밀하게 비교 검토하며, 원시시대야말로 현대보다도 전쟁이 훨씬 더 잦았으며, 더 잔인하고 치명적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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