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나타난 마르크스의 유령, 토마 피케티
21세기에 나타난 마르크스의 유령, 토마 피케티
  • 정용승
  • 승인 2014.07.17 1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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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 ‘우리는 99%다’. 2011년 9월 17일 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反월가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다. 당시 경제위기 속에서 이 구호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구호를 외치며 1%의 고소득자에게 높은 세금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는 99%다’라는 슬로건 자체는 강력했지만 이 구호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상위 1%가 왜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도 부족했다. 즉 외관에 비해 내용이 부족했던 것이 단명한 이유다.

만약 자료와 논리가 탄탄했다면 反월가 시위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아마도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反자본주의 운동으로 확산됐을 것이다. 구호 자체가 상대적 불평등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2014년 지금 反월가 시위의 ‘속편’이 전개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슬로건도 예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부족했던 논리와 자료도 보충됐다. 이러한 새로운 反자본주의 운동의 중심에는 한 권의 책이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쓴 ‘21세기 자본론’이다. 1700년대부터 약 300년에 이르는 20여개 국가들의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을 비교한 이 책은 수집 분석하는 데만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는 99%다’의 속편 ‘부익부 빈익빈’

방대한 자료에서부터 이목을 끄는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등록돼 있고 중국 언론들도 ‘21세기 자본론’에 대해 대서특필을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벌써부터 요약판을 구해 읽는 독자들이 생겨나고 있고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는 등 피케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연 ‘21세기 자본론’은 어떤 책일까? 핵심은 간단하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항상 앞지르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논리다. 즉 돈이 많은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생기고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피케티의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불평등의 심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상위 1% 계층에 최고 한계세율 80%의 누진 소득세율과 10%의 누진부유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피케티는 말한다. 이때 전제되는 조건은 모든 국가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같은 경제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피케티의 이러한 주장에 “피케티와 마르크스의 차이점은 마르크스는 불평등을 혁명으로 바꾸려 했고 피케티는 세금으로 바꾸려 한다”고 꼬집는다. 피케티는 이런 비판에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며 자본주의는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로 응수한다.

‘엉터리 자료’로 만들어진 책

문제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 오류가 많다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7가지 근거를 들며 피케티의 오류를 지적한다. 팻 핑거(fat finger·단순한 실수), 수치 잡아 늘리기(tweaks), 엉터리 평균치(averaging), 가공 데이터 만들기(constructed data), 엉뚱한 연도 비교하기, 제멋대로 잣대(definition), 입맛에 맞는 수치 고르기(cherry-picking) 등이다. 예를 들어 정확한 자료가 없는 부분은 임의대로 수정을 하거나 다른 자료를 삽입하는 등의 ‘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유주의자들도 피케티의 주장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23일 자유경제원은 ‘피케티 열풍에 자유주의자가 답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케티는 자본(capital)과 부(wealth)를 동일 선에서 보고 있다”며 “자본에 비인적 자산을 모두 포함시키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에 부동산, 금융자산, 공장, 인프라, 기계 등의 물적 자본과 기업 이윤, 특허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각의 특성을 무시하고 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도 피케티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피케티는 경제를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원장은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기 때문에 다른 계층의 희생이 없어도 전체 계층의 절대적 소득 크기는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피케티가 주장한 ‘세금을 통한 부의 분배’에 대해 “상위 1%의 소득을 세금으로 징수해서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방법보다 빈곤층 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소득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미래한국>의 이원우 기자는 자유토론 시간에 “경제적 이슈를 정치적 문제로 만들려 하는 세력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전 일어났던 ‘우리는 99%다’ 시위보다 논리와 구호가 강해진 만큼 혼란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를 정치로 풀면 안 돼

당시 ‘우리는 99%다’에 대응해 생겨났던 ‘우리는 53%다’ 운동을 예로 들었다. 53%는 미국의 납세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이 운동은 ‘우리는 99%다’ 운동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다.

이런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피케티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지난 6월 16일 런던정경대 피콕 극장에서 열린 피케티 강연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그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피케티의 강연을 듣기 위해 건물 밖으로 줄을 설 정도였다. 한국어 번역판 ‘21세기 자본론’은 올해 9월 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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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횬 2014-07-18 1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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