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제 관련 최고 권위지(誌)로 손꼽히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연이어 일본 특집 기사를 게재하면서 아베 총리의 개혁안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애국적 일본’이 자위권을 강화해 다른 나라들과 같이 상비군을 갖는 것은 동아시아 안보에 도움을 주는 것”이며 “아베가 잠자는 일본을 깨우고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는 것이다.(이코노미스트, 6월 28일자 커버스토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도 지난주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 동아시아에서의 확장된 군사적 책임을 대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되면 한미일 군사동맹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이에 만일 북한이 한국을 미사일 등으로 공격한다면 일본은 한국을 도와 북한에 대해 반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전세계는 일본이 7월 1일 단행한 평화헌법 재해석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아베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반대와 불편한 감정은 자칫 무지 혹은 감정에 기인한 편협한 국수주의로 치부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위안부(성노예) 문제 등 일본의 뒤틀린 역사인식에 대해 세계가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으며 이것이 일본이 일등 국가로 부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대국’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용기’는 자신감인지 무모함인지 혹은 콤플렉스의 발로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일본의 군사력 확대가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빅터 차 교수는 “수십년 후 일본이 한국이나 미국의 동맹으로 남아 있는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는가. 전쟁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필자의 우려 섞인 질문에 “역사는 반복되지 않으며 진보한다(progress)”고 답변했는데 동의할 수 없었다.
“21세기 중반 일본은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며 구체적 세계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해 주목받아온 미래전략가 조지 프리드만 류의 시각을 모두 믿지 않더라도 전쟁은 인간 본성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구상 전쟁이 사라진다면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인류 종말의 순간이지 아닐까.
전쟁史 연구가들에 따르면 3,400여년의 기록된 인류 역사 중 내전을 제외하고 3,010번의 국가간 전쟁이 발생했고, 현대에도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이 없었던 날은 45일에 지나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전쟁을 치렀던 가장 많은 이유는 ‘평화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편 전쟁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 일본을 적대시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일 양국에) 문제가 있을수록 대화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말에 국제사회 어느 누구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속히 한일 고위급 대화채널과 나아가 정상회담을 열어야 할 것이다.
대화와 협력과 신뢰구축을 통해 평화의 기간을 최대한 연장해 나가야 하며 또한 동시에 ‘평화를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늘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범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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