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권 확대는 한국에도 이익, 문제는 일본의 역사인식"
"日 자위권 확대는 한국에도 이익, 문제는 일본의 역사인식"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7.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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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빅터차 美 조지타운대 교수 · 前 백악관 NSC 보좌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관련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의 주변국들은 이번 일본의 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객관적인 견지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을 볼 수 있을까.

본지는 지난 15일 미 W.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 담당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조지타운 대학 정치학과 교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로 활동하고 있는 빅터 차 교수를 만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 한일관계 및 한미관계, 그리고 통일 문제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 지난 7월 1일 아베 일본 정권은 헌법재해석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을 의결했습니다. 아베 정권이 주변국들의 만류와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해석을 감행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재임할 때부터 그를 알았던 사람으로서 아베 총리가 일본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국가로 만든 것 또한 제게는 전혀 놀랍지 않았습니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시키는 것은 아베 총리가 항상 원해왔던 일이니까요. 그는 일본이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면 일본의 안보를 비롯한 미국의 안보까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한국인들의 경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요.

한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국 안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위협적, 공격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한미일 3국 동맹은 더 견고해질 것이고 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다른 국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만일 북한이 미사일과 대포를 한국에게 쏜다면, 이번에 새롭게 바뀐 일본 헌법에 따라 일본은 한국을 도와 북한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미사일 방어와 국방 안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점들을 객관적으로 고려했을 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국에게 분명 이롭습니다.

“韓日, 대북 공동 군사작전 가능”

- 한국인들은 그런 상황을 상정하기 이전에 ‘현재’의 일본이 보여주는 움직임에 대해 감정적으로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일본이 노력해야 할 측면이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장 의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일본은 한국에 관료들을 보내 일본의 입장을 확실히 밝히고 한국인들의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과 주변 국가들이 자신들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 미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한일 양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현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일본 경제의 부흥과 일본의 확장된 군사 책임에 대한 대환영이죠.

단 한 가지 걸리는 건 지속적으로 역사 왜곡을 하는 일본의 태도입니다. 사실 일본이 자신들의 경제를 살리고 국방력을 높이겠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만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다르죠. 일본이 동북아시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건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이 계속해서 역사 왜곡 문제를 올바르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겁니다. 과거 일본에게 피해를 당한 나라들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에 대한 반발의 원인이 일본의 태도에 있다고 보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물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일본이 특정한 명분 없이 한반도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간단한 예를 들면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이 미국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경우 미국은 한반도의 상황을 주시하겠죠. 북한이 잠수함을 보낼 수도 있으니 북한의 움직임도 주시할 겁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미국은 태평양 건너 저 멀리에 있습니다. 만에 하나 북한이 잠수함으로 한국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한국을 즉각적으로 돕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동맹국이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하는 것을 눈뜨고 구경하는 수밖에 없고요. 미국은 이런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맹국이 눈앞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일본이 한국을 도와 북한을 공격할 것이고 미국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한국을 침략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에요.

- 한일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표현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두 나라의 교류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얼마 전 前 일본 방위성 방위상이 한국을 방문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군사 전문가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회의에서 윤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신뢰 결핍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의 조건은 한반도를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일본 특집기사를 게재한 영국 이코노미스트誌

“日, 주변국 납득시키려면 역사 왜곡 해결해야”

- 일본 측 반응은 어땠습니까.

일본이 한국을 공격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이런 협력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은 일본과 동북아시아 국가들에게 이런 회담을 장려하고 있지만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 일본의 이번 헌법 재해석에 따르면 일본인 납북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개인적으로는 일본에게 다른 국가로 납치된 자국민을 구할 능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게는 그런 특수부대작전 역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미국에는 특수부대가 있지만 일본은 특수부대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은 헌법재해석을 ‘지금’ 진행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아베 총리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동안 총리를 지냈지만 재임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헌법을 재해석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지금의 아베 총리는 좀 다르죠. 일본 경제를 살리고 있고, 한동안은 총리로 일할 것 같으니 자신의 신념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겁니다. 일본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강해진다면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는 좋은 카운터 밸런스(counter balance)가 될 겁니다. 아베 총리가 헌법재해석을 현재 진행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문제로 주변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부분이 아이러니긴 하지만요.

일본은 1등 국가가 되길 원합니다. 더 이상 뭐든지 2등 국가, 혹은 ‘지는 해’로 인식되길 원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세계가 일본을 1등 국가로 인식할 수 있을까요? 일본이 주변국들에게 저지른 과거의 만행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내년이면 70년이 됩니다. 일본은 패전 이후 국제사회의 평화와 부흥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에게 자국을 지킬 수 있는 군대가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타당하다고 보시는지요.

국제관계학 학자들은 일본이 패전 이후 급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룬 것,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것은 굉장히 드문 현상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었죠.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규모를 가진 일본이 군사적으로 취약한 건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손실입니다. 국가는 적으로부터 자국 영토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것은 국가의 자주성(sovereignty), 즉 기본권이자 의무입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함으로써 이미 예전에 지녀야 했을 그들의 기본권을 되찾는 작업에 돌입한 것일 뿐입니다.

日-北협상, 누구도 예상 못해

- 한편 일본은 최근 북한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협상 과정과 타이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울과 워싱턴은 이번 협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협상은 아베 총리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번 협상은 아베 총리에게는 큰 도박이 될 겁니다.

일본이 마지막으로 북한과 납치문제 협상을 한건 고이즈미 총리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과의 거래가 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죠. 일본인은 북한이 제시한 거래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금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그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일본 국민들이 과연 북한과의 협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 일본이 대북제재의 일부를 해제한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깬게 아닙니까.

일본이 자국민이 관련된 사건에 관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하지만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결정을 한미 양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현재 일본이 해제한 대북제재는 북한의 2006년 핵실험 이후에 부과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에 시행되는 대북 제재 해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 북한의 도발과 핵 문제,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있습니다. 북한 혹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제 친구 정몽준 의원도 핵개발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곤 하는데요.(웃음) 저는 한국이 핵을 가지는 건 절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논리에서 한국이 만약 핵개발을 감행한다면 한국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한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국제사회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입니다.

우선 한국이 핵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합니다. 이 조약에서 유일하게 탈퇴한 국가가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북한입니다. 한국이 모든 것을 잃을 각오까지 하면서 이 조약에서 탈퇴할 이유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 한미 양국 관계에 관해 질문하겠습니다. 최근 한국 언론을 보면 더 이상 한미관계가 예전만큼 밀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 외교를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라고까지 부르면서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펼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 내 정치 상황, 미군의 이라크 철수 문제, 중동지역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까지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정책은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책임은 현 민주당 오바마 정부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문과 언론에서 한미 관련 보도를 찾기 어렵다고 해서 양국의 관계가 멀어진 것은 아니겠죠. 신문에는 주로 안 좋은 소식만 실리게 마련이잖아요? (웃음) 부시 정권 동안 미국은 노무현 정권과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미 관련 뉴스가 신문을 거의 도배하다시피 했었죠. 현재 한국과 미국은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미관계 문제가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은 징조 아닐까요?

‘통일은 대박’ 인식 확산시켜야

- 미국은 일본을 대하는 박근혜 정권의 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미국은 박근혜 정권이 일본과의 역사 문제 때문에 일본과 충돌하고 있지만 한일 간의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6자 회담을 위해 한국 측 대표를 도쿄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죠. 이번 6자회담이 한일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계가기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감하고 복잡한 역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자세에 미국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입장입니다.

- 한국에선 마침 오늘(7월 15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한국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선적으로 한국 국민들이 통일을 더 이상 부정적인 개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겁니다. 햇볕정책의 주된 목적은 한국과 북한간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한국과 북한간의 경제적 차이를 줄이고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간 햇볕정책을 실행하는 동안 한국인들은 ‘통일은 힘들고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남북통일의 긍정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한국이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저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는 자주성을 갖습니다. 일본도 당연히 마찬가지고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거나 무력을 사용한 적이 있었나요? 없습니다. 지금은 1945년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변했고 일본도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변화된 상황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만에 하나 일본이 다른 전쟁을 일으키면 어떡하나 걱정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역사가 반복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계속 진화(progress)합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인 www.kimbumsoo.net
정리/양희경 인턴기자 hkyang13@gmail.com
사진/김영민 인턴기자 mychunsha@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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