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노리는’ 규제 법안들
삼성을 ‘노리는’ 규제 법안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8.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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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의 수출은 지난해 1572억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액 6171억달러의 25%에 해당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증시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그룹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이건희 회장은 “못이 튀어 나오면 사람들은 때려서 못을 집어넣으려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대기업 규제 법안들 역시 대개는 삼성이 타깃이다. 어떤 법안들이 있을까.

 

금산분리법

산업자본이 금융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금산분리법(금산법)은 대표적인 ‘삼성 규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대형 금융사를 거느릴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그룹이 유일하다는 평가마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생명이다. 7월 31일자 시가총액은 20조700억에 이른다.

금산법은 하나의 법률로 이뤄지지 않고 크게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으로 나뉘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상호간의 지분 소유를 금하고 있다.

금산법은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분리하는데 이 법에 의하면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 혹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제외한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금산분리법은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그 결과, 국내 대형 민간은행들은 외국자본의 소유가 됐다. 7개 시중은행 중 한국씨티은행, SC은행 및 한국외환은행이 외국자본의 지배하에 있으며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도 최대주주를 포함해 60~80%의 지분이 외국인주주 소유다.

결과적으로 금산분리정책이 국내자본을 배제하고 외국자본을 우대하는 역차별을 초래한 셈.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수많은 기업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금융정책을 펼치기도 어려워진다.

순환출자규제

순환출자란 계열사 간에 순환적으로 출자해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방법을 말한다. 순환출자에는 경영 대주주가 적은 자본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에 순환출자는 흔히 ‘1%도 안 되는 주식을 가지고 재벌오너가(家)가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순환출자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영기법이다. 미국 정도가 M&A를 촉진시키기 위해 순환출자를 규제하고 있다.

국내 재벌들이 순환출자방식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재벌기업들의 오너 주식을 시장에 강제로 내놓게 했고, 그 결과 오너들의 보유재산이 축소돼 기업 자금을 활용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까닭이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게 되면 그룹 가운데 오너의 경영권이 약해지는 기업이 등장하게 된다. 결국 외국기업들에게 경영권 위협을 무기로 투기적 공세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기업을 상대로 한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재벌그룹 일가의 부당한 재산증식 행위를 규제한다는 취지로 공정거래법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 규제 법안은 재벌 대기업의 계열사와 사업부가 본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원리를 배제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계열사를 늘리지 않고 사업부로 통합해 내부거래를 하는 것과 계열사를 만들어 상호 거래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 하지만 현행 규제 법안은 사업부 거래는 인정하고 계열사 거래는 규제하는 등 보편성과 일관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재벌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면 거기에 합당한 과세를 하면 되지만 정부는 재벌기업들에 대한 반(反)국민정서에 편승해서 비효율과 부당한 입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를 듣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이 법안은 대기업의 영업시장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두부, 세탁비누, 고추장 등 100여 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절차는 사무국에 신청이 접수되면 서류검토, 실태조사 등에 들어가고 조정협의체 운영을 거쳐 실무위원회·동반성장위원회 심의를 받는다. 여기서 합의에 이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고 대기업의 신규출점 제한, 출점가능지역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반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사업조정 신청에 들어간다.

삼성의 경우 삼성SDI가 정보통신 시스템구축사업(SI)에 대기업 진출을 불허함에 따라 해외 쪽으로 수주를 돌리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는 사실상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외국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줌으로써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실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국내 외식업의 상당 부분이 일본계 외식업에 잠식됐고 국내 SI사업의 경우 대기업의 국내 실적 부진으로 해외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최경환 부총리팀의 신규 규제법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사실상 유보가치가 가장 높은 삼성이 타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내유보는 기업이 회사에 쌓아 놓은 현금이 아니라 이익 가운데 배당하지 않고 남은 순이익을 운전자산이나 기타 자산에 투자한 형태로 등장한다.

문제가 되는 사내유보의 현금성자산에 대한 과세는 기업들이 얼마나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재벌 때리기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최경환 부총리팀은 이를 ‘기업소득환류세’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해외투자의 경우 기업소득환류세 공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의 해외 유망기업 인수나 첨단기술 도입, 원자재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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