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화두는 ‘세계시민’이 되는 것”
“21세기의 화두는 ‘세계시민’이 되는 것”
  • 이원우
  • 승인 2014.08.07 1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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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니안 골모하마디 WFUNA 사무총장
 

UN(United Nations, 국제연합)이라는 글자 앞뒤로 W(세계) F(연맹) A(협회)를 붙여보자. WFUNA(유엔협회 세계연맹)가 된다. 낯선 이름이지만 알고 보면 UN 못지않게 오래된 역사의 조직이다.

UN 창설 이듬해인 1946년 8월 창립된 이 조직은 유엔의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세계를 무대로 움직인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UN 관련 국제기구이기도 한 WFUNA의 사무총장 보니안 골모하마디(Bonian Golmohammadi)의 내한 일정에 맞춰 그를 인터뷰했다.

- 지난 5월에도 공적개발원조(ODA) 역량강화 논의를 위해 내한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내한 목적은 어떤 건가요.

이슈는 매우 많습니다. 국제시민사회 기구로서 저희 WFUNA는 현재 100여개가 넘는 유엔협회를 통솔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UN이 알리고자 하는 가치와 활동을 시민사회에 널리 알리고 그걸 위한 다양한 캠페인, 교육 프로그램, 행사 등을 통해서 대중과 유엔의 접점을 늘리는 거죠.

이번 내한에선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방문해서 차세대 여성리더 양성에 대한 협력구조를 논의했고 부산의 문화예술 교육특구인 금정구를 방문해서 청년문화 발전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 WFUNA는 활동 범위가 굉장히 넓은 조직 같습니다.

UN 자체가 굉장히 많은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저희(WFUNA)도 회원협회들과 협력하면서 전 세계 시민사회를 시야에 넣고 각종 기관과 같이 교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UN과 국제 이슈, 그리고 시민사회 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국가입니다. 한국에는 아주 많은 기회가 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주 내한하고 있습니다.

- 현재 UN과 WFUNA의 현안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UN의 세 가지 가치는 평화안보, 인권, 지속가능한 개발입니다. 이 큰 틀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사회에 다가가는 게 WFUNA의 역할이죠. 최근에는 인도 남아공 아르메니아 우간다 베네수엘라 르완다 등의 국가들과 근거리를 유지하면서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어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빈곤의 상관성을 밝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고요. 물론 시민사회 기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개인’이 필요하다”

- 청년사업도 많이 추진되는 것 같은데요.

학계와도 프로그램을 많이 연계하지만 역시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며 접근하는 대상은 청년들이니까요. 지난 6월 말에는 1주일간 로마식량기구에서 전 세계 청년들 350명과 함께 다양한 UN의 의제들을 토론하는 행사를 가졌어요. 이탈리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내빈들이 다수 참석한 큰 행사였습니다. 40여개국에서 모여든 청년들이 1주일간 UN에 대해 배우고 회의를 직접 진행해 본 거죠.

한국에서도 경희대에서 제3회 UN협회세계연맹 청소년 캠프가 진행됐어요. 청소년 시절부터 인권에 대해서 토론하는 기술을 배우고 인권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건 아주 중요하거든요. 겨울 캠프엔 지속가능 개발에 초점을 둬서 모의유엔 형태로 캠프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청년들을 중시한다는 건 결국 ‘미래’를 중시한다는 의미일 텐데요. 앞으로 청년들이 살아가야 할 21세기의 화두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세계 시민성(global citizenship)이죠. 우린 이제 전 세계를 관통하는 글로벌 정치 이슈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이 말을 특정한 정파와 관련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는 개개인이 세계적 이슈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준비를 해 나가는 게 중요하죠. 그런 인재상이야말로 21세기가 찾고 있는 사람들이고, 21세기라는 ‘시대’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 UN이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은 조금 색다르게 들리는데요.

물론 UN은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면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에 주력합니다. 가족이나 학교나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개인이 아닌 ‘인류’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고요. 다만 UN이라는 조직 자체가 국가들의 연합이기 때문에 유엔 안에서도 국가이익이 강조되고 대변되는 경우가 존재해요.

그런 이유로 인류 또는 세계시민사회 전체를 포섭하는 정책들이 나오지 못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거죠. 시민사회가 충분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숙해 간다면 다룰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넓어지고 국가정책의 영향력도 더 넓어질 겁니다.

- 한국에는 UN이나 WFUNA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자 하는 많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관심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먼저 가장 큰 ‘오해’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국제관계를 공부하거나 외교학을 전공하거나 아예 외교관이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국제기구 어딜 가더라도 물류 담당자, 건축가, 간호사, 웹사이트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을 필요로 해요. 국제기구 안에도 다른 모든 곳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역할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 안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일이 우선이에요. 그러다 보면 다양한 기관에서 그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게 우선”

- 외국어 능력도 중요할 텐데요.

영어를 포함한 6개의 UN 공용어를 할 수 있으면 물론 더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겠죠. 특히 쓰기 능력(writing skill)은 상당히 중요해요. 꼭 학문적인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실용적인 글쓰기 실력을 요하는 국면이 많습니다. 웹사이트 공지사항 하나부터 다양한 국가의 대표자들에게 제안서를 써야 하는 크고 작은 경우들이 생기거든요.

- 특별히 선호되는 전공이 있나요?

국제관계나 국제법에 대한 공부가 돼 있다면 물론 도움이 되겠죠. 지속적으로 세계의 이슈들에 대해 공부해 두는 것도 효율적일 겁니다. 하지만 전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UN을 포함한 어떤 단체에서 일을 하더라도 그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에 대해 얼마나 깊게 이해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래야만 그 가치를 다른 일반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쉽게 이해를 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또한 유엔협회세계연맹 같은 경우는 파트너십에 절대적으로 의존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정부 학교 사기업 등의 지원과 협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따라서 우리의 철학을 시민사회와 이어주는 소통(communication)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저희 역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류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방식과 도구들을 많이 도입하고 있고요.

- 아무래도 WFUNA는 다른 기관과 협업을 했을 때 더 진가가 발휘되는 단체인 것 같은데요. 어떤 사례가 있었나요?

세계식량계획(WFP)과 파트너십을 맺은 경험이 생각납니다. 식량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점심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했어요. 방식이 좀 독특했는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공짜 점심을 지원하는 형태였습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교육기회를 많이 부여하고 싶었죠. 그게 결국엔 그 가족들과 지역사회에도 지역경제를 부흥시킬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교류 활동은 개발도상국 바깥에서도 진행됐어요. 예를 들어 스웨덴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 방문한 고객들이 점심을 사면서 한 끼에 50센트 정도를 기부하면 개발도상국의 여자아이를 도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실시된 적이 있어요. 해당 상점들의 비즈니스에도 좋은 영향을 줬고 나중엔 연예인들까지 합류하면서 식당들이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문의할 정도였죠.

UN의 새천년 개발 목표(MDGs)

‘새천년 개발’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로

- 스웨덴 유엔협회(UNA) 사무총장 시절 진행한 반전(反戰) 캠페인으로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까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뢰 제거 프로젝트였죠. 지뢰와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 알려보자는 취지였어요. 한국으로 말하면 서울역 광장에 해당하는 스웨덴 스톡홀름 광장에 카펫을 깔고 화면을 설치해서 시민들이 지나갈 때 특정 부분을 밟으면 화면에서 펑 하고 터지는 효과를 연출했어요. 지뢰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성을 강조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 캠페인이었고 거기에서 모금된 돈으로 실제 지뢰제거 작업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러시아와 조지아의 2008년 분쟁 때에는 직접 조지아로 가서 남아 있는 잔해들을 수거해 스웨덴으로 가져오기도 했어요. 도시 곳곳에 그 잔해들을 전시하면서 전쟁의 참상과 후폭풍에 대한 경각심을 주자는 목적이었죠. 이 활동이 엄청난 캠페인 붐을 일으켜 성공을 했고 결국 칸 국제광고제 금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졌어요.

- 한편 최근 유엔의 관심사로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것도 있었는데요. 올해가 중요한 시기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UN의 가장 ‘핫’한 토픽이죠. 2000년 UN에서 채택된 의제인데 어느덧 내년이면 15년이거든요. 올해 9월말이 최종 보고 시한입니다. (※ 편집자 주: MDGs는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범세계적 약속으로 ①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 ②초등교육의 완전보급 ③성 평등 촉진과 여권 신장 ④유아사망률 감소 ⑤임산부의 건강개선 ⑥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의 질병과의 전쟁 ⑦환경 지속 가능성 보장 ⑧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동반관계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MDG 다음으로는 어떤 목표를 세워서 앞으로 15년의 그림을 그려 나갈지 한창 토론 중이에요. 현재 관심을 받고 있는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입니다. MDG의 8개보다 많은 이슈들을 포섭하면서 그동안 MDG가 다루지 못한 주제들로까지 UN의 범위를 확장시킨다는 구상이죠. 10개가 넘는 목표들이 생겨날 수도 있어요.

보통 ‘개발’이라고 하면 환경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과 환경 두 가지를 전부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어떤 방식일지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뷰/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사진/정연호 객원기자 mychuns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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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임 2014-11-28 12:48:53
먼지같은 인생에서 미래에 자녀에 그 자녀을 생각하면 답답하기 한없습니다.
설거지하면서 세제를 물타서 기름기없는 건 맹물로 이정도 실천...
지구을 위해 그 지구내 소외된 인간을 돕고 어루만저 주는 분이라시니 존경하고 응원 관심 많이 갖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