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지각생’ 한국, 직항 타고 케냐로 오세요!
‘아프리카 지각생’ 한국, 직항 타고 케냐로 오세요!
  • 미래한국
  • 승인 2014.08.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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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고비 키타우 케냐 대사
 

‘진짜가 왔다.’

2012년 대한항공이 최초로 아프리카 직항노선을 투입하면서 내걸었던 광고 문구다. 대한항공이 선택했던 최초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바로 케냐(Kenya)다.

대한항공은 인천과 케냐 나이로비를 잇는 직항 노선을 2012년 6월 개설했다. 사업가 출신의 은고비 키타우(Ngovi Kitau) 케냐 대사는 한국과 케냐의 무역증진과 교류확산을 위해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 직항항공은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09년 주한 케냐 대사로 임명돼 꽤 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의 역사, 경제, 정치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곧 임기를 마치고 케냐로 돌아가는 그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케냐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그와 함께 ‘진짜 아프리카’ 케냐로 여행을 떠나보자.

- 어쩌면 한국인들에게 알듯 모를 듯한 나라가 바로 케냐 아닌가 싶은데요. 먼저 한국-케냐 양국의 관계에 대해 개괄해 주시면 어떨까요.

케냐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잘못된 관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웃음) 동북아시아 항공사 중 첫 번째로 대한항공이 인천-나이로비 직항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한항공이 아프리카에 유일하게 취항하고 있는 곳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입니다. 인천-나이로비 직항 비행기 탑승자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에서의 케냐의 인지도는 높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늘려나갈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내린다면 대부분의 케냐 사람들은 여러분이 중국인 혹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한국과 케냐 간의 직항 항공이 있고 무역교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깊은 교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교류 부족 현상은 제가 대한항공사 측에게 인천-나이로비 직항 항공을 설립하고자 설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이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올해 양국 수교 50주년, 한국인 관광객 1만 명 목표

- 두 나라의 외교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1964년 2월 당시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과 케냐의 조모 케냐타(Jomo Kenyatta) 대통령에 의해 수립됐습니다. 같은 해 나이로비에 주(駐)케냐 한국대사관이 설립됐는데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한국 대사관으로는 가장 역사가 깊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조모 케냐타 대통령의 관계는 돈독했고 두 분은 양국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했습니다. 재미 있는 사실을 알려 드릴까요? 현재 한국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전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고 케냐의 현재 대통령은 조모 케냐타 전 대통령의 아들인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입니다.

- 반면 주한 케냐대사관이 생긴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요.

주한 케냐대사관은 2007년까지 일본에서 운영됐거든요. 2007년 7월 서울에 주한 케냐대사관이 설립됐습니다. 최근 케냐에서는 아시아 외교·경제 정책을 ‘Look East Policy’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주한 케냐대사관 설립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생각했어요. 대사관 설립된 이후로는 양국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 예로 관광 산업이 눈에 띄게 발전했죠. 2007년 케냐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의 숫자가 4000명까지 떨어졌었는데 주한 케냐대사관 설립된 이후로는 케냐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 현재 양국의 관광 현황은 어떤가요?

매년 약 9000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케냐를 찾고 있어요, 1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1만명이 작은 숫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 케냐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1년에 6만명씩 케냐를 방문하는 인도예요. 2위는 5만명을 기록하는 중국이고, 3위는 1만5000명을 기록하는 일본입니다. 인도의 인구는 12억, 중국은 13억, 일본은 1억5000만명입니다. 한국은 세 나라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숫자인 5000만입니다. 인구 대비로 본다면 한국인 관광객 1만명 유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또한 평균 이상이고요.

- 소비가 높다는 건 그만큼 매력 있는 나라라는 뜻일 텐데요. 한국인들이 케냐를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은 관광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사업 때문에 케냐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주한 케냐대사관 설립 전 한국-케냐의 무역 규모는 500만달러였습니다. 작년 2013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록했고요.

-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서 케냐 커피가 부쩍 유행을 타는 것 같습니다.

케냐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죠. 작년에는 케냐가 한국에 수출하는 커피의 무역규모가 600만달러를 돌파했어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양국 교류가 더 활발해졌습니다. 최근엔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가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한국-케냐 경제 공동위에 참석하며 경제협력·개발협력과 관련된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 무상원조기본협정 등 3개 협정에 서명하는 성과를 거뒀어요. 이런 뜻 깊은 협정이 한국-케냐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이뤄진 데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커피 이외에 케냐가 한국에 수출하는 품목에는 어떤 게 있나요?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금속류와 꽃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자연과 야생동물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나라

- 그런가 하면 ‘케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는 드넓은 사파리와 야생동물도 있습니다. 케냐의 사파리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나요?

다들 사파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지난 6월에는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사파리를 방문하셨거든요. (웃음) 누(wildebeest)를 비롯한 동물들의 대이동은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매년 약 500만마리의 동물들이 대이동을 합니다. 그 중 2만5000마리는 이동 도중 죽기도 하죠. 대부분의 동물들은 7월말 탄자니아 세렝케티에서 케냐로 이동해 10월 말까지 케냐에서 머뭅니다. 그리고 다시 번식을 하기 위해 탄자니아로 돌아가고요.

케냐의 사파리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마사이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입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굉장히 작은 규모이지만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습니다. 마사이마라에서는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입니다. 아까 말씀 드렸던 누 떼의 대이동은 마사이마라가 자랑하는 가장 장엄한 풍경 중 하나예요. KBS, MBC, 아리랑TV를 비롯한 방송국들이 마사이마라를 찾아 촬영하고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 마사이마라만 해도 다소 낯선 이름인데요. 또 소개할 만한 지명이 있다면요?

마사이마라 외에도 뭄바사, 마린디는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휴양지입니다. 나이로비에 한국 그룹이 40년 동안 운영해 온 5성급 호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한국의 파라다이스 그룹이 1974년부터 파라다이스 사파리파크 호텔을 소유하고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도 사파리 투자와 운영에 깊게 관여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에 대해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기온과 날씨일 텐데요. 케냐의 날씨는 어떤가요?

케냐는 적도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기온 변화가 심하지 않습니다. 가끔 추워질 때면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항상 영상 20도를 웃도는 날씨를 유지합니다. 에티오피아 날씨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요. 덕분에 커피 수출국으로도 유명한 에티오피아와 같이 양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 케냐에서는 사파리에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야생동물을 마주치기도 하나요?

그럼요. (웃음) 정말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집 뒷마당에서 얼룩말들을 종종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자, 코끼리와 같은 위험한 동물들은 사파리공원 전기 울타리에 가둬놓지만요.

- 야생동물들의 보존이나 격리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하지만 야생동물과 인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은 농작물을 밟아 죽이는 등 주민들에게 물질적인 손해를 입히기도 하거든요. 물론 코끼리는 아주 영리한 동물입니다. 전기 울타리 속에 갇힌 코끼리들이 울타리를 건드려 전기 충격을 받은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충격이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 울타리를 탈출하기도 한답니다.

- 케냐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선거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케냐의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합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전체 투표수의 과반을 얻음과 동시에 케냐를 구성하는 47개 자치주의 절반 이상, 최소 25%의 득표를 해야 되는 까다로운 조건도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모델 배우고 싶어

- 현재 케냐는 ‘비전 2030’이라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세요.

‘비전 2030’은 과거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장기 경제개발 계획입니다. 경제·사회 분야의 고문들이 서로의 의견을 수렴해 어떤 방향으로 경제 회복을 추진할 수 있을지 논의합니다. 고문으로는 학자, 각 분야 전문가, 관료, 기술자, 그리고 특이하게도 4개국의 외국인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외국인 고문은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출신들이고요. 케냐 정부 경제·사회 고문으로 초빙된 한국인 외국인 전문가는 정근모 박사입니다. 케냐를 비롯한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중동국가에서도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시죠.

- 케냐 국민들과 케냐 정부는 비전 2030을 통해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물론이죠. 이미 많은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케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뒤처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국가 전체가 하나가 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면 언젠가 목표점에 도달할 거라 믿습니다. 한국이야말로 그 사례예요.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원조를 받는 나라였잖아요? 한국은 지금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할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고요.

- 현재 케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지요.

경제성장, 국가안보, 그리고 국민적 자부심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국가와 유사한데요. 케냐가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이유도 결국은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사한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양국 교류 위해 계속 노력하고파

- 2009년에 대사로 임명돼 한국에 오셨다고 하셨는데요. 대사님 개인적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저는 직업 외교관이 아닙니다. 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는 사업가였어요. 그럼에도 한국에 대사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964년 형성된 한국-케냐 관계의 발전 때문이었습니다. 외교관계가 50년이나 됐지만 대화와 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양국의 관계 발전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주한 케냐대사로 오게 됐고 양국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나이로비 직항로 개설은 가장 큰 성과라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는 케냐에 ‘한국 마을’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한국의 문화를 케냐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양희경 인턴기자 hkyang13@gmail.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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