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탄핵 소동은 민주당의 ‘작전’(?)
오바마 탄핵 소동은 민주당의 ‘작전’(?)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8.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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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 탄핵에 대한 말들이 미국 정가에서 갑작스레 나오고 있다. 그의 지지율이 40%대로 임기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탄핵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대다수 미국인들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발단은 2008년 미국 대선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의 글 한 편이다.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은 탄핵돼야 한다”고 지난 8일 한 언론에 칼럼을 기고했다. 페일린은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고 천문학적인 빚을 늘리는 등 형편없이 국정을 운영했다”며 “지금이야말로 그를 탄핵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페일린의 이 말은 좌파 성향의 MSNBC 등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백악관과 민주당이 오바마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을 오히려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 그런 반면 오바마 대통령을 실제로 탄핵 소추할 수 있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수석보좌관인 대니얼 파이퍼는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공화당 지도부의 이 말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을 소송한 것은 탄핵을 위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라 페일린 “지금이 그를 탄핵할 때”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만들어진 법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국민건강보험에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계속 지연시키는 것은 월권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의 직무는 의회에서 만들어진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고 만들어진 법의 효력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대변인인 조시 어니스티는 정례 브리핑에서 “공화당의 일부 지도자들이 오바마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다고 나섰다지만 우리가 집중하려는 것은 미국인들의 일상”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은 소모적인 정치전”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풀뿌리보수 운동인 티파티(Tea party) 그룹에서 간혹 오바마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공화당 차원의 입장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소송은 대통령에 대해서 입법부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탄핵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라며 탄핵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원 법사위 위원장인 로버트 구드레트 공화당 의원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은 미국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는 거기에 해당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는 하원에서 하고 심판은 상원에서 한다. 탄핵 사유는 대통령이 반역, 뇌물, 고도의 범죄와 비행을 한 경우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은 것은 총 2번인데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다. 닉슨 전 대통령은 사법집행 방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위증을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입법권을 무시하는 등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지만 탄핵을 당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라 페일린과 함께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존 매케인은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실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는 세라 페일린의 견해를 항상 존중하지만 우리가 힘을 쏟아야 할 것은 연방 상원을 탈환하는 것”이라며 “과거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을 때 우리는 그 역효과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이 1998년 12월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을 때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해 탄핵소추를 한 공화당은 그 해 선거에서 패하고 말았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인 65%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당 차원의 입장 아냐”

그렇다면 왜 ‘오바마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이 미국 정가에서 나오는 것일까?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패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6년간의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국내외 정책들의 실패를 목도한 미국인들이 공화당에 표를 던질 게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청년층, 여성, 흑인 등 소수인종들이 중간선거에는 잘 참여하지 않아 민주당에게는 ‘비상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연방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되어 연방 상원을 탈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다는 이슈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관심과 마음에 불을 붙여 11월 중간선거에 참여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선거위원회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 탄핵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지금은 모두 손을 모을 때”라고 호소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의 소송은 오바마 대통령 탄핵을 위한 것이라고 백악관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그가 중시해온 의제들, 합법성, 그리고 그를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공격이다.”

민주당선거위원회는 위와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며 기부금을 내달라는 요청 또한 빼놓지 않았다. 공화당의 베이너 의장은 “백악관이 탄핵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게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슈는 11월의 중간선거와 연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이 자극적인 의제로 어떻게든 지지자들의 마음을 모아보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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