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박지성, 헬로 K리그
굿바이 박지성, 헬로 K리그
  • 정용승
  • 승인 2014.08.14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브라질월드컵, 그 이후 …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국내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적인 경기인 만큼 축구에 대한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은 축구에 대한 흥미를 환기시켜 새로운 팬을 유입시킬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안타깝게도 이번 월드컵은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찬스라기보다 한국축구협회(이하 축협)를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강호들만 모여 있는 이른바 ‘죽음의 조’를 피해 16강에 그나마 쉽게 안착할 수 있는 소위 ‘꿀조’에 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1무2패, 16년 만의 ‘무승’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많은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화살을 축협으로 돌렸다. 국민들은 축협이 그동안 보여 왔던 행태를 비난했다. 선수 선발에 있어 감독의 권한보다 축협의 권한이 컸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축협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결국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 황보관 기술위원장,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모두 사퇴했다.

‘월드컵 특수’는 없었다

K리그 팬들과 관계자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환영받아야 할 한국 축구가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일까. 예상과는 달리 월드컵 후 열린 K리그 경기에는 많은 관중들이 몰렸다.
지난 5일 광양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남드래곤즈와 서울FC의 경기에 찾아온 관중은 무려 9012명. 올 시즌 전남의 평균 관중 3517명을 훌쩍 뛰어넘은 숫자다. 광양경기장의 1만3000석 규모를 고려한다면 ‘흥행대박’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경남FC의 경기도 마찬가지. 무려 2만267명의 관중들이 들어차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박 흐름은 지난 12일 서울FC와 수원 삼성 간의 대결에서 정점을 찍었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는 K리그의 꽃이자 흥행 카드로 꼽히는 ‘슈퍼매치’였다. 이날 경기에는 무려 4만6549명이 몰려 역대 K리그 관중수 9위, 올 시즌 최다관중 숫자를 기록했다. 월드컵 참패를 걱정하던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는 결과였다.

이런 와중에 지난 25일 ‘K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리그경기가 흥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스타전은 올스타전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다. 작년에 개최된 올스타전 관중이 1만1148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의 평균 관중이 3만5000명임을 감안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대로 열기를 식혀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존재했다.

한 가지 의지할 만한 것은 ‘캡틴 박지성’ 카드였다. 이번 올스타전이 다른 올스타전 경기보다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박지성은 이번 올스타전을 마지막으로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올스타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 열기는 다행히 경기 당일까지 이어졌다. 관중의 숫자는 경기장의 입구와 근처 편의점, 매점, 상가에서부터 가늠할 수 있다. 관중이 없는 경기라면 평소처럼 한산하다. 이날은 달랐다. 슈퍼매치 때보다도 뜨거웠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입구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경기장 아래 위치한 대형마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만 했다. 에어컨의 존재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로 가는 곳마다 열기가 뜨기웠다.

경기장에 겨우 입장했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미리 예매해둔 지정석 티켓이 아니었다면 2층 자유석 구석에서 봐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는 무려 5만113명이 입장했다. 외국의 경기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면 이벤트 성격의 경기였기 때문에 슈퍼매치에서 볼 수 있는 불같은 함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K리그 흥행 이어갈 수 있나

박지성은 박지성이었다. 그의 이름이 갖는 티켓 파워를 온 국민이 실감할 수 있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팬층을 가지고 있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7년간 선수생활을 했고 그 중 몇 경기에는 주장 완장을 찼다. 지금은 은퇴한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두고 “내가 본 최고의 태클러”라고 자신의 자서전에 썼을 정도로 인정받는 선수였다.

따라서 그가 출전한 올스타전의 흥행은 어쩌면 보장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박지성은 이제 은퇴했다. 즉 한국 축구계에는 새로운 흥행카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올스타전의 이 열기를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혹은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직후에도 경기마다 3만~5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축구 붐이 일었지만 축구계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쳐버렸다. 작년 K리그 평균 관중은 7638명. 중국 슈퍼리그의 1만8000명과 일본 J리그의 1만7000명에 비교하면 초라하다. K리그는 AFC가 인정한 아시아 1위 리그지만 4위인 J리그에 비해 관중 숫자가 적다. 베트남 V리그의 평균 관중이 7200명임을 감안하면 더 분발이 요청된다.

일각에서는 ‘경기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냉정하게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K리그보다 아래로 평가받는 태국 리그의 열기는 영국 못지않다. 이유가 뭘까. 관건은 ‘연고의식’이다. 리그 흥행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팀’을 응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의식이 부족하다. 한국 축구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 ‘골수 축구 팬’을 만들 수 있을까. K리그 올스타전의 흥행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지금이 바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