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의 줄기(STEM)를 세워라
국가 경쟁력의 줄기(STEM)를 세워라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8.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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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민간단체들이 협력해 수학·과학 교육에 총력 쏟는 미국 미국에서 10년쯤 전에 등장해 고유명사가 된 말이 있다. STEM이다. 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의 앞 글자를 딴 약어다. 이 분야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관심과 실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나온 이 말은 학교 커리큘럼이나 연구논문 뿐 아니라 국가 정책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매년 노벨상을 휩쓰는 등 세계 최고의 두뇌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갈수록 수학, 과학 등 기초 연구 분야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실력이 줄어들면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이에 미국 사회는 STEM 분야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학, 과학 분야에 대한 미국의 실력이 줄고 있다는 근거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국제학생 평가프로그램(PISA)이다. 3년마다 전 세계 60여개 나라의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수학, 과학, 읽기 능력시험인 PISA에서 미국 청소년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5개국 학생들이 참가한 2012년 시험에서 미국 청소년들은 수학 30위, 과학 23위, 읽기 20위를 기록했다.

 

부시, STEM 관련 예산 대폭 증액

이 결과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는 정부, 민간단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하는 수학, 과학 교육 강화에 대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돼 왔다. 우선 정부와 의회는 수학, 과학 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과 법들을 마련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년 연두교서 때마다 STEM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연방정부 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왔다.

첫 시작은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밝힌 미국 경쟁력 구상(American Competitiveness Initiative)이다. 이 구상은 2007년 8월 미국경쟁력법 채택으로 현실화되어 STEM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대폭 증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0년 내 PISA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미국 청소년들의 수학, 과학 실력을 중간에서 최고 수준으로 올리겠다며 교육부, 농업부, 상업부, 국방부 등 13개 부서로 구성된 STEM 교육위원회를 조직했다. 2015년 예산에는 STEM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1억7000만달러를 책정하기도 했다.

이 예산 가운데 1억1000만달러는 대학과 연계한 STEM 교육을 잘 시키는 유치원과 학교들이 많은 교육구들을 선정해 포상하는 데 사용된다. 4천만 달러는 10만 명의 STEM 분야 교사를 양성하는 계획에 투입되며 2000만달러는 STEM 마스터 교사단 운영에 쓰도록 했다. STEM 마스터 교사단은 STEM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사들 조직으로 이들이 각 학교와 공동체에서 지역 주민과 부모, 학생들에게 STEM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 수학과 과학 교사의 멘토 역할을 한다.

향후 1만 명의 교사들이 이 교사단에 가입해 STEM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대학에서 STEM 분야 학위를 받은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을 외국인 학생들은 졸업 후 12개월간 미국에 머물며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대학에서 STEM 분야 학위를 받은 외국인들은 추가로 17개월을 미국에 머물 수 있게 했다.

미국 정부는 STEM 분야 공부를 마친 외국인들에 대한 취업비자 수를 늘렸고 이들이 영주권을 받는 절차도 간소화했다. 민간단체의 역할도 많다. 500여명의 교육, 기업인들로 구성된 민간단체인 STEM 교육연합은 초중고 교과과정에 과학, 수학교육 강화와 교사 지원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제안을 정부에 하고 있다. Project Lead The Way(PLTW)라는 비영리단체는 중고등학교에 STEM 교육에 대한 교과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50개 주 4700여 학교에서 Pathway to Engineering, Gateway to Technology 등의 이공계 교과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남자 청소년단체인 보이스카우트는 2012년부터 단원들이 STEM에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하도록 이 분야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것에 대해 포상하는 프로그램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거대기업들도 교육문제 팔 걷고 나서

STEM 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미국 기업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석유회사인 엑슨 모빌은 수학, 과학 교사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매년 여름 운영하고 있다. 프로골퍼인 필 미켈슨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미켈슨 엑슨모빌 교사 아카데미(Mickelson ExxonMobil Teachers Academy). 1주일 동안 초등학교 3학년부터 5학년을 담당하는 전국의 수학, 과학교사 150여명을 초청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며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과학과 수학 실험을 전문가와 함께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이 STEM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면 담당 교사들의 열정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을 엑슨 모빌은 전액 부담하고 있다. 또한 엑슨 모빌은 STEM 분야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실력향상을 위한 활동인 전국 수학·과학 구상(National Math and Science Initiative)에 1억2500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엑슨 모빌은 “전 세계적으로 1만8000여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들의 자질이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STEM 분야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컴퓨터 회사인 인텔은 젊은 사람들이 수학과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인텔은 1988년부터 매년 과학박람회와 인텔과학재능연구를 운영해왔다. 인텔과학재능연구를 거쳐 간 사람 중 7명이 노벨상을 받는 등 인텔은 이미 STEM 분야 지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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