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과학교육
거꾸로 가는 과학교육
  • 미래한국
  • 승인 2014.08.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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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면서 5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 급성장했다. 이는 1960년대 시작된 ‘과학입국 기술자립(科學立國 技術自立)’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근면하게 땀 흘려 일한 국민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다. 과학기술이 신(新)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며 국부를 창출해 낸다. 과학기술에서 앞서 나가지 못하면 선진국 대열에 절대로 낄 수 없다. 이런 과학기술 중심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창의적 인재교육이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영국은 학생들의 학력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국어·수학·과학 과목만을 평가한다. 중국 또한 최근 국어, 영어, 수학은 각각 10단위(1단위는 학기당 17시간), 과학은 18단위를 필수로 지정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 국민의 과학적 소양교육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고등학교 교육 분야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소양을 키워주기 위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구시대적인 문·이과 구분은 폐기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교육부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이하 연구위원회)의 통합형 교육과정 연구안(案)이 과학교육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돼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때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과목의 필수교육시간은 각각 15단위였고 체육·예술은 각각 10단위였다. 그런데 연구위원회의 연구안을 보면 국어·영어·수학은 각각 12.25단위, 사회는 16단위(역사 포함), 과학·체육·예술은 각각 10단위로 돼 있다. 과학 과목의 교육 비중은 2009년에는 15.1%였으나 개정안의 비중은 10.8%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이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4과목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목당 필수 교과시간은 2.5단위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최소한의 과학교육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현상은 2014학년도 수능 수험생 중에서 자연계열 선택자들이 치른 ‘과학탐구’ 응시자는 38.9%에 그쳤고 특히 기초 자연과학인 ‘물리 I’과 ‘물리 II’의 경우 응시자가 각각 8.7%, 0.9%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공계 전공 희망자들이 문과계열에 비해 크게 적은 상황인데 그나마 이공계열의 핵심 과목인 물리학을 모르고 대학에 진학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대학에서의 자연과학, 공학 등의 교육이 부실해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 과학교육의 상황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고등학생의 60% 이상이 과학을 거의 듣지 않고 졸업하고 과학이 인기가 없다보니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과학교사가 설 자리가 없어짐으로써 교육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과학교육의 비중이 적어지다 보니 실험교육은 거의 사라지고 국민에게 과학 소양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또한 청소년의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창조적 인재육성의 필수사항이며 여기에야말로 창조경제의 성패,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과학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합형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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