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지켜낸 전쟁의 교훈
자유를 지켜낸 전쟁의 교훈
  • 미래한국
  • 승인 2014.09.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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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읽기] 헤로도토스 著 <역사>

과거를 잊으면 미래를 열 수 없다. 문명 이래 인류의 역사는 어쩌면 반추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헤로도토스(Herodotos, BC484?~BC425?)는 2400여 년 전에 ‘역사(Histories apodexis)’를 온전한 형태로 남겨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거울을 만들었다. 그가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다.

헤로도토스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었다. ‘역사’는 역사적 사실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일화와 기담, 습속과 문화, 인종, 자연 풍토와 지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직접 체험하거나 보고 들은 것을 정선하여 기술했다. 그는 정치사뿐만 아니라 지리학적, 인종학적, 민속학적 자료도 채집하고 조사하며 기록했다.

‘Histories’의 본래 의미가 ‘탐구’라는 점이 이 역사서의 성격을 보다 정확히 대변한다. 물론 다양한 나라의 진기한 풍습을 소개하는 게 헤로도토스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다. 그가 ‘역사’를 기술한 궁극적 목적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과정을 추적하고 조명하는데 있었다.

그는 당시 동양과 서양을 대변하는 두 나라의 충돌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으로 보고 작은 도시국가의 그리스 연합군이 거대 제국인 페르시아의 침공을 막아내 ‘자유’를 지켜낸 쾌거를 분명하게 기록하고 그 영광을 후세에 남기고자 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역사 기술의 초점도 그리스와 페르시아에 전운이 감돌던 시기의 사건들과 양국의 상황, 주변국과의 관계들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세 차례 페르시아 전쟁의 징조부터 전쟁의 원인과 배경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페르시아 전쟁은 그리스 전역을 멸망시킬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외형적 전력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그리스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그리스 세계의 공멸을 막기 위한 몇몇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결집이 있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인들에게 흙과 물을 바치도록 요구했지만 그리스인들은 페르시아에 굴복하는 것은 자유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페르시아의 엄청난 대군 앞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항복하고 자진해 페르시아에 부역하는 도시국가가 늘어났지만 아테네인과 스파르타인들은 단호하게 적들에 맞섰다. 그리스 연합군의 전술이나 중무장 보병의 전투역량도 페르시아군을 압도했다. 이 역시 적은 병력으로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동인이다.

헤로도토스의 3차례에 걸친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상술(詳述)은 그리스인의 영광의 자취이자 최고의 역사적 사료다. 그는 전쟁 기에 벌어진 각 도시국가간의 갈등과 대립,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과 성취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술과 지휘체계, 지도자와 장군들의 전략과 영웅적 활약상 등을 잘 채록하고 있다.

특히 지도자들의 선택과 판단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과 거시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한 협상과 설득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곳에서 확인시켜 준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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