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러시아 위기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러시아 위기
  • 정용승
  • 승인 2014.09.1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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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Matryoshka).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이 전통 인형은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20개까지 들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기함을 느끼게 한다. 지금 러시아 상황을 마트료시카에 비유한다면 무리일까. 물론 좋은 쪽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화일로에 있는 러시아 경제 상황은 몇 번을 열어도 나오는 마트료시카와 어딘가 닮아 있다.

발단은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빌미로 러시아가 크림공화국을 ‘자신들의 원래 영토’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의 사건들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군대가 크림반도 지역에 진입해 활동을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잠그겠다고 압박을 하는 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요동치는 러시아 시장

사태가 급박해지자 결국 서방국가들이 나섰다. ‘휴가 갔던 유라시아 역사가 돌아왔다’고 평가할 정도로 세계질서가 요동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미국과 EU는 이런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나섰다. 첫 번째 제재는 지난 3월 6일 단행됐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비자 면제협정 및 협력 확대를 위한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추가적인 2차 제재는 같은 달 16일 단행됐다.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직후였다. EU 외무장관들이 이날 러시아인 13명과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인사 8명 등 21명에 대해 EU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 제재 조치를 결행했다. 또한 20~21일 열리는 회의에서 러시아 고위인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이런 제재에 동참했다. 러시아 인사 등 총 11명에 대한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이다.

두 번의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2차 경제 제재 실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공화국으로부터 요청된 러시아와의 합병안을 러시아 상·하원과 내각에 통보함으로써 2차 경제 제재는 다시 한 번 ‘효과 없는 방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과 EU의 1,2차 제재 이후 러시아 증시는 연초 대비 22% 급락했고 루블화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작 중요한 푸틴 대통령과 측근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미국과 EU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3월 28일 러시아의 제네바합의 불이행 책임을 물어 러시아 정부인사 7명과 기업 17곳을 상대로 3차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입국금지 및 자산동결 대상이 되는 관료 7명 중에는 푸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이고르 세친(Igor Sechin) 회장이 포함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제재를 함으로써 압박강도를 높이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읽히는 부분이다. EU도 이날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러시아 정부 인사 15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서구에서 유입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1,2차 경제 제재 후에만 한화 75조 가량이 러시아를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출액 630억 달러(한화 65조 가량)를 이미 넘어선 결과다. 많은 러시아 전문가들은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편 러시아 내수시장이 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러시아의 주 수입 품목은 소비재와 에너지를 제외한 원자재다. 이 부분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부분을 러시아 제품들이 어느 정도 대체해주고 있어 큰 타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경제 제재 전까지만 해도 소비재와 원자재 부문에서 러시아제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제재로 인해 다른 나라 제품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그동안 타격을 받고 있던 러시아제 제품들이 살아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수시장은 이득? 한국의 방향은?

예를 들어 유제품의 경우 그동안 유제품 시장은 러시아 내에 한정돼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내수시장 확보가 용이해졌다는 분석이다. 즉, 러시아제 제품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쟁 제품이 없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질적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해외자본의 감소로 인해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 때부터 진행해 오던 모든 산업 부문에서의 현대화 정책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기술과 원자재가 러시아로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러시아를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개발이 부진했던 극동지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극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경제 제재에 참여했고 미국이 우리나라를 경제 제재에 동참시키려는 분위기가 존재해 사실상 자본의 투입은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언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추진이 어려워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되지 않는 한 사실상 진행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EU의 경제 제재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산 가스를 재수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마트료시카와 같은 러시아 문제는 언제쯤 끝이 날까.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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