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號 경제는 성공할 것인가
최경환號 경제는 성공할 것인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9.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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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세월호 정국이 민생현안을 송두리째 삼키고 있다.

정부는 경제활성화에 명운을 걸고 있지만, 꼬일 대로 꼬인 여야대치 정국은 민생경제 법안들을 서류더미로 만들어 놓은 채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가장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부처는 아무래도 경제사령탑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정치권에 읍소하다시피 요청했던 것도 그런 배경이었다.

최경환 경제팀의 등장은 현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 경제 사령탑을 맡게 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초이노믹스’라고 불리는 최경환 경제팀이 진단하는 한국경제 문제의 핵심은 한마디로 ‘무기력증’이다. 저성장-저분배-저소득이라는 불황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거처럼 시장경제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경제주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는 철학이 최경환 경제팀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진단과 처방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어떻게’로 등장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이다.
누군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선 그가 ‘누구’인지부터 아는 것이 정책이해에 도움이 된다. 최경환은 누구인가. 그는 어떤 경제철학을 갖고 있을까.

 

최경환은 누구인가

최경환 부총리는 연세대 경제과 재학 중인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본격적인 경제 관료의 길을 걸었다. 경제기획원 근무 시절 미 위스콘신대에 유학해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9년 예산청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을 끝으로 관료생활을 마감했다.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최경환 부총리는 이후 한나라당의 경제통으로 활약하다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관료와 언론, 정치를 두루 경험한 최경환 부총리는 시장경제와 정부정책, 그리고 여론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의 경제사령탑을 이끌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최경환 경제팀의 처방은 내수경기 진작과 가계소득 증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실행 방법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 주식시장의 견조한 상승을 통한 가계 소비력의 회복하는 것, 다시 말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팀이 실시한 7·24 경제조치에서 부동산규제 완화는 즉각적으로 시장에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로 침체된 건설시장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등장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와 배당을 가계소득으로 선순환시킨다는 취지의 기업 유보금과세는 기업 유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초래된 이중과세 및 반기업 정책이라는 비판 끝에 ‘기업소득 환류세’라는 이름으로 수정 및 보완을 거쳐야 했다. 이렇듯 총수요 진작을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는 ‘재정확대’라는 거시정책으로 완성되기에 이른다. 즉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지출 확대에 필요한 세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경환팀은 이를 ‘재정적자’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즉 정부가 빚을 내는 것이다.

문제는 없을까.

최경환 vs 김무성

11일, 새누리당 당사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재부 관료들이 저마다 휴대폰을 들고 바쁘게 통화하는 모습들이 포착됐고, 최경환 부총리가 당사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자리였다.

내년 1월 담뱃값 인상안에 대한 보고자리라는 설명이었지만, 최경환 부총리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에 20분 넘는 신경전이 펼쳐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문은 김무성 대표가 먼저 열었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얼마나 되느냐.”

기재부 측이 “국내총생산(GDP)의 30%대로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하자 김 대표는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가 그 자리에서 ‘공기업을 포함해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회의장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정책)에 ‘공공부문개혁이 부재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김무성 대표가 무기로 꺼내든 순간이었다. 동시에 새누리당이 정부의 경제정책안에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시그널이었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2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초이노믹스는 재정확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일각에서는 이날 최경환 부총리와 김무성 대표간의 신경전을 ‘잠룡들의 경쟁’으로 보는 정치적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초이노믹스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그런 설익은 정치평론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초이노믹스의 성패 여부에 따라 한국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느냐, 아니면 불황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느냐의 기로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탄력성이 떨어진 경제는 돈을 푼다고 해서 살아나지 않습니다. 다시 유연성을 높이고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할 수 있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경기의 장기침체에는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원인에 대한 처방이 있어야만 경기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달 13일 시장경제 싱크탱크인 자유경제원에서는 그러한 초이노믹스에 대한 평가토론이 있었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경환 경제팀의 문제인식과 정책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재정확대’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경제학)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기활성화라는 단기성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비와 함께 총수요의 구성요소로 성장잠재력을 키울 투자 활성화 대책이 미흡한 점은 아쉽습니다. 경기부진이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상황 인식을 하게 되면 당연히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장기 대책이 도출되는데, 경제혁신 부분의 실효성에 대한 의심이 존재하는 것이죠.”

김우택 교수의 지적은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이 경제 무기력증에 대한 원인처방이 아니라 ‘대증요법’에 불과함을 말하는 것이다. 재정확대라는 것이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면 사실 우리는 불황을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다. 불황이 오면 정부가 언제나 재정적자를 내면 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기 때문. 하지만 재정적자는 결국 국가채무를 늘리게 되고, 이는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 된다.

흔히 ‘출구전략’이라고 일컬어지는 경기 이륙기의 재정적자 축소가 실물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당장 빼먹기는 곶감이 달지만, 결국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확대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경제는 심리이기에, 경제주체들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면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주로 케인즈 경제학을 지지하는 그룹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7·24 경제활성화 대책에서 부총리가 지적한 대로 ‘축 처진 경제 전반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초기에 시작되었더라면 한국경제의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노력이 더욱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서울여대 경제학과 이종욱 교수의 이야기다.

 

경제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기업 현장에서는 대체로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에 공감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경제전문가 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적절한 것’으로 평가했다.

응답자들의 51%는 국내 경제의 현실을 ‘저성장의 현실화로 일본의 장기불황을 답습할 우려가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으며, 46%는 ‘회복국면에 있으나 세월호 사고 여파 등으로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저하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현실이 좌고우면하기에는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정책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과대흑자’라는 현상은 우리 경제가 성장확대가 아니라 ‘축소 균형’으로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최경환 경제팀이 이 문제를 ‘내수 활성화, 민생 안정, 경제혁신’이라는 아젠다로 대응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에 이견을 표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이 문제인식은 1990년 초부터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10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경제는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말의 희망을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지켜 본 한국의 정책당국이나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한국경제가 심각한 불황(depression)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새 경제팀의 경고음을 그저 엄살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의 신중한 검토는 분명히 필요한 것이지만, 정책이란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과 수정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정책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효과가 없는 정책들을 선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부로서는 유일한 방책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단숨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경제정책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러한 정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결방법이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적어도 그러한 문제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부총리는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2013~2017년)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제시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 3.5%를 훌쩍 넘어서는 5.7%의 재정확대를 발표했다. 이 때 그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제를 굳이 회피하려 들지 않았다. 이는 최 부총리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주체들이 미래 경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떤 점에서는 경제를 ‘정치적 결단’의 문제로 해석해 볼만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펼쳐질까.

문제는 다시 한 번 ‘정치’

최종적인 주사위는 다시 한 번 우리 정치권에 던져진다. 세월호 정쟁 속에서 국회는 단 한 건의 민생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해산론’이 공공연히 사회 저명인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상황이라면 제 아무리 신통한 방안을 갖고 있는 초이노믹스라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시기를 놓치면 경제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럴 경우 정부의 경제정책은 더 극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더 불투명해지게 마련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온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여기에 최경환 경제팀의 고민이 있다.

여기에 호사가들과 군불을 지피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경환 대망론’이 꿈틀댄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차기 권력을 노리는 대권 잠룡들 입장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자신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망해도 더럽게 망한다’는 시쳇말은 아마도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는 이제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 해제를 외치며 발을 동동 구르지만, 정치권과 관료들은 야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으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의 운명이 곧 대한민국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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