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발자여 야망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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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4.09.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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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 구글, 아시아 최초 창업지원공간 ‘캠퍼스 서울’ 추진

‘안철수의 생각’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책의 제목이다. 그는 본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설파한 ‘새 정치’를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힐링 대통령’이 그의 자리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그저 고지대에서 지은 설익은 밥처럼 높은 안목만을 강조한 정책이라고 여긴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지난해 4월 구글 CEO인 래리 페이지의 방한은 정부의 정책에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 벤처 생태계에 대한 논의 후 올해 5월에는 수잔 포인터 구글 대정부 담당 선임 디렉터가 미래전략수석을 방문했다. 이로써 정부와 구글 간의 합작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때는 지난 8월 27일, 구글은 ‘캠퍼스 서울(이하 서울 캠)’을 설립키로 했다.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가 손에 잡히는 순간이었다. ‘캠퍼스’는 구글이 창업가들을 위해 만든 전용 공간을 말한다. 즉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 그러니까 스타트업 회사(이하 스타트업)를 위해 물리적인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8월 27일 열린 '캠퍼스 서울' 계획발표 기자간담회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이곳에서 창업가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회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현지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창업가는 물론이고 당사 내부 팀이 지원자를 위한 다양한 멘토링과 훈련을 제공한다.

구글은 차고에서 태어난 스타트업이다. DNA 자체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그들을 지원하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버블 닷컴’ 시기다. 당시의 화두는 인터넷이었다. 앉아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술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던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사업자였던 AOL은 세계적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와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놀랍게도 곧바로 주저앉아 버린다. 수많은 IT기업들이 시도한 서비스는 융합되지 못한 채 시대를 앞서가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리하여 작금의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확고한 위치를 지니게 됐다는 것이 흔히 들려오는 얘기들이다.

우리는 다양한 의미로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보통 ‘창업’이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거나 기존의 ‘벤처 기업’이라는 단어와 혼용한다. 가장 그럴듯한 뜻은 ‘IT업계 초기 기업’이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뜻을 담지 못하는 용어다.

국내 스타트업 지원업체인 비석세스(beSUCCESS)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스타트업이 아직 정의가 확실치 않은, 살아 있는 단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접 그 뜻을 찾아 나섰다. 스스로 생각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를 30여명의 관련 종사자와 멘토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비석세스는 오직 하나만의 적합한 뜻을 이용자들에게 뽑을 수 있도록 투표를 진행했다. 다음은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은 스타트업의 정의다.

“스타트업이란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모인 팀원들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는 당신의 아이디어가 ‘미친 계획’이므로 절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단 것을 알고 있다.”

올리버 브리머(Oliver Bremer)의 인터뷰 내용이다. 구글이 서울 캠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 또한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물론 구글의 서울 캠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사실 아니다. 그들은 이미 지속적으로 한국에 투자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IT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구글 창업지원팀(Google for Entrepreneurs)을 통해 ‘코리아 고 글로벌(Korea Go Global)’ 활동을 추진해 왔다. 또한 글로벌 K-스타트업과 K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캠퍼스 텔아비브

모호했던 창조경제, 구글과 함께 구체화되나

서울 캠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구글의 지표인 셈이다. 그들은 런던과 텔아비브에 이어 3번째 도시로 서울을 선택했다(아시아 최초). 이로써 구글은 아시아의 스타트업 허브의 건설 목적을 드러낸 셈이다. 서울 캠은 캠퍼스 런던(이하 런던 캠)처럼 만들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쯤 강남구 삼성역 인근(강남구 영동대로)에 600평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12년에 개소한 두 캠퍼스의 실적은 조금 다르다. 구글의 발표로는 런던 캠은 개관 후 1년간 7만명 이상에게 다양한 행사와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274개 스타트업(2만2000명의 회원)이 3400만 파운드(한화 약 57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텔아비브 캠은 런던 캠보다 설립 시기가 늦어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곧 중추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브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수석 부사장은 “한국 개발자들에게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육박하는 이러한 환경이) 주어진 건 특별한 기회다. 적은 리소스라 할지라도 세계 수백만명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구글의 특성인 오픈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또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가장 창의적인 성과물 중 다수가 한국에서 나왔다”며 “한국인의 재능, 상상력과 끈기야말로 구글이 캠퍼스 서울을 설립하게 된 이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실리콘 밸리처럼 서울도 세계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만들고 정보를 교환해야 하며 구글이 이런 것들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기업 중에서 2%만이 생존하는 스타트업이 된다. 높이 매달려 있는 탐스러운 열매는 창업자에게 파산을 선고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구글은 인수와 합병(M&A)을 통해 성장과 혁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들은 캠퍼스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의 멘토와 당사의 내부 팀도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의 DNA를 지녔다는 점은 그대로일 것이다.
지난 5월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개최된 ‘구글플레이 데이’ 행사에서 제이미 로젠버그 구글 본사 디지털 콘텐츠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구글이 세계 개발자에 배분한 수익이 전년 대비 4배 증가했고 구글 플레이에 참여한 한국 개발자의 수도 3배가 늘었다. 세계서 가장 안드로이드 개발자 수가 많은 다섯 개의 국가 안에 한국이 들어간다.”

‘모든 개발자여, 야망을 가져라’라고 하는 선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의 발언은 구글 캠퍼스의 비전을 그대로 표상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성공을 쟁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구글인 것이다. 스타트업은 목숨을 잃는 전쟁이 아니므로 가장 최악의 상황은 실패하는 것밖에 없지만 넘어진 후에 부축해 줄 의무는 구글에 없다. 그들은 다만 ‘악해지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모토에 따라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캠퍼스 런던

규제완화 기조, 구글과의 시너지는?

지난 3일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규제 개혁 장관회의’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 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에 우리 벤처기업들의 잠재력을 보고 구글이나 요즈마 펀드 등 해외기업과 투자자들이 적극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더 활성화돼 벤처 기업의 성장으로 이뤄질수록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같은 날 회의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실리콘 밸리에서 2년 가까이 살면서 느낀 게 많다며 운을 뗐다.

“그들은 규제환경과 상상력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만듭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으면 황당하거나 도저히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에도 벤처캐피탈이 거액을 투자하면서 밀어줍니다.”

전반적인 회의의 기조는 규제를 빠르게 제거하거나 완화해 혁신과 성장의 가치를 고수하자는 방향으로 잡혔다. 임 센터장은 최근에 10조원 가치의 회사가 된 에어비앤비(Airbnb)를 예로 들었다. ‘집에 남는 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준다’는 아이디어 하나가 전 세계 호텔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해외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힘을 키우는 동안 한국의 스타트업은 규제에 묶여 사업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현실을 전달하면서 “스타트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구글은 일련의 움직임을 어떤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그들은 이미 서울에 주사위를 던졌다.

 

하태욱 객원기자 twk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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