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중국 이야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중국 이야기’
  • 미래한국
  • 승인 2014.09.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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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탐방]
조윤희 부산금성고 교사

제18차 중등 사회과 중국경제 체험단. 말은 체험이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은 ‘학습’의 의미가 컸어. 불감청(不敢請)이나 고소원(固所願)이었다면 적절할까. 뜻하고 바라던 대로 당첨! 국내연수를 포함한 장장 7일간의 프로그램을 거쳐 4년 만에 중국 탐방길에 나섰어.

북경엔 한류가 절정이었어. CJ 푸드빌을 가기 위해 ‘따자란 거리’를 갔었지. 앗! 여기가 명동이야, 중국 거리야? 김수현으로 도배가 된 중국은 가히 한류의 나라, 아니, ‘김수현의 한국’이더라고.

물론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은근히 걱정도 되는 것은 사실이었어. 이렇게 붕붕 띄워주다가 거품이 꺼지는 순간 추락하면 어쩌나 하는.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CJ 푸드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서부터 가게의 구석구석에는 ‘이야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는데 단순히 커피를 팔고,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더라.

곳곳에 이야기(story)가 숨을 쉬고 있는 곳. 이젠 중국 사람들도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그런 곳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맥락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겠지. 커피 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와 빵집 ‘뚜레쥬르’는 최근 방영된 한류 드라마의 바람 탓도 있었겠지만 철저히 그것을 또 다른 스토리로 엮어내고 있었어. 빵집과 커피 숍 안엔 빵과 커피 말고도 누가 먹었던 빵, 어떤 일화가 깃든 빵 등등 그런 스토리가 소개되어 있었지.

스토리를 ‘먹는’ 중국인들

문구류와 작은 인테리어 소품류까지 구매할 수도 있었고. 밥집(?)인 ‘비스트로’에도 세련된 인테리어는 물론 요리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오픈된 공간과 심지어 스테이크를 먹으러 온 고객에게 어떤 스테이크 칼로 그날의 분위기를 살려보겠느냐는 선택권을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대. 그 식당가에 들어온 손님은 누구나 특별해지는 거지.

장사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더라. 그곳의 매니저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어. 결론?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폐쇄적이기만 한 곳은 아니어서 전 세계의 기업들이 그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정글’이라는 것과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것. 그런 시장의 법칙이 철저히 살아있는 곳이라는 것.

그런 경쟁을 이기고 그렇게 당당하게 서 있는 우리 기업이 가슴 뻐근하게 자랑스러운 현장이었다고나 할까. 그 날도 CJ 푸드빌 옆에는 ‘COCO’라는 티 전문점이 들어온다는 현수막과 함께 공사가 한창이었어.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의 공간이 그 ‘따자란’이었고, 그런 따자란들은 중국 곳곳에 있다는 거지.

‘자신을 던져보는 경쟁을 두려워말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정말 많단다.’

 

결국, 경쟁이 힘이다

늘 정상은 추격을 따돌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 중국에 진출한 세계의 정상급 기업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어. 우리가 방문한 현대자동차와 POSCO가 그렇더라. 반면 중국의 현지기업들은 2인자, 3인자로 무섭게 질주하며 추격전을 벌이며 따라붙기만 하면 되더라고. 베끼고, 또 따라붙고. 우리가 이번에 방문한 ‘추격자’들은 솔라 밸리, 청도 맥주, 하이얼 전자였어.

덕주에 있는 솔라 밸리는 태양열 이용 설비업체로 태양열을 이용한 주택용 태양열 온수기, 태양열 난방시스템, 태양열 수영장 히터 등을 생산하는 곳이었어. 산업용 건물, 학교, 군사기지, 교도소 등에 설치하고, 가정용, 상업용으로도 생산하여 널리 판매가 된다고 하더군. 아마도 엄청난 경쟁력은 낮은 가격에서 나오는 것 같았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거지. 한때 우리의 비교우위였던 것이 이젠 중국으로 그 바통이 넘어갔음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단다.

그리고 방문한 하이얼 그룹. 우리에겐 하이얼 전자, 중국의 백색가전 주자로 잘 알려져 있는 전자회사인데 체험관을 방문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어. 이젠 내수기업만이 아닌 세계 160개국에 14만여 개의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계 기업 및 중국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더라는 거지. 하이얼은 특히 유럽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알려졌고 2004년부터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고 하네. 벌써 내년이면 한국 진출 10주년이라고 하던 걸?

전시관을 도는 동안 내심 우리나라의 삼성, LG 등과 비교하며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중저가로는 이제 하이얼이 우리보다 시장점유율이 높겠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 다만 고가 라인 쪽은 아직 우리나라가 우위인 걸 확인할 수 있었어. 디자인이나 성능, 미묘한 차이가 명품을 만들지. 아직 그들의 하이얼은 그 정도는 아니구나 싶긴 하던데 방심은 금물이겠더라. 추격의 속도를 생각한다면 말이지.

또 한 곳, 청도 맥주공장. 물이 좋아 맛이 좋다는 칭다오의 맥주. 칭다오 맥주는 라오산의 맑은 물을 사용하여 맥주 맛이 좋다고 하더군. 칭다오를 조차한 독일인들이 그 좋은 물로 맥주를 제조했다고 하는데 시음장에서 맛을 본 맥주의 맛은 잘 모르는 내게도 조금 진하다고 할까? 술맛을 잘 아는 분들의 입에서 역시! 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것으로 보아 좋은가 싶었단다.

칭다오 맥주의 라벨에는 칭다오의 상징인 잔교(棧橋)와 함께 팔각정이 그려져 있는데 칭다오 맥주가 아니어도 그 주위에 5·4 광장과 로신공원, 해수욕장 등 풍광이 좋고 독일풍과 중국 전통이 어우러진 고풍스런 도시 모습 등이 인상적이어서 관광지로서도 인기가 있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어.

그렇게 중국의 기업들을 돌아보며 느꼈지. 중국이 이렇게 약진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중국을 이념과 체제로 가두지 않고 외풍 앞에 던진 덕분이었다는 걸. 그들의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은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이었고 그들은 적절히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면서 그 경쟁 속에서 거듭나고 있었던 거지.

중국을 보며 난 그 속에서 우리를 보았어. 추격자이기만할 때는 부지런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정상’이 되기 위해선 정말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하고, 쫓기고 있는 입장에선 자리를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 ‘어제까지의 내가 나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되어야 할 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정상은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파란 물이 쏟아질 것 같이 맑은 날, 쉼 없이 돌아가는 북경 외곽의 북경현대차 2공장을 찾았어. 2002년에 설립된 북경현대차는 현재 3개 공장으로 늘어났는데 현대차는 중국 진출 10년 만에 생산능력을 100만대, 생산 차종 12개로 늘렸다고 하더군. 전 세계 유수 메이커와 자국 내 수백 개 메이커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북경현대차는 현재 4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어.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많이 보이던 현대자동차 택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북경현대는 7% 전후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고 해. 언뜻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도요타, 닛산, 혼다 같은 일본 자동차 3사의 통합 점유율이 16% 남짓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게다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3.7%까지 합치면 현대자동차의 선전은 대단한 거야.

중국 현지의 한국 기업들

그대들이 애국자 - 현대 자동차, 포스코

그리고 중국 내에서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다더구나. 과거 현대자동차는 비싸면서 품질이 좋지 않은 차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로 확연하게 개선됐다네. 품질의 경우 벤츠까지는 몰라도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 수준에는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었어.

불과 10년 만에 중국 굴지의 자동차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높은 생산성과 노동유연성을 위한 탄력적인 인력 배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래. 높은 생산성이란 차 한 대를 만드는 소요시간으로 대비되었는데, 그곳이 국내공장의 절반 수준이라고 하더구나. 2012년 현재 우리나라 국내 HPV(Hour Per Vehicle·대당 투입시간)는 30.5인데 북경공장은 18.8로 쉽게 말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국내공장의 절반가량밖에 안 될 정도로 생산성을 올렸다는 얘기지.

게다가 인력이 필요한 곳엔 언제든지 탄력적으로 전환 배치를 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이 국내와 다르게 북경은 자유롭다는 거였어. 우리 노조의 경우 ‘현장권력’이 인력증원을 필요로 하는 다른 공장이나 공정으로의 배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거야. 중국은 우리의 노조 격인 공회(工會)가 협조를 해서 가능하다고 하던데, 한 예로 2008년 북경현대 2공장 소요 인원 중 70%를 1공장에서 충원했대.

 

현대자동차가 중국에 공장을 차린 이유

또 2009년엔 1공장 차체라인 작업자 전환 배치를 불과 10일 만에 해결했는데, 한쪽에서는 일감이 적어 놀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이 달려 생산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더라. 뿐만 아니라 장비고장이 날 경우 국내공장은 계획된 생산량이 그냥 날아가 버리지만, 북경공장은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이용해 장비가 정지한 시간만큼 라인을 가동해 손실분을 만회하고 작업자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해. ‘풀방식’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공장가동률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 방식을 통해 2009년 1공장은 98%, 2공장은 99.7%까지 가동률을 올렸대.

난 궁금해졌지. 중국의 ‘노조’는 어떤가. 거기도 노조는 있다더라. 북경의 노조인 공회(工會)는 설립방법과 기능에 있어서 한국의 노동조합과 비슷하지만 사회적인 인식과 실제 역할에 있어서 중국의 시장경제정책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단순한 친목단체 또는 상조회의 색깔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더군.

중국의 공회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과 다른 점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지만 단체행동권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야. 이는 공회의 기능이 노사의 중간에서 평화적 대화와 협의를 통해 근로자의 복지향상을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지. 그러니 이제 우리나라 큰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아니겠나 싶더라.

현대자동차의 감동을 이어갈 넷째 날 칭다오포항불수강(QPSS) 견학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구나. 도착하자 현지 법인장으로 멋진 여성분이 나와 맞이해 주셔서 약간 놀랐단다. 중국인보다 중국어를 잘하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양호영 법인장님. 상당히 의외로 여기며 설명을 들었는데 칭다오포항불수강(QPSS)은 노사 간에 상호 신뢰관계가 좋아 그 곳 공회가 중국정부로부터 ‘전국 쌍수쌍평(雙愛雙評·노사화합) 선진기업’과 ‘직원의 집 전국 우수모델’, ‘산둥성 노사관계화합 대표기업’으로 선정받기도 했다니 현지화에 성공한 것으로 봐야겠지. 마케팅에서도 포스코는 중국 내 철강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

이들이 이 날이 있기까지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과 비바람을 맞서 싸워야 했을지 상상해봤어. 누가 보호했을 것이며 누가 막아주었겠느냐고. 처절하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서 쟁취했을 것이고 그런 시장의 경쟁이 저들을 저렇게 우뚝 서게 했고 당당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치밀더라. 우리 기업의 놀라운 진화는 스스로 모진 경쟁을 뚫고 달려온 힘이기에 그 경쟁력 또한 함께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어.

학교에 돌아가면 이야기 해주리라 다짐했어. 너희들이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굳은 약속을 하고 돌아왔단다. 

 

조윤희 부산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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