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에 밀려드는 중국학생들
미국 학교에 밀려드는 중국학생들
  • 미래한국
  • 승인 2014.09.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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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의 수단’된 아이비리그 … 미국 경제에도 긍정적 자극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사립학교 유학 상담을 받고 있는 16세의 장 케이셍 학생

워싱턴 DC에 인접한 버지니아 페어펙스(Fairfax) 카운티에는 페어펙스 크리스천 스쿨(Fairfax Christian School)이라는 기독교 사립학교가 있다. 1961년에 설립된 후 이 지역의 대표적인 기독교 사립학교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설립 당시 학생들 대부분은 백인들이었다.

하지만 주변 지역에 다인종이 늘어나면서 학생 구성도 백인만이 아닌 흑인, 아시안 등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는 고등학생 대부분이 중국 학생들로 바뀌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학생들이 아니라 중국에서 태어나 공부하다 이 학교로 유학 온 중국 청소년들이다. 수업 시간에 교복을 입고 앉아있는 고등학생들 대부분은 중국 청소년들이고 사무실에는 중국인 직원이 학생들을 지도하며 중국인 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다.

어느새 ‘절대다수’된 중국인 유학생

이 학교는 최근 미국 사립학교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중국 고등학생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미국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사이 미국의 사립고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생비자(F-1)를 발급받은 중국 학생들은 총 2만3795명이다.

5년 전인 2005년의 65명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한국이 가장 많은 청소년들을 미국 사립고등학교에 보냈는데 지금은 중국이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 미국 국토안보부의 평가다. 외국 청소년들은 미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고등학교에서는 졸업을 전제로 한 공부를 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외국 청소년들이 등록금 등 소요되는 경비를 다 부담하게 해서 미국 공립고등학교도 다니게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사립학교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외국 청소년들은 그동안 미국의 사립중·고등학교에서 학생비자를 받고 공부해왔다.

미국 사립고등학교의 등록금이 1년에 평균 6만달러가량 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 외국의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일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 사회에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보다 나은 교육기회를 찾아 미국 사립고등학교로 유학 오는 중국 부모와 청소년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미국의 대학 및 대학원 뿐 아니라 이제는 미국 내 사립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는 외국인이다.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사이 미국 대학 및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중국인들은 총 19만4029명으로 미국 내 전체 외국인 대학(원)생의 25.4%를 차지하며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는 인도인으로 10만270명(13.1%)이 공부하고 있고 3위는 7만2295명(9.5%)의 유학생을 보낸 한국이다.

중국 청소년들이 미국 사립학교로 유학을 오는 이유는 입시 위주의 중국 교육에서 벗어나고 미국 아이비리그 입학에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가 해외 고등학교로 공부하러 나가는 20만명의 중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유학을 가는 주된 이유는 ‘중국의 대학입학시험을 피하기 위해서’로 조사됐다.

중국 부모들과 학생들은 고등학교 전 과정이 대학입학시험을 위한 암기 중심의 입시교육이라는 것에 질려 유학을 선택했다고말한다. ‘중국에서는모든교육 과정이 대학입학시험 준비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내가 관심 있는 것을 배울 기회가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순 암기만 하고 다른 취미나 스포츠를 할 시간이 없다’ ‘중국에서는 시험점수로만 평가한다’등의 반응이다.

미국 사립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 영어 공부와 미국 대학시험인 SAT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돼 나중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할 때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큰 이유다. 중국에서는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 미국 아이비리그를 나오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미국으로 되돌아오는‘富의 선순환’

지난 9월 8일 하버드대를 졸업한 홍콩계 중국인이 387년 하버드대 역사상 최고액인 3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제럴드 챈(Gerald Chan)으로 1970년대 하버드 대학원에서 방사선 물리학을 전공하고 홍콩으로 건너가 형 로니 챈(Ronnie Chan)과 함께 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형제의 순자산은 3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럴드 챈은 하버드 공공위생대학에 이 기부금을 제공했고 하버드대는 그 보답으로 단과대 이름을‘T. H. Chan 공공위생대’로 바꿨다.

T. H. Chan은 형제의 아버지 이름이다. 이처럼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성공한 중국인들이 미국 아이비리그에 기부금을 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SOHO 단체의 최고 경영자인 장신(Zhang Xin)과 그의 아내인 판 시이(Pan Shiyi)는 하버드에 기부하겠다고 약정한 1억달러 중 1500만달러를 하버드에 기부하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국 아이들을 세계의 엘리트 대학교에 보내달라고 밝혔다.

2010년에는 힐 하우스(Hillhouse)의 자본 운용 회사의 창시자이자 경영자인 장레이(Lei Zhang)가 자신이 모교인 예일대학교에 888만8888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부금은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주어진 기부금 중 역사상 가장 많은 액수로 기록돼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미국 대학과 대학원을 넘어서 사립고등학교에까지 늘어나는 것은 미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국 유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생활비 등을 포함해 이들이 지금까지 미국 경제에 끼친 경제적 이익은 240억달러 가량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들 중 72%는 자기 돈이나 부모님 돈을 받아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갈수록 등록률이 떨어지고 있는 미국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중국 고등학생들과 같은 외국 유학생들은 학교 유지에 필수적인 것으로 되고 있다. 많은 사립고등학교들이 학교 홈페이지 입학 안내에 외국 유학생들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외국에서 열리는 학교 소개 행사에 참여하는 등 외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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