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는 영웅이 아니다”
“김구는 영웅이 아니다”
  • 정용승
  • 승인 2014.09.30 1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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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사학자백범에직격탄, 본질떠난좌우논쟁도우려

역사적인 인물들에게 있어서 약간의 과장(?)은 으레 거쳐야 할 과정이다.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축지법을 썼다는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공(功)은 부풀려지고 과(過)는 어물쩍 없어지곤 한다. 물론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가끔씩은 너무 부풀려져 실제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체 게바라’다.

‘체 게바라’라는 이름은 들으면 대부분은 ‘혁명을 위한 냉철함을 가졌으면서 동시에 민중을 걱정했던 휴머니스트적인 가슴을 가졌던 혁명가’를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대학가를 지나다니다 보면 가슴에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은 청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젊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20대 청년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체 게바라의 민낯을 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든다.

체 게바라의 삶 중 사실과 전혀 다른 몇 가지 진실을 꼽아보자. 가장 첫 번째는 그가  ‘의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의사 면허를 받은 적이 없다. 체 게바라가 졸업했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의대 졸업생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 심지어 체 게바라 자신도 자신이 의사였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의학 공부를 한 적이 있고 따라서 의학지식이 있기는 하지만 의사 면허를 가진 적은 없다는 것이 볼리비아에서 체포됐을 당시 체 게바라 자신의 증언이다.

두 번째는 민중을 위했던 ‘휴머니스트’였다는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 그는 1959년 쿠바혁명 직후 쿠바의 반혁명 처벌기관인 ‘라 카바나(La Cabana)’의 책임자였다.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만 해도 1만 4천 명이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이 휴머니스트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봉창, 김구, 윤봉길

김구의 신화는 ‘만들어’졌나?

서방세계에서 만들어진 인물이 ‘체 게바라’라면 한국에서는 어떤 인물이 있을까. 물론 여기에도 많은 논란들과 많은 인물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한 명은 민족의 지도자로 손꼽히는 백범 김구(1876~1949)다. 정치권에서도 좌우를 막론하고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백범은 일제 식민지 시대 민족과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인물이자 해방 후에도 남북의 분단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민족의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백범의 자서전인 ‘백범일지’는 초·중·고등학생을 막론하고 읽어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이런 민족의 영웅인 백범의 실체를 고발하는 서적이 발간됐다. 김상구 저자의 ‘김구 청문회’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글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그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거가 조작, 왜곡되었다면 이해와 해석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신화화된 김구의 이미지를 넘어 이제 김구의 실체를 보아야할 시점입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구체적 인식은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술 목적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1권(김구의 정직한 이력서), 2권(김구는 통일의 화신인가?)을 합쳐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썼을 뿐 아니라 총 34챕터에 걸쳐 백범에 대한 의문점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백범일지’ 에 나온 구절을 보자.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발에 채이고 눌렸던 왜놈이 몸을 빼쳐서 칼을 빼어 번쩍거리며 내게로 덤비었다. 나는 내면상에 떨어지는 그의 칼날을 피하면서 그의 옆구리를 차서 거꾸러뜨리고 칼을 잡은 손목을 힘껏 밟은즉 칼이 저절로 언땅에 소리를 내고 떨어졌다. 나는 그 칼을 들어 왜놈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점점이 난도를 쳤다. (중략) 시체의 처치에 대하여 나는 이렇게 분부하였다. 왜놈은 다만 우리나라와 국민의 원수가 될 뿐만 아니라 물속에 있는 어별에게도 원수인즉 이 왜의 시체를 강에 넣어 고기들로 하여금 나라의 원수의 살을 먹게 하라 하였다.>

백범이 1896년 3월 9일 치하포에서 일본인 쓰치다를 죽인 사건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이 기록은 백범이 당시 일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일본인 쓰치다는 백범일지에 육군 중위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백범일지와는 달랐다. 백범일지를 제외한 다른 문서에 쓰치다는 ‘일본상인’으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본 육군 장교라는 백범일지의 기록은 잘못된 것이며 김구는 일본상인을 죽인 것이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하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기록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백범일지’의 저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다. 백범일지의 저자가 김구가 아닌 친일파로 알려진 소설가 이광수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책의 본문을 참고해보자.

<백범은 백범일지 초간본에서 저자의 말을 남겼다. 이 글에서 백범은 ‘김지림 군과 삼종질 흥두가 편집과 번역, 철자법 수정 등 궂은일을 했다’고 서술했다. 이 문장으로 인해 오랫동안 김지림이 국사본 백범일지의 윤문자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광수가 윤문의 주인공임을 알고 있으며 인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이광수가 윤문자임을 김신이 고백했기 때문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의문들

김신의 말을 들어보자 “춘원은 자신이 그일을 하겠다고 했답니다. 아버님은 그의 행실 때문에 망설였는데, 누군가가 글 솜씨도 있는 사람이고, 속죄하는 기분으로 맡겠다니 시켜보라고 했대요. 그가 윤문을 한 것은 사실이나, 아버님이 그걸 알고 맡기셨는지 의문입니다.”>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 인물을 더욱 정확히 알기 위해, 또 그 당시 시대상과 인물의 업적을 고증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나 고증을 위한 의문이 인물의 배경을 헐뜯고 비난하기 위한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비난과 의문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백범의 업적이 왜곡됐거나 부풀려진 것을 지적하고자 했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15번째 챕터인‘이운환이 김구를 저격한 이유’를 들여다보자.

이운환은 1938년 5월 6일 중국 남목청연회에서 권총을 난사해 백범을 포함한 3명에게 총상을 입힌 인물이다. 이 챕터는 이운환을 두둔하고 있다. 백범에 대한 건전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운환을 두둔하며 이운환이 했던 행동을 ‘소신에 의한 테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운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은근히 주장하고 있다. 일부분을 옮겨보면 이렇다.

김구와 그의 며느리 안미생

<사실 이 사건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당사자인 이운환의 진술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박창세와 이운환을 제외하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애국지사들인 셈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서훈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건 그렇고 일제 밀정의 애비라는 오욕을 덮어 쓴 박창세와 희대의 악적이 되어 버린 이운환, 그들은 과연 그렇게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가?>

이 부분에서 보듯이 저자 또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재평가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백범에 대한 건전한 의문이 아닌 깎아내리기를 위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2권에 수록된 서른 번째 챕터인 ‘김구의 며느리 안미생은 왜 조국을 떠났을까’도 그렇다. 제목부터 백범에 대한 의문이 아닌 며느리를 걸고 넘어진다. 굳이 백범의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야 했을까 싶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 챕터도 일부분 읽어보자.

<안미생은 195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교포사회들의 모임에 가끔 얼굴을 내밀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상기 기사를 마지막으로 무려 60년 가까이 그녀는 세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종인지 은둔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중략) 안미생 일생 자체가 온통 수수께끼이지만 그녀의 외동딸 김효자의 행적은 더욱 알 수 없다.>

이 챕터의 제목은 ‘왜 안미생이 조국을 떠났을까’이지만 안미생이 조국을 떠난 이유는 결국 나오지 않는다. 저자도 그녀의 일생 자체가 수수께끼라고 시인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백범에 대한 건강한 의문 제기라기보다는 ‘의문을 위한 의문’으로 비판받을 소지도 있어 보인다.

 

저자 김상구, 그는 누구인가

이제 이 책의 저자인 김상구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저자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않다. 단지 저자는 트위터를 통해 책을 홍보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저자 소개와 전작들정도다. 그것들을 통해 저자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먼저 책에 적혀 있는 저자 소개를 일부분 옮겨보면 이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리며 회피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웃사이드 혹은 재야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인의 행위를 비판함에 앞서 기독교의 본질이자 근원인 도그마와 교조인 예수를 비판하는 작업이 책 만들기의 첫걸음이었고, 그 후 유관순, 한경직, 주기철, 손양원 등 선교 영웅의 역사적 실체를 규명한 바 있다. (중략) 역사왜곡으로 시선을 돌린 뒤부턴, 임시정부정통론이란 소위 정통 독립 운동사를 극히 혐오하게 되었다. (중략) 이승만은 비록 독재자였지만 그래도 위대한 독립운동가였고, 박정희 역시 독재자였지만 경제를 살렸다는 세간의 평가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이승만의 숨겨진 친일 이력을 고발한 바 있다.>

작가소개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독립, 건국 영웅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저자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인사들도 저자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1권의 추천사는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가 썼다. 박교수는 소련 출신 사회·역사학자로서 노동당 당원이기도 하다. 2권의 추천사는 강정구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썼다. 강 전 교수는 2005년 7월 인터넷 언론인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만약 남의 집안싸움인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이내 끝났을 것이고 사상자는 아무리 많아야 남북한 합쳐 1만 명 미만일 것이다”라는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료(史料)와 역사서, 그 중간 어디쯤

불완전한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김구 청문회’는 사료적으로 가치가 있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증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기한 의문은 때때로 건전하지 않으며 백범을 비난하기 위한 칼날로 비치기도 한다. 더러는 정확한 답을 피하며 추정하기도 한다. 또 저자의 성향으로 미뤄보면 저자의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오히려 저자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가 주장한 대로 역사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면 지금 대한민국의 건국 역사를 우선적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인정하지 않으며 백범을 청문회에 올리겠다는 그의 말은 많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한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본지와의 연락에서 이 책에 대해 “따로 밝히고 싶은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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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긴 칼 2015-05-13 03:01:02
이런 글이 바로 노림수 있는 글이죠. 글의 서두에 이미 부정적인 인물로 체게바라를 세워두고 (해외 서적내용을 인용해) 채찍질을 한 뒤 백범 김구를 소환한다. (체게바라와 같은 인물로 백범김구를 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의 부분부분을 발췌하여 김구를 폭로하듯 전한 뒤 마무리는 객관적 기사인듯 포장한다. 여러모로 불완전한 책이라며, 작가,추천인도 논란적 인물이라면서도 굳이 기사를 만드는 의도는 무엇인가